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굵을수록 대사증후군 확률 높아…‘롱다리’ 치매 가능성↓ 전립선암 가능성↑
그저 장난처럼 들리는 이런 말들이 실은 과학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요컨대 특정 신체 부위의 사이즈를 통해 통풍, 고혈압, 심장병, 암 등 다양한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심지어 과학자들은 무려 40가지가 넘는 질병 및 성격적 특성이 손가락 길이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근 ‘미국인체생물학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검지가 약지보다 더 긴 여성들의 경우(자궁 속에서 에스트로겐에 더 많이 노출된 경우) 약지가 검지보다 더 긴 여성들보다 폐경이 늦게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신체 치수는 자궁 속에서 혹은 어린 시절에 이미 결정되기도 하지만, 몇몇 신체 치수는 성인이 된 후에 습득한 생활 습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다음은 영국의 과학자들이 소개한 신체 사이즈와 각종 질병의 상관관계다. 간단한 방법으로 나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볼 수 있다.
목둘레가 41cm가 넘는 사람들의 경우, 발기부전이나 발기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비율
몸통에 비해 다리가 얼마나 긴지를 측정하면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신체 비율을 측정하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키가 얼마인지 잰 다음 앉은 상태에서 머리 위부터 의자와 엉덩이가 만나는 부분까지의 길이를 잰다. 그런 다음 키에서 이 치수를 빼면 다리 길이가 나온다. 이 수치가 바로 몸통 대 다리 비율, 즉 신체 비율이다. 예를 들어 몸통 길이가 75cm, 다리 길이가 100cm인 경우 비율은 75:100이다.
지난해 ‘국제환경연구 및 공중보건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몸통에 비해 다리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경우에는 과체중, 심장병, 제2형 당뇨, 간 질환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대학 역시 다리가 길수록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낮은 반면, 다리가 짧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20% 더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영국 러프버러대학의 연구진들은 전립선암, 고환암, 폐경 전 유방암, 자궁내막암, 대장암 등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다리가 긴 사람들에게서 발병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치매의 경우에는 다리가 길수록 유리하다. ‘플로스 원’ 학술지에 발표된 킹스칼리지 런던의 연구에 따르면, 몸통에 비해 다리가 유난히 긴 사람들의 경우 치매에 걸릴 확률이 20% 더 낮다.
그렇다면 이유가 뭘까. 도대체 다리 길이와 건강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이는 영양 섭취와 관련이 있다. 몸통에 비해 다리가 긴 사람들은 어린 시절 영양 상태가 비교적 좋았기에 발육이 빨랐다는 것을 의미하며, 상대적으로 다리가 짧은 사람들은 어린 시절 영양 상태가 나빴거나, 빈곤했거나, 혹은 임신 중 흡연 등의 부정적인 환경 때문에 발육이 느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영양 상태는 어린 시절 뇌세포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결과적으로는 치매와도 연관이 있다. 이에 대해 연구진들은 ‘플로스원’ 저널을 통해 “다리 길이는 어린 시절의 영양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어린 시절의 영양 상태가 뇌의 발달을 이끌고, 결국 노년이 됐을 때 나타나는 신경변성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후 1년 동안 영양 공급이 부족할 경우에는 인슐린에 대한 신체의 민감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도 말했다.
#머리 크기
영국 ‘메일온라인’에 따르면, 남자의 평균 머리둘레는 58.4cm, 여자의 평균 머리 둘레는 56cm다. 머리둘레는 줄자를 이용해서 잰다. 이마에서 눈썹 바로 윗부분, 즉 가장 앞으로 튀어나온 부분에 줄자를 대고 뒤통수에서 가장 넓은 부분을 감싸는 형태로 머리 크기를 측정한다.
머리 크기는 치매와 관련이 있다. 과학자들은 머리가 클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고 말한다. 가령 싱가포르 국립대학병원이 2500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머리가 작을수록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2.1배 더 높아진다. 또한 ‘임상실험신경심리학 저널’의 두 번째 연구에서는 머리둘레가 작고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일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네 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뇌세포 발달과 연관이 있다. 한 가지 가설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여섯 살까지 전체 크기의 93%까지 성장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좋은 뇌세포가 많이 발달할수록 노년에 뇌를 보호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싱가포르 국립대학병원의 연구원들은 ‘국제노인정신의학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머리둘레가 작다는 의미는 두개골의 용량이 작다는 것을 나타내고, 이는 뇌의 성장을 저해한다. 이에 따라 노년에 치매의 발병을 막을 수 있는 인지력을 구축할 수 있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허리가 가늘고 엉덩이가 큰 ‘배 모양의 몸매’의 사람들이 건강 문제에 덜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 대 엉덩이 비율
허리와 엉덩이 비율로도 건강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허리 치수를 엉덩이 치수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허리 사이즈가 30인치이고 엉덩이 둘레가 38인치인 사람의 경우, 허리 대 엉덩이 비율은 0.78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에는 0.85 이하, 남성의 경우에는 0.9 이하일 때가 가장 이상적이다. 이보다 높을수록 ‘사과 모양의 몸매’ 즉, 허리에 살집이 많은 체형이다. 이런 ‘사과 몸매’는 허리가 가늘고 엉덩이가 큰 ‘배 모양의 몸매’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건강 문제에 시달린다. 허리둘레에 지방이 많이 축적될수록 심장질환, 제2형 당뇨, 암에 걸릴 위험이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허리 대 엉덩이 비율이 낮은 ‘배 몸매’를 가진 여성의 자녀들은 지능 검사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들이 ‘진화 및 인간 행동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엄마의 신체 비율이 0.01포인트(p) 하락할수록 지능 검사에서 아이의 점수는 0.061p 상승했다. 이는 엉덩이 부위의 체지방 속에 축적되는 지방산 때문으로 추측된다. 지방산은 뇌의 발달에 필수적인 요소다.
