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가세한 법정 싸움, 김건모 측 “사실무근” 주장 먹힐까
앞서 김건모 측의 “사실 무근” 주장을 믿고 그의 프러포즈 에피소드를 그대로 방송한 제작진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의혹은 사건이 돼 수사에 착수했고,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측과 김건모는 법정에서 진실공방을 벌일 참이다. 여기에 김건모 측에 폭행 피해 등을 입었다는 또 다른 피해자와 목격자가 속속 등장하면서 김건모는 데뷔 27년 만에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유흥업소 종업원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미우새’에서 하차하게 된 가수 김건모. 사진=MBC 뉴스화면 캡처
김건모의 ‘퇴출’이 결정된 것은 논란 발생 후 약 일주일 만이다. 방송가에서 사실 확인에 미적대는 사이, 예정됐던 미우새 에피소드도 방영했고, 콘서트도 진행했다. 미우새의 경우 이혼 논란이 불거졌던 구혜선의 방송분은 통편집했으면서도 사건의 강도가 더 높은 김건모의 방송분은 그대로 방영했다는 점에서 대중의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그동안 방송‧연예계 미투 사건 이후 유사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발 빠르게 대처했던 것과 달리 김건모에 대해서만 느슨한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다.
김건모는 현재 성폭행 사건으로만 피소된 상황이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은 피해자 A 씨의 고소 사건을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배당했으며 수사는 강남경찰서가 진행하고 있다. 김건모 측은 변호인을 선임해 방어에 나섰으나 공식입장 등 외부 대응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
김건모의 소속사 측은 첫 논란이 불거진 당시 “김건모 측에 확인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세연 측은 지난 6일 법무법인 넥스트로 소속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가 직접 피해자에게 성폭행 증언과 증거 등을 받았다며 이 사건을 폭로했다. 강용석 변호사의 법무법인 넥스트로는 이 피해자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성폭행 논란 보도 후 김건모의 프로포즈 에피소드를 그대로 방영한 SBS ‘미운우리새끼’의 한 장면. 사진=방송화면 캡처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고소한 강용석 변호사 측은 다소 적나라한 피해 사실을 상세히 공개해 대중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피해자는 2016년 8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한 유흥주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중, 손님으로 온 김건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피해자와 함께 들어온 다른 여성 7명을 내보내 김건모와 피해자만 남은 상황에서 원치 않은 성행위를 요구하다 강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폭행도 동반됐다는 게 피해자의 주장이다.
지난 10일에는 김건모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가 등장했다. 이 피해자는 자신이 2007년 강남 테헤란로의 한 유흥주점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당시 김건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건모의 룸 파트너를 불러낸 뒤 말다툼을 벌여 “시끄럽게 했다”는 게 폭행의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안와상 골절 등의 진단을 받았으나 주점과 김건모 측의 압력으로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도 폭로했다.
폭행의 경우는 피해자가 별도로 김건모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세연을 통해 10년여 전 사건을 폭로한 것은 “성폭행 피해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김건모 측은 추가 폭행 폭로 이후부터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김건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는 가로세로연구소에 직접 출연해 관련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사진=가로세로연구소 캡처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이 근무했던 유흥주점은 문을 닫았거나 다른 업소로 변경해 운영 중이다.
논현동 유흥주점거리에서 만난 한 업소 관계자는 “경찰 단속 문제 때문에 사장은 같더라도 상호만 바꿔서 영업하는 경우도 있고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몇 년마다 한 번씩 자리만 옮겨서 영업하는 경우도 있다”며 “2016년(박유천 유흥업소 종업원 성폭행 사건) 이후로는 연예인도 업소도 다 몸을 사리고 있어서 큰일이 터진 것은 잘 몰랐다. 그때 한참 미투로 시끄러웠을 텐데 왜 그때 고소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건모가) 나이 먹고 솔로다 보니까 젊은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경우는 더러 있던 것으로 안다. 업소 여성들 말고도 세션(반주자)이나 연예계 쪽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유명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미투 이후에 이렇게 큰일이 터질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업소 여성들을 가볍게 보는 1990년대 유명 연예인의 특성상 자신한테는 이런 일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강남경찰서는 내용 검토가 끝나는 대로 고소인인 피해자를 불러 피해 사실을 조사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김건모의 소환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김건모는 ‘미우새’에서 불명예 하차하게 됐지만 25주년 기념 공연은 그대로 진행한다. 김건모의 공연은 오는 24일 부산을 시작으로 31일 광주, 내년 1월 의정부와 수원, 2월에는 대구와 서울 순으로 예정돼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