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파기환송심, 현대차 정의선 지배구조개편, 한진 조원태 남매 갈등 등 ‘잘 돼야 될 텐데~’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관련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임준선 기자
#사법처리 위기에 놓인 삼성 이재용과 효성 조현준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은 2020년에도 사법처리에 대해 고심이 깊다. 당장 1월 17일 서울고법에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기일이 예정돼있다. 앞서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의 원심 판결을 뒤집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이 뇌물규모를 86억여 원으로 넓게 봤고,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현안을 인정하면서 다시 위기에 놓였다.
집행유예 가능성도 존재한다. 재판을 담당한 정준영 부장판사가 이재용 부회장을 향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삼성 신경영’ 선언을 통해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냐”라며 “이 사건은 삼성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 범죄다. 방지를 위해선 실효적인 기업 내부 준법감시 제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한 것.
이를 두고 삼성 문제를 지적해온 법조계 관계자는 “1차 기일에서 재판부가 느닷없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훈계성 당부를 했다”며 “재판부가 엄한 훈계를 한 다음 완화된 형량을 선고하는 경우가 있다.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의 이유”라고 밝혔다.
새해에도 이 부회장까지 연루될 가능성이 있는 검찰 수사가 남아있다. 자회사 노조와해 공작 개입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사건, 그 과정에서 불거진 증거인멸 혐의 수사 등이다.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을 주도한 혐의에 대해 ‘삼성 2인자’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됐다. 이날 삼성 임직원 피고인 중 7명이 실형으로 구속됐고, 26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그룹 차원의 조직적 노조 와해 공작이 있었음이 인정됐지만, 검찰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이러한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에 대해서도 서울지법 1심 재판이 삼성전자 이 아무개 재경팀 부사장과 김 아무개 부사장, 박 아무개 부사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 외에 5명의 임직원에게도 집행유예형을 내렸다.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이 지난 6월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이 부회장만 남겨둔 상태에서 해를 넘기도록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사건의 본질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의혹 관련 수사 기소 여부도 남아있다. 검찰은 2018년 말부터 수사에 들어가 지난여름부터 기소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보완수사 중이라며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을 둘러싼 모든 수사가 이재용 부회장만을 남겨두고 멈춘 상태이기에, 새해 검찰의 수사 의지에 따라 이 부회장이 추가로 검찰 조사 및 기소를 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효성그룹 역시 새해 법적 문제로 골머리를 썩을 것으로 보인다. 조현준 효성 회장과 관련해 진행 중인 재판은 현재 2건. 법인카드로 16억 원을 업무 외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조 회장은 2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아, 대법원에 상고했다. 지난 9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조 회장은 징역 2년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다만 즉각 항소하면서 대법원 확정판결 시까지 형 집행이 유예, 법정구속을 피할 수 있었다.
송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2월 12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가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넘겼다. 이들 부자와 임원 등이 개인 형사사건 변호사 선임비용을 회사자금으로 지출한 업무상 횡령 등 혐의다. 또한 26일에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승모)가 조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배구조개편 필요한 롯데 신동빈과 현대차 정의선
사법처리 문제에서 한숨 돌린 총수도 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70억 원 뇌물을 준 혐의에 대해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판결 받으면서 ‘오너리스크’가 해소됐다. 이어 관세청으로부터 대법원의 신 회장 판결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면세점 운영권) 박탈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최종 결론도 받아냈다.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은 새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사 전환과 신 회장이 지향하는 ‘원 롯데’ 구상의 완성에 호텔롯데 상장만 남겨두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와 일본롯데 계열사가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는 호텔롯데 상장은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롯데의 지분을 낮추고 한일 롯데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이다.
호텔롯데 상장 과정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점의 실적이 관건이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는 새해 면세점 해외 진출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박정훈 기자
그럼에도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는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2018년 5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현대모비스 일부 사업부분과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한 후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지주사로 만든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이 개편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며 제동을 걸었고, 결국 현대차는 계획을 백지화하며 철회했다.
이후 현대차는 1년이 넘도록 새로운 지배구조개편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정의선 체제가 공고히 되고 있는 만큼 새해 지배구조개편을 다시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집안 문제 해결해야 하는 SK 최태원과 한진 조원태-조현아
오너 일가 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업도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을 새해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노소영 관장이 서울가정법원에 최태원 회장에 대한 이혼 맞소송 소장을 제출한 것. 앞서 최 회장이 2015년 12월 내연녀와 혼외자 존재를 알리고 2017년 7월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노 관장은 이혼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노 관장도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두 사람의 이혼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최 회장은 그동안 빨리 이혼 절차 마무리를 원했다. 노 관장 역시 이혼을 결심한 이상 불필요하게 시간 끌 이유가 없다”며 “조만간 1심에서 양측이 합의조정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노 관장이 이번 소장을 통해 요구한 재산분할이 관건이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그룹 지주회사 SK(주) 주식 1297만 5427주(18.44%)의 42.29%를 자신의 몫으로 청구했다. 주식가치로 1조 4000억 원에 달한다. 가능성은 낮지만 노 관장의 청구대로 지분분할이 이뤄질 경우 노 관장은 지분 7.8%를 확보, 최 회장에 이어 SK(주)의 2대주주로 올라선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갈등을 보이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고성준 기자
한진그룹도 총수일가의 남매 간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최근 한진 총수 남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이에 분란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 부친 고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지 불과 8개월 만의 일이다(관련기사 조원태-조현아 ‘남매의 난’…한진칼 3월 주총에 촉각).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12월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회장은 고 조양호 전 회장이 남긴 가족 공동경영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조 회장이 최소한의 사전 협의 없이 경영상 중요 사항들을 결정·발표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진가 남매의 난’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그룹 내 독주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조현아 전 부사장의 몫으로 분류되던 호텔·레져 사업을 재무구조개선 명목으로 정리하려 하자 조 전 부사장이 반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남매가 마냥 다툼만 벌이기도 쉽지 않다. 경영권을 위협하는 외부 존재들이 있기 때문. KCGI(강성부펀드)는 분쟁이 외부로 알려지기 전인 지난 12월 13일부터 18일까지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수차례 한진칼 지분을 매입, 보유 지분이 기존 15.98%에서 17.29%까지 늘렸다.
반면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 지분 6.52%를 갖고 있고,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각각 6.49%와 6.47%를 보유하고 있다. 모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도 지분 5.31%를 들고 있다. 따라서 2020년 주총에서 KCGI의 공세를 방어하려면 총수 일가가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국민과 고객의 신뢰 회복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게 곧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이라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