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다큐 3일’ 캡처
13일 방송되는 KBS ‘다큐멘터리 3일’ 606회는 ‘오매, 꿀밭 열렸네’ 편으로 꾸며진다.
바다에서 피는 검은 꽃 석화. 1년 동안 바다가 품어준 자연산 석화를 채취하는 남포마을 주민들. 눈에서도 손에서도 꿀 떨어지는 석화 채취의 시즌이 돌아왔다.
이곳에서는 굴이 꿀보다 달다며 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 해 딱 여섯 번만 물 때가 맞는 길을 열어 주기 때문에 일 년 중 제대로 작업할 수 있는 날은 18일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하루하루의 작업에 모든 정성을 쏟는 남포마을 주민들.
2019년 첫 석화 채취에 남포마을의 52가구가 총 출동했다. 개인 밭과, 공동 밭 (어촌계 회원 중 가족 구성원 당 한 명씩만 작업 가능)으로 나눠진 장흥의 갯벌.
바다가 주는 보물인 굴을 캐내기 위해 허리도 펴지 못하고 작업하시는 어민들의 72시간을 제작진과 함께 했다.
이곳 장흥에서 석화 채취는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소중한 일거리이자 마을의 자산이다.
장흥의 굴은 부모님들에게 손주들 줄 용돈이고 노후를 준비 자금이다. 때문에 남포마을 사람들은 석화 갯벌을 ‘은행’이고 ‘금밭’이라 말한다.
갯벌에서 일하는 부모들은 멀쩡하던 몸도 꿀 따는 철만 되면 쑤신다고들 하지만 자식들에게 무엇이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은 마음에 채비를 하고 석화 채취 작업에 나선다.
남포 마을의 아들들도 이 시기에는 석화 채취의 현장에 함께 뛰어든다. 4년 전 귀어귀촌한 40대 아들부터 사춘기 고등학생 아들까지 나서서 ‘주우면 임자’인 굴밭에서 자연산 석화 따기에 여념이 없다.
이 중에는 경기도 양주에서 5시간 운전하고 남포마을로 내려온 아들 정성완 씨(46)는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효자이다.
남들은 주말을 즐길 시간에 퇴근 후 아르바이트까지 끝내고 밤길 운전을 해 토요일 새벽 3시에 고향에 도착했다.
몸 불편한 부모님을 도시에서 모시고 살 형편도 넉넉하게 용돈을 드릴 형편도 안 되어 몸으로 대신 효도한다는 장성완 씨.
알고보면 그의 부모님도 장흥군에서 인정한 효부효자이다. 아버지 정판조 씨(83)는 십대 때부터 중풍을 앓고 있는 모친을 53년간 모셨다.
아버지는 곧 80세가 될 몸으로 갯벌로 나서는 부인을 걱정하고 어머니는 일손을 돕겠다며 멀리서 내려오는 아들을 걱정하고 아들은 몸이 불편한 부모를 걱정한다.
한편 어부들이 배를 타고 나가 작업을 하던 시절부터 깜깜한 밤에 작은 불을 켜고 무사히 바닷일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바랐다는 유래가 전해지는 탐스러운 아기 엉덩이 모양을 하고 있는 소등섬.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촬영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던 남포마을 소등섬에서는 정남진의 일출과 일몰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출사지로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제작진은 전라남도 장흥군 남포마을에서 정직한 노동의 현장으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