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골문서예작품전시회 도 함께 열어...올해는 갑골문 발견 120주년이자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기념의 해
[부산=일요신문] 김희준 기자 = 경성대학교 한국한자연구소 HK+사업단(단장 하영삼)은 (사)세계한자학회, 중국사회과학원 고대사연구소, 중국은상문화학회, 중국갑골문연구센터, 중국안양사범대학 등과 공동으로 경성대학교와 부산시청 전시실에서 6일부터 12일까지 ‘갑골문 발견 1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및 갑골문서예작품전시회’를 개최한다.
올해는 중국 하남성(河南省) 안양시(安陽市) 은허(殷墟)에서 갑골문이 발견된 지 120주년이 되는 해다. 갑골문은 상(商)나라(기원전 17세기~기원전 11세기)의 사적이 새겨진 3600년 전의 세계문화유산(2006년 등재)이자 세계기록유산(2017년 등재)이다.
갑골문은 고고학, 문자학, 언어학, 역사학 등에서 중국 고대사의 시원을 밝히고 기록돼 전해지는 역사 최초의 기록이자 언어를 기술하는 완정한 문자로 알려져 있다. 갑골문은 발견 이래로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고, 많은 연구의 축적으로 갑골학(甲骨學)으로 발전되기에 이르렀다.
올해는 또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기념의 해로 각계의 기념 활동과 함께 갑골문 발견 120주년 행사도 중국 내에서 전국적으로 거행됐다. 중국의 국가주석 시진핑은 2019년 11월 1일 북경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갑골문 발견 120주년 좌담회에서 국무원 부총리 순춘란(孫春蘭)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갑골문 연구의 성과에 대해 평가하고 심화된 연구를 주문했으며, 중국 문명의 발전과 인류사회의 진보에 공헌하기를 축원했다.
이처럼 국가지도자의 중시와 관심과 함께 갑골학 연구자 및 서예가들은 올해를 기념해 기념학술대회와 서예전시회를 성대하게 거행했다.
#1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2019년 10월 18일 중국 하남성 안양시 중국문자박물관에서는 중국 중앙선전부, 교육부, 문화관광부, 과학기술부, 국가언어문자공작위원회, 국가문물국, 중국사회과학원, 하남성 인민정부 등의 문화, 언어, 역사 관련 국가기구와 갑골문이 발견된 지방정부가 주축이 되어 갑골문 발견 1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학술대회에서는 기존의 글자 풀이나 역사 고증 이외에도 갑골연구에서 갑골문 자형DB, 갑골문 저술목록DB, 갑골문 문헌DB, 갑골문 지식 서비스 플랫폼 등을 포괄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발표회를 가져 진일보한 연구 역량을 과시하고 갑골문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기념 서예공모전 및 순회 전시회
한편 갑골문 발견 120주년을 맞아 문화 예술계 특히 서예계에서도 큰 규모의 행사를 추진했다. 2019년 5월 6일 중국 안양사범대학에서 안양사범대학 갑골문연구원과 중국 은상(殷商)문화학회 갑골문예술연구원이 주축이 되어 갑골문 발견 120주년을 기념해 전국적인 갑골문 작품 서예공모전을 열기로 했다.
1,000여 폭의 응모작 중에서 특선 19작품, 입선 107작품을 최종 선별해 8월 25일 중국 안양 중국문자박물관에서 첫 전시회를, 9월 22일에는 중국 강소성 남경에서 제2차 전시회를, 중국 천진에서 제3차 전시회를 각각 개최했다.
#갑골학과 왕우신(王宇信) 교수
앞에서 소개한 학술대회와 서예전시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학자는 중국은상문화학회 명예회장인 왕우신 교수다. 1964년 북경대학 역사학과 고고학전공으로 졸업한 이후 중국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에서 갑골학과 상고사 연구에 종사했다.
중국에서 갑골문 실물의 관리와 정리를 중국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에서 주관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중국의 갑골학 연구의 기지가 바로 이 연구소임을 알 수 있으며, 왕우신 교수는 바로 이 연구소에서 핵심적인 연구를 수행했다.
#중국의 갑골문 발견 120주년 기념 행사 부산으로 오다
왕우신 교수와 한국의 인연은 갑골학에서 시작됐으며 그간 한국의 갑골학 연구자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왕우신 교수의 《甲骨學一百年》을 우리말로 2,000쪽, 총 5권으로 번역(갑골학 일백 년, 소명출판)한 경성대학교 하영삼 교수와의 학연(學緣)으로 앞서 소개한 중국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와 서예전시회가 부산으로 나들이를 하게 됐다.
