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 의혹 이어 유흥업소발 루머 유튜브 타고 확산중…소속사들 소문 차단 안간힘
김건모 논란을 주도한 것은 가로세로연구소지만 나중에는 다른 유튜버들도 폭로전에 가세했다. 사진=가로세로연구소 방송 화면 캡처
1990년대 PC통신 시대를 거쳐 2000년대 들어선 인터넷이 본격화됐다. 그렇게 모습을 그러낸 ‘정보의 바다’에서 가장 먼저 화제가 된 것 역시 연예계 루머였다. 그만큼 당시 연예계는 루머로 몸살을 앓아야만 했다. 술집이나 카페 등에서 구전으로만 돌던 루머가 인터넷을 통해 말이 아닌 글의 형태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퍼져나가면서 루머의 확산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에 그런 루머를 마구 올린다고 연예인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거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게 범죄인지도 모른 채 각종 연예계 루머를 퍼다 나르는 이들도 많았다.
게다가 구체적인 정보까지 뒷받침됐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된 연예계 관련 이슈는 성형 의혹과 병역 면제였다. 구전으로만 떠돌던 성형 의혹은 데뷔 전 사진(특히 각종 졸업사진)과 데뷔 후 사진을 비교하는 방식이 도입되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유승준 병역기피 논란 이후에는 ‘인기 연예인들의 병역 면제 사유’가 아예 표로 제작돼 돌아다니기도 했다. 아무래도 사진을 비교하니 성형 의혹이 훨씬 신빙성을 얻었고 청소년들의 우상이던 연예인이 정신 병력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터무니없는 연예계 루머들도 마치 뭔가 근거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며 확산됐다. 요즘에는 그런 루머가 돌면 연예인 소속사가 이를 부인하는 공식 입장을 내고 바로 소송을 진행한다. 그렇지만 당시 연예계에서는 아무런 대응 없이 조용히 루머가 지나가기를 바라는 게 최선이었다.
역시 당시에도 가장 대표적인 연예인 루머는 유흥업소와 관련된 것이었다. 누가 룸살롱에 자주 다닌다는 얘기부터 시작해 당시 한창 인기를 끌었던 안마시술소와 같은 불법 윤락업소 단골 연예인 리스트도 돌았다. 호스트바 단골 여자 연예인에 대한 소문이나 호스트 출신 남자 연예인 관련 루머도 있었다. 당연히 룸살롱 출신 여자 연예인에 대한 소문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일부 여자 연예인이 일본 도쿄 유흥가에서 일했다는 루머까지 등장했다.
2000년대 초중반 인터넷을 통해 마구잡이로 확산되던 연예계 루머는 2005년 ‘연예계 X파일’ 사태를 계기로 다른 국면에 접어든다. 비로소 연예인들이 그런 루머에 참지 않고 대응하기 시작한 것. 그런데 당시 ‘연예계 X파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루머 가운데 하나 역시 유흥업소 관련 내용들이었다.
최근 연예계는 유튜브라는 새로운 루머 유통 경로를 맞이하게 됐다. 불씨를 던진 것은 김건모 논란을 폭로한 가로세로연구소지만 이미 유뷰브에는 이런 불씨가 충분한 확산력을 가질 만큼 기름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설명이다.
“한국에선 특이하게 유튜브를 정치 뉴스가 주도했기 때문에 가짜뉴스 논란도 정치를 비롯한 시사 현안이 많았다. 오히려 연예계에서는 다행스런 일이었다. 그렇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런 연예계 루머나 가짜뉴스를 방송하는 유튜버들은 이미 있었다. 대중이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김건모 논란 이후 유튜브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김건모 의혹을 처음 제기한 곳은 가로세로연구소지만 나중에는 다른 유튜버들도 폭로전에 가세했다. 또 다른 유튜버들도 움직이고 있다. 이제는 언론사 연예부 기자에게 확인 전화를 받는 것보다 유튜버들에게 그런 전화나 문의를 받는 게 더 두려운 세상이 됐다.”
최근 연예계에서는 여성 톱스타의 호스트바 관련 폭로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아다니고 있다. 유흥업소 내부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실제로 ‘어느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의 유흥업소 관련 루머로 인해 유튜버의 확인 전화를 받고 방송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등의 소문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여자 연예인 A가 호스트바 중독인데 워낙 험하게 놀아 그쪽 업계에서 진상으로 유명하다는 내용의 방송을 한 유튜버가 준비 중이라는 내용의 소문이 화제가 되고 있다. A의 소속사 대표가 여기저기 인맥을 총동원해서 해당 방송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얘기가 곧이어 흘러나왔다. 만약 소문대로 A의 호스트바 관련 방송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될 경우 엄청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유흥업계에서도 비슷한 소문이 돌고 있다. 유튜버들이 유흥업계의 마담들과 접촉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미 몇몇 유튜버들을 통해 유흥업소 마담들의 인터뷰가 방송되기도 했지만 김건모 등 대부분 기존 폭로 내용과 관련된 인터뷰였다. 그렇지만 유흥업소 마담이나 접대 여성 등을 통한 또 다른 스타급 연예인 관련 폭로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될 경우 연예계가 매우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