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과 친분 쌓은 업소 관리자들 ‘해결사’ 역할 자처…“관리자 믿고 방관하면 사건 더 커져”
김건모 성폭행 의혹 사건을 다룬 ‘가로세로연구소’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거듭되는 유흥업계 관련 연예인 구설수를 두고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은 왜 연예계와 유흥업계가 이렇게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느냐다. 많은 산업 분야가 연예인과의 친분을 중시한다. 아무래도 연예인의 유명세가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유흥업계는 그다지 홍보에 도움이 될 영역이 아니다. 특히나 연예인의 출입이 비밀리에 이뤄져야 할 룸살롱 등은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룸살롱 등 접대여성이 있는 유흥업소와 연예인의 관계는 생각보다 밀접하다. 이 부분에 대해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의리’를 얘기한다. 서울 강남 유흥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관계자의 설명이다.
“말 그대로 의리다. 우연히 누군가의 소개로 연예인을 손님으로 받게 되고 친분이 쌓이면 이것저것 편의를 제공해주게 된다. 사실 대부분의 연예인은 그리 좋은 손님이 아니다. 우리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가격도 일반가보다 싸게 해주는 터라 수익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화면을 통해 본 이미지와 달리 진상으로 분류될 만한 연예인 손님들도 많다. 그렇지만 이곳은 그들도 카메라에서 벗어나 쉬러 오는 공간이기에 이해하려 하는 편이다. 그렇게 서로 친분이 쌓이면 그게 의리가 된다. ‘내가 톱스타 누구누구와 친한 관계’라는 생각이 들면 그들이 원하는 걸 맞춰주며 관계로 발전한다. 가끔 그들도 우리와의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면 우리는 더 많은 걸 해주게 된다.”
유흥업계의 구조상 연예인들은 특정 업소와 친분이 아닌 특정 관리자와 친분을 쌓는다. 그래서 친한 관리자들이 업소를 옮기면 연예인들도 따라 옮기곤 한다. 여기서 말하는 관리자는 바지사장이나 그 바로 밑에서 업소를 관리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대개 ‘이사’라고 부른다. 앞서의 관계자는 종종 연예인들도 유흥업계 관계자들과의 의리를 중시한다고 언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뒤 그들을 언급해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식 석상에서 어느 유흥업소의 누구를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다. 대신 성과 직함만 언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고마웠던 사람으로 여러 명을 순차적으로 언급하다 ‘김 이사님’ 정도의 표현을 하나 끼워 넣는 것. 일반 대중은 소속사 등 연예관계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유흥업계에서는 바로 소문이 난다. 어느 톱스타가 시상식장에서 유흥업소 아무개 이사를 직접 언급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화려한 강남 밤거리의 유흥업소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합니다. 사진=일요신문 DB
그리고 그들은 연예인이 유흥업소에서 뭔가 애매한 일에 연루되면 이를 해결해주는 역할도 맡게 된다. 이미 연예인과 의리를 나누는 사이가 된 만큼 그가 연예계 활동을 하는 데 방해가 될 만한 일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이를 해결해주려 하는 것. 이런 과정에서 일이 더욱 커지고 꼬여 버린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설명이다.
“박유천 사건이나 김건모 사건은 모두 룸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CCTV도 없고 목격자도 없다. 그리고 서로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며 고소까지 이뤄진다. 아무래도 룸 안에서 벌어진 일을 가장 잘 아는 이는 업소 관리자다. 나도 과거 함께 일하던 연예인이 룸살롱에서 싸움에 휘말려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도 거기 이사로 있던 관리자가 자기만 믿으면 다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일이 커져 고생했었다. 물론 그런 데 가서 아무 일 없이 잘 놀고 오는 게 가장 좋다. 그럼에도 뭔가 일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거기 관리자가 자기만 믿으면 된다고 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다가 나중에 후회한 연예인들이 많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연예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얘기하라고 한다. 그쪽도 일을 잘 처리할 수 있겠지만 우리도 나서서 손을 더하면 더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건모 사건의 경우 양측의 입장이 완벽하게 엇갈리고 있다. 강용석 변호사는 고소인을 대신해 김건모의 성폭행과 폭행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데 반해 김건모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힌다. 김건모가 강 변호사가 공식입장 전문에서 밝힌 유흥업소에 간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거기를 가긴 했지만 문제의 성폭행이 이뤄졌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유흥업계에서는 이번에도 사실 관계를 가장 명확하게 아는 이는 다름 아닌 그 업소 관리자일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미 유흥업계에는 ‘A 이사’만큼은 당시 일을 자세히 알고 있다는 구체적인 소문까지 돌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