한화 이어 두산도 면세점 사업 철수 결정…‘뇌물 공여’ 롯데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가능성도
서울 동대문구 두타면세점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주)두산이 두타면세점으로 운영하던 면세점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권을 따낸 지 4년여 만이다. 두산그룹의 면세 특허권 사업기간은 내년 말까지로 1년 정도 남아있는데, 미리 반납하는 것이다. 두산그룹 측은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면세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두산 측은 특허권 반납 후 세관과 협의해 영업종료일을 결정할 계획이다. 공식 영업정지일자는 내년 4월 30일이다.
두타면세점은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 총 9개 층, 약 1만 6824㎡ 규모로 2016년 5월 문을 열었다. 연간 외국인 방문객 700만 명에 이르는 동대문 상권 이점을 활용, 국내 면세점 최초로 일부 층은 심야시간까지 영업했다. 하지만 성적은 초라했다.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연매출 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지난 3년간 누적적자는 600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시내 면세점 경쟁 심화로 인한 출혈 경쟁 등이 이유로 분석된다.
실제 두산의 면세 특허권 반납은 한화그룹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앞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 4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관세청에 반납하고 갤러리아면세점63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면세사업은 지난 3년간 10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화에서는 면세사업을 접고 주력인 백화점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경영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공교롭게도 한화와 두산 모두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면세 특허권을 따냈다. 한화갤러리아는 관세청과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관광인프라 및 기업혁신투자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기획된 15년 만의 신규사업자 공고를 통해 2015년 7월 특허권을 받았다. 당시 호텔롯데가 심사과정에서 과도하게 점수가 깎이면서 한화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면세점 사업 대기업 독과점규제 방안 마련하라” “롯데에 강한 경고 보내라”라는 지시를 주요 경제부처에 내리면서 그해 11월 호텔롯데가 월드타워점 특허권 갱신에 실패하고, 후속사업자로 두산이 선정됐다. 이듬해 관세청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4개를 추가로 발급하면서 롯데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면세점은 2014년 6개에서 2017년 13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대법원 최종심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최준필 기자
이에 따라 이미 사업을 접기로 한 한화와 두산뿐 아니라 업계 1위 롯데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대법원 최종심에서 신동빈 회장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고, 그 대가로 최순실 씨가 운영한 K스포츠재단에 80억 원의 뇌물을 공여한 점을 유죄로 인정한 것.
관세법 제178조에 따르면 면세점 운영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특허가 취소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따라서 신 회장의 유죄로 뇌물공여로 취득한 월드타워면세점의 특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롯데 입장에서 문제는 월드타워면세점 특허가 취소되면 신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나온 면세점 사업권이 이제와 롯데·한화·두산 등 대기업에 나비효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두산 면세점 진두지휘한 박서원 전무 입지는 문제 없나 박서원 두산 유통 전략담당 전무가 2016년 5월 서울 중구 두타면세점 오픈 행사에서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서원 전무는 2015년 면세점사업부문 유통전략담당으로 선임되면서 두산그룹 내에 처음 발을 들였다. 박 전무는 두타면세점 브랜드 전략 총괄부터 광고와 홍보, 인테리어까지 챙기며 면세점 사업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두산은 박 전무 선임에 대해 “면세점 사업은 유통 및 마케팅이 중요하기 때문에 광고회사 임원인 박 전무가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두타면세점의 실적악화가 계속되자 면세점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그룹 내에서 면세점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실적악화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오히려 그룹 내 면세사업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수익개선 가능성이 없으면 빨리 결단 내리고 접을 수 있었다”며 “박서원 전무가 참여한 사업이기 때문에 성공시키려 계속 끌고 간 면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두산의 이번 면세점 사업 철수로 박서원 전무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제경영의 후계구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현재 박 전무는 면세점 사업 외에는 두산매거진 대표와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CCO) 부사장을 맡고 있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박서원 전무는 현재 면세점 사업 외에는 그룹 내에서 역할이 크지 않다. 박서원 전무가 그룹 경영에 참여의 뜻이 없다면 상관이 없다”며 “하지만 훗날 그룹의 수장 자리에 오를 생각이 있다면, 그룹에 중요한 직책을 맡아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점 사업 실패는 능력 평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면세사업은 전문경영인과 임원들이 따로 있다. 그들이 직접적인 경영을 했다”며 “박서원 전무가 오너로서 대표성을 가지고 있지만, 면세 사업에서 큰 의미를 두긴 좀 그렇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