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내수시장 신차효과로 이익률 반등…신차 적은 올해 GV80 등 고가정책 전망도
현대차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고가 정책의 신호탄을 올해 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 SUV 모델인 팰리세이드의 성공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제네시스 브랜드 GV80(사진)를 앞세워 이같은 전략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현대자동차
#2019년 현대차, 부익부 빈익빈?
현대차는 2019년 내수 시장에서 전년 대비 2.9% 증가한 74만 1842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월평균 6만 대 이상을 판매한 셈이다. 신차의 선전 덕분이다. 2014년 3월 7세대 모델 출시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신형 쏘나타가 ‘10만 대 클럽’에 재가입하며 이름값을 한 가운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새로운 모델인 ‘베뉴’와 ‘펠리세이드’가 힘을 보탰다.
전체 성적표만 놓고 보면 호실적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신차의 선전 뒤 기존 모델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실제 현대차 세단 중 2019년 전년 대비 판매량이 상승한 모델은 쏘나타가 유일하다. 그간 판매량을 이끌던 그랜저가 부분변경 모델 출시 등의 영향으로 주춤했고 세단 라인업의 한축을 담당하던 준중형 모델 아반떼의 판매량도 전년 대비 18% 이상 줄었다. 엑센트 벨로스터 아이오닉 i30의 존재감은 더욱 희미해졌다. 코나 투싼 싼타페 역시 전년 대비 10% 이상 판매량이 감소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G70이 선전했지만 상위 모델인 G80의 판매량이 같은 기간 40%나 감소했다.
올해는 당장 신차 가뭄이다. 신형 아반떼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지만 준중형 모델의 시장 규모가 예전과 같지 않다. 소비자의 기호가 점차 대형화·고급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투싼 역시 소형과 중·대형 SUV 사이에서 위치가 애매해진 모델이다. 더욱이 기아차가 올해 쏘렌토 신형을 출시한다.
#내수 시장 성적표에 쏠리는 이목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 10%대가 무너진 이후 급전직하하고 있다. 2018년 영업이익률은 2.5%까지 떨어졌다. 2019년 영업이익률은 3분기까지 3.1%를 기록했다. 기대만큼 영업이익률이 오르지 않은 것은 3분기에 품질 관련 일회성 비용으로 영업이익률이 1%대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4분기에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연간 기준 영업이익률은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 4%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올해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 5%를 달성하고 2025년까지 8%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재 경쟁 업체의 영업이익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내수 시장 실적에 관심이 집중된다. 내수 판매량이 중요한 이유는 영업이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의 경우, 상황이 녹록지 않다. 미국 시장은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이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가 가장 저렴하게 자사 모델을 내놓는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최근 몇 년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인도 등 신흥 시장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저가 모델이 중심이다. 쉽게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셈이다. 이 때문에 내수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목표로 내세운 영업이익률 5% 달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룹의 운전대를 잡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첫 번째 고비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체 판매량의 4분의 3 이상을 해외 시장이 차지하고 있지만 수익률은 국내에 비해 떨어진다”며 “지난해 선보인 신차의 판매 추세를 올해도 유지한다면 목표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가 주춤하지만 현대차가 올해 내수 시장에서 수익성 확보와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킬 신차가 없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존 출시된 모델의 신차 효과가 주춤해지면 내수 시장의 판매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만회해줄 모델도 마땅치가 않다. 실제 현대차는 올해 국내 판매 목표를 올해보다 1만 대가량 줄어든 73만 2000대로 잡았다. 기존 신차의 판매 상승세 유지에 사활을 걸어야 할 입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수익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원가경쟁력을 기반으로 전동화 비중을 높일 예정”이라면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적으로 시장 안착도 수익성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고가 정책의 신호탄을 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 SUV 모델인 팰리세이드의 성공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제네시스 브랜드 GV80를 앞세워 이 같은 전략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GV80의 가격대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1~2년 안에 연간 10만 대까지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 영업이익률 달성의 전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재 GV80의 최대 시장은 해외가 아닌 국내 내수 시장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61조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정의선 수석 총괄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업이익률은 그 과정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그 첫발이 올해 내수 시장 성적표에 달렸다.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