‘사과 몸매’가 제2형 당뇨에 걸릴 위험이 높은 이유에 대한 추론 가운데 하나는 허리 주위의 지방 세포가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신체의 체계를 손상시킬 수 있는 화합물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키
20세 전후까지 계속 자라는 키는 수정란부터 성인기까지 겪은 일련의 사건들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키는 특히 여러 암의 발병과 상관관계가 있다. 실제 ‘세계암연구기금’의 보고에 따르면, 키가 클수록 여러 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진다.
또한 미국 ‘암학회’는 키와 몸무게 그리고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폐경 후 여성 42만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 가운데 3000명이 14년 안에 유방암에 걸렸는데, 이때 유방암 사망률은 키에 따라 증가했다. 가령 키가 170cm 이상인 여성은 152cm 이하의 여성보다 유방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64% 더 높았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브리검여성병원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키가 클수록 전립선암의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그런가 하면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4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는 키와 몸무게 그리고 췌장암 사이의 관련성을 보여준다.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키가 큰 사람이 가장 작은 사람보다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74% 더 높게 나타났다.
물론 키가 크다고 꼭 불리하지는 않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186cm 이상인 남성은 173cm 이하인 남성보다 심장마비를 겪을 가능성이 35% 낮았다.
이에 대한 한 가지 추론은 태아 때 자궁 속에서, 그리고 생후 어린 시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유전자, 영양분, 호르몬이 키뿐만 아니라 몸 안의 모든 세포의 성장과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무엇 때문에 키가 크든, 키가 크면 일부 질병의 위험도 덩달아 증가한다.
여성의 경우에는 검지보다 약지가 길수록 조기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
#손가락 길이
검지와 약지의 길이만 비교해 봐도 어느 정도 건강 문제를 유추할 수 있다. 검지 길이를 약지 길이로 나눈 비율을 계산했을 때 남자의 평균은 0.95이고, 여자의 경우는 거의 1에 가깝다.
남성들의 경우에는 검지보다 약지가 길수록 번식력이 강하고, 공격력이 강하며, ADHD와 우울증의 위험이 높아진다. 다만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은 낮아진다. 또한 검지와 약지의 비율이 낮을수록 대머리가 될 위험은 더 높아진다. ‘미용피부과학 저널’에 실린 한 연구에서 남성 탈모 환자의 손가락 비율은 0.893이었는데, 이는 탈모 문제가 없는 대조군에서 볼 수 있는 0.971보다 낮은 수치였다.
여성의 경우에는 검지보다 약지가 길수록 조기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 하지만 ‘류머티스학 인터내셔널’지에 발표된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이스라엘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지가 긴 여성은 손가락 관절염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테스토스테론과 관련이 있다. 상대적으로 약지가 길다는 것은 자궁 속에서 높은 수준의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긴 검지는 에스트로겐에 더 많이 노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테스토스테론 수용체가 약지 손가락에 더 많기 때문이다.
#목둘레
목둘레를 재는 방법은 목과 어깨가 만나는 지점에서 2.5cm 정도 위로 떨어진 곳에서 목을 따라 줄자를 감는다. 남자의 평균 목둘레는 38cm, 여자의 평균 목둘레는 34cm다.
터키 앙카라의 ‘바스켄트대 의과대학’ 연구진들이 40~60세 남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 결과, 목둘레가 41cm가 넘는 사람들의 경우, 발기부전이나 발기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다시 말해 목의 굵기를 보면 발기부전 발병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사실 발기부전은 40~70세의 남성들 가운데 절반가량이 겪는 흔한 생식기 문제다. 발기부전의 주된 원인은 대사증후군을 포함하는 제2형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등이며, 목이 굵을수록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을 확률이 높다.
또한 목의 굵기는 수면 무호흡증과도 관련이 있다. 수면 무호흡증은 잠을 자는 동안 목의 근육이 이완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런 경우 일시적으로 호흡이 정지되고 이런 증상은 하룻 밤에 수백 번 일어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깊은 잠을 못 자기 때문에 낮에는 피로감을 호소하게 되고, 이에 따라 심장 질환 및 기타 건강 문제가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