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 머물던 객실서 불 번져…‘신변 비관’ 방화에 가능성
12월 22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수십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모텔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아무개 씨(39)가 해당 모텔에 투숙하기 위해 길을 지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씨는 12월 22일 0시쯤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로 들어가 3층의 객실에서 투숙했다. 그로부터 약 6시간이 지난 오전 5시 45분께, 그가 묵은 객실에서 연기와 화염이 치솟았다.
방화를 저지른 것은 김 씨였다. 그는 라이터로 베개에 불을 붙인 뒤 불을 확산시키기 위해 화장지를 둘둘 풀어 올려놓기까지 했다. 불길이 거세지자, 그는 이불을 덮고 객실에서 대피했다.
그러나 객실에 짐을 두고 온 것을 뒤늦게 깨닫고, 김 씨는 물건을 챙기기 위해 다시 모텔방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연기를 마시고 화염으로 인해 화상을 입었다. 김 씨는 곧 모텔에서 가장 먼저 대피해 구조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씨가 불을 낸 객실 방문을 열며 산소가 공급되며 불길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김 씨 역시 방문을 열자 불이 거세게 번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당시 모텔에는 50여 명의 투숙객이 머물고 있었고, 그중 20여 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그러나 나머지 30여 명은 4~5층에 갇혀 있다가 소방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1명이 연기흡입으로 숨졌고, 32명은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은 특정 객실에서 불이 번진 점을 미뤄, 방화 가능성을 두고 용의자를 찾아 나섰다.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김 씨에게 그을음의 흔적이 적은 것을 보고 “불을 질렀느냐”라고 물었다. 김 씨는 “제가 불을 지른 것이 맞다”고 답했다.
김 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알려졌다. 오피스텔에 거주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주거지로 돌아가지 않고 모텔에 투숙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치료 중으로 정확한 진술은 하지 못하지만, 횡설수설하는 과정에서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씨의 병원 치료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