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 과실 인정…“현재는 환자 회복이 우선, 차후 환자(보호자)와 문제 논의할 것”
- 환자 가족, 진심어린 사과 요구…“같은 사고 반복 없도록 대책 마련해야”
- 동산병원 의료과실 이번만 아냐…지난달에도 비슷한 사고 발생
- 계명대 동산병원 암치유센터 신뢰 ‘빨간 불’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사진=일요신문 DB)
[대구=일요신문] 최창현 기자 = 수술 도중 의료진의 실수로 40대 여성의 장기에 구멍(천공)이 생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던 40대 여성이 병원의 실수로 장기에 천공이 발생하는 사고가 있었던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병원은 해당 환자의 자궁적출술을 시행하고 있었으며, 수술 도중 의료진이 자궁 부위와 근접해 있는 장기를 건들면서 천공이 생겼다.
이에 따라 동산병원이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암 환자들의 희망이 될 암치유센터로 환자와 한 발짝 더 가까워지겠다”는 슬로건을 내건 이 병원 암치유센터의 신뢰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28일 동산병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자궁경부암으로 수술을 받던 A(49·여)씨의 자궁적출술 과정에서 수술 부위와 가까이 있는 장기(대장)를 잘못 건드려 천공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환자는 패혈증이 왔으며, 사흘 뒤인 19일 새벽 응급수술에 들어갔다.
긴급한 상황이었다. 환자는 자궁적출술 이후 천공에 의한 패혈증으로 혈압 상승과 고열에 시달렸으며, 배 안에 가스가 차는 현상이 발생했고 급기야 자가 호흡곤란으로 혼수상태에 이르러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수술대에 올라야만 했다. 당시 수술은 먼저 자궁적출술을 집도한 의사(교수)와 또 다른 교수 몇 명이 입회하에 이 병원 원장이 직접 나서서 구멍 난 장을 봉합하는 수술 등이 진행됐다. 환자의 상태와 수술이 얼마나 급박했는지를 알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날 수술을 마친 A씨는 의식불명 상태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수술 중 장기가 천공되는 사고는 그 구멍 크기와 관계없이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대구지역 모 대학 의과대 한 교수는 “천공된 채 장내에 있는 내용물이 밖으로 그대로 새어나오기라도 한다면 복막염 등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곧 환자 목숨과도 직결될 수 있다”며 “당시 수술실 분위기는 아주 급박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의료과실을 인정했다. 동산병원 박문희 홍보팀장은 “담당교수가 수술 과정에서의 과실에 대해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며 “현재는 환자의 빠른 회복이 우선이라 병원 차원의 논의는 아직 진행되고 있지 않고 있다. 병원이 과실을 인정한 만큼 차후 환자(보호자)와 배상 등 문제를 포함해 여러가지 사후 관리에 대한 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자 가족들은 “병원에서 과실을 인정하고 있어 다행”이라며 “수술 후 발생될 수 있는 불행한 결과에 대해서도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병원 측에서는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일 간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은 A씨는 최근 일반병동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현재 음식물 섭취 장애로 물만 간간히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병원 의료 과실이 이번만이 아니라는 것인데, 지난 11월에도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 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달 다른 40대 여성 환자의 자궁적출술 중 ‘요관’(소변을 방광까지 운반하는 관)을 건드려 구멍이 나 세균 감염 등이 우려돼 재수술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이번 장기 천공 환자와 관련 ‘일요신문’ 취재진이 해당 환자에 대해 상태를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병원 관계자가 다른 환자 차트를 보고 답변하며 밝혀진 사고(?)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요관 천공은) 자궁적출 수술 시 어쩌다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라 수술 전 동의서를 받고 있다”며 “이 환자의 경우 이와 관련해 동의서를 받았고,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 상황인 만큼 병원 측의 과실을 떠나 법적으로 문제시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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