#부산 국제학술대회: ‘갑골학, 고고학, 선진(先秦)역사 연구의 주요영역과 과제’, 한자문명권의 문자중심문명 특징 규명
이번 부산 학술대회는 중국에서 10월 18일 개최한 갑골문 발견 1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와 궤를 같이하면서도 갑골문발견 120주년을 기념하는 해외에서 열리는 대규모 학술대회다.
한국의 10명, 중국에서만 50여 명의 전문가가 참석하며, 대만, 일본, 베트남 등의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이번 부산 학술대회에서는 갑골학연구, 갑골문 서예, 상주(商周)역사 연구, 선진고고학, 금문 및 간백(簡帛) 등 고문자 연구 등의 영역에서 7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는 해외에서 개최되는 갑골학 학술대회로는 최대 규모이며, 갑골문발견 12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크다. 인류 문명의 결정체인 한자의 시원이자 세계기록유산, 세계문화유산 등으로 등재된 ‘갑골문’의 발견과 연구 성과 및 향후 한자문명권의 문자중심 문명의 특징을 규명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경성대학교 건학기념관에서 2010년 1월 6일 진행된다.
#부산 서예전시회: ‘한자의 시원(始原), 갑골문을 만나다’
동아시아 문명의 핵심인 한자의 원형이자 중국 문명의 상징인 갑골문 서예작품 전시는 부산 시민과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동아시아 문명시민으로의 성장 도모한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이번 서예전시회는 중국에서 진행된 갑골문 발견 120주년 전국 갑골문 서예공모전의 초청작 및 특선, 입선작 중에서 기념 햇수에 맞춰 120개 작품을 공수해와서 전시한다.
이 120점의 작품 중 중국 공모전의 허경무(사단법인)한국서체연구회 이사장을 위시한 한국작가 초청작 5점도 포함돼 있다. 왕우신 교수가 순회전시를 시작한 이후 네 번째 외유이자 해외에서는 최초의 순회전이다. 올해 4월 24일 중국 안양사범대학 갑골문예술센터에서 전 세계 서예가들의 갑골문 서예작품 700여점 중 20폭을 뉴욕의 UN본부에서 소규모로 전시한 사례가 있기는 했다.
이에 비하면 이번 부산 전시회는 취지나 규모에 있어 일찍이 없었던 대규모 행사이다. 이번 부산 전시회 준비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왕우신 교수와 북경대학 역사학과 동문이자 평소 교분이 있던 이영철 동방대학원대학 총장이 왕우신 교수와 협의해 경성대학 한국한자연구소 HK+사업단 측에 이번 전시회에 한국의 서예가들도 갑골문 서예 작품을 전시해 기념전시회의 취지를 더 살리자는 제안을 해왔다. 촉박한 시간에도 추천을 통해 기적적으로 50여 폭의 한국작가의 갑골문 서예작품이 출품됐다.
특히 한국 서예계를 대표하는 구당 여원구 선생, 초당 권창륜 선생도 흔쾌히 기념전시회의 취지에 호응해주어 작품을 출품했다. 이로써 이번 기념전시회는 한중 서예계 교류사의 새로운 전기가 됐으며, 갑골문 발견 120주년을 기념하는 취지도 배가됐다.
아울러 중국에서 가져오는 갑골문 문화창의상품도 같이 전시될 예정이어서 ‘한자 미래 산업’의 현주소와 가능성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전시회는 6일부터 12일까지 부산시청 전시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개막식은 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부산시청 전시실에서 진행되며, 서예가 전북대 김병기 교수의 서예 퍼포먼스도 준비돼 있다.
#갑골문, 새로운 도약을 꿈꾸다
갑골문은 중국 역사와 언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핵심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는 기록유산이다. 갑골문의 코드는 중국어의 시원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록 의식이 집중적으로 반영된 문자체계다. 이런 의미에서 갑골문은 지대한 문화학적 의의가 내재돼 있으며 여러 인접학문과의 소통과 융합적인 연구 영역으로 확장돼야 한다.
한자문명의 허브 구축을 목표로 인문한국플러스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성대학교 한국한자연구소 HK+한자문명연구사업단이 이러한 확장의 마중물로 이번 학술대회와 서예전시회를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과 맞물린 갑골문발견 120주년 기념행사를 추진하는 것은 훌륭한 문화 교류 사업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한중 협력에 기여할 수 있고, 한자문명창의사업의 발전 모색을 모색할 수도 있다. 아울러 부산에서 행사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부산의 문화역량을 배가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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