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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가 애니콜의 한글입력방식 ‘천지인’을 고안해낸 자사 직원에게 수백억원대의 특허권 침해소송을 당했다. 사진은 애니콜 광고. | ||
삼성전자와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 직원인 최아무개씨와 유아무개씨 등 2명은 지난 5월 초 “애니콜 휴대폰에 채용한 문자입력방식인 ‘천지인’은 우리들이 개발한 것”이라며 회사를 상대로 2백66억원의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
삼성전자 이기태 정보통신분야 사장도 최근 “천지인 한글입력방식은 사원이 제안한 것이며, 제안자와 포상규모를 놓고 불화가 있다”며 분쟁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이 분쟁의 발단은 지난 94년 소송제기자인 최아무개씨(38·당시 삼성전자 부산지점 근무)와 유아무개씨가 휴대폰 한글입력방식으로 천지인 방식이라는 획기적 아이디어를 회사측에 제안하면서부터.
최씨가 개발한 천지인 방식은 한글창제의 기본원리인 ‘ㆍ(천)’‘ㅡ(지)’‘ㅣ(인)’을 이용해 모든 한글문자를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회사측은 자사 휴대폰제품 애니콜에 이 방식을 채용했다.
이 개발에 대한 대가로 삼성전자는 최씨에게 당시 포상금 1백만원을 지급했지만, 최씨 등은 추가적인 인센티브의 지급을 요구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따라 그 이후 삼성전자는 최씨에게 억대의 협상금을 제시하는 등 문제해결에 적극 나섰지만, 결국 최씨가 수백억원의 손배소를 내 법정다툼으로 비화된 것.
최씨 등은 소장에서 “본인이 개발한 애니콜의 한글입력 방식인 `천지인의 특허권을 회사가 가로채 특허권 수입을 올렸다”며 “삼성전자로부터 받아야 할 부당이득금이 지난 99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2백66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최초 제안자에 대해서는 우리가 인정한 부분이며, 이에 대한 회사측의 보상도 뒤따랐다”고 밝혔다.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논란거리로 등장한 부분은 천지인 입력방식의 발명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부분. 발명진흥법 등 현행법상 ‘종업원 발명’에 대해서는 자유발명과 직무발명으로 구분하고 있다.
자유발명은 그 권리가 무조건 발명한 종업원에게 속하고, 직무발명은 발명자에게 권리가 돌아가나 회사측이 그 권리를 승계할 수 있다는 점이 자유발명과 다르다.
발명이나 고안, 개량 등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기술관련 회사의 경우 직원들이 프로젝트 수행시 발명한 권리는 회사에 귀속시킨다. 이를 직무발명이라고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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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입력방식은 지난 94년 삼성전자의 사내조직인 타임머신팀에서 최씨가 발명했다. 이는 최씨나 삼성전자나 모두 인정하는 부분.
지금도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최씨는 타임머신팀에 배정받기 전에는 장갑차에 들어가는 컴퓨터 본체 커버를 개발하는 작업을 했고 타임머신팀이 해체된 이후에도 휴대폰 개발팀이나 사업팀에서는 일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최씨는 천지인 입력방식이 발명권리가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자유발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이미 천지인 방식의 기본원리를 발명하고 타임머신팀 시절 자신이 참여해서 몇가지 개량한 것일 뿐인데, 어떻게 회사의 업무와 관련된 직무발명일 수 있느냐는 것.
최씨는 발명의 권리를 잘못 알고 회사에 양도했지만 삼성전자가 이 특허로 얻은 이득이 5조원이 넘는데도 최씨에겐 단돈 1백만원만 주고 끝낸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에선 ‘이 발명은 최씨의 주장과는 달리 직무발명이고 삼성전자가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를 최씨로부터 적법하게 양도받았기에 최씨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는 입장.
하지만 최씨쪽에선 설혹 삼성전자가 최씨로부터 특허권을 받았다 하더라도 특허권을 출원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관련 규정을 어겨 발명권이 최씨에게 다시 돌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씨가 자신이 발명한 천지인 방식의 권리를 회사에 양도한 것은 94년 10월31일. 삼성전자가 천지인 방식을 특허청에 특허 출원한 것은 95년 5월이다.
발명진흥법 11조 1항에는 ‘직무발명에 대해 사용자들이 당해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승계한 후 4개월내에 출원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 당해 직무발명은 자유발명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다. 또 자유발명의 경우 발명진흥법 11조2항에 ‘자유발명으로 보는 직무발명에 대하여는 당해 발명을 한 종업원 등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는 통상실시권을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직무발명이라고 주장을 하더라도 제품에 적용할 때는 최씨 등의 승낙을 받아야 했었다는 것이 최씨의 변호인인 김준효 변호사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쪽에선 ‘법규정상 직무발명에 대한 효과는 ‘직무발명이 완성되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직무발명 신고서를 제출하였다 하여 직무발명이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최씨는 “회사를 사랑하고 개인 자유발명에 대해 회사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직원들에게도 정당한 몫을 나눠주는 풍토가 자리잡기를 바랄 뿐, 회사를 떠날 생각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