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독점 따른 요금 인상 불가피” vs “김봉진 대표 경영 참여 글로벌 진출”
정부가 배달의민족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기업결합심사에 착수하면서 독점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스타트업 페스티벌에서 개막식 기조연설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앱 시장 1위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2·3위 요기요·배달통을 운영하는 DH가 합병하는 데 대해 독점 피해가 우려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엄격한 심사를 촉구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전국가맹점주협의회·참여연대·라이더유니온·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도 참여했다. 음식업계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이 독점에 따른 수수료 인상과 선택권 제한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배민과 DH가 지난 12월 30일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공정위에 결정권이 넘어가자 정치권이 나선 것이다.
을지로위원회와 단체들은 공정위가 급성장한 배달앱 시장을 기존의 음식 서비스, 온라인 쇼핑 시장과 다른 독립적 산업영역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DH가 시장 90%를 독점하는 데 따른 경쟁 제한, 기업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 소상공인·자영업자·소비자에 미칠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업체 간 경쟁이 사라지면 자영업·소상공인 확보 경쟁도 사라지고, 수수료 인상 등 시장잠식과 독점이 본격화할 우려도 있다”며 “시장이 한 기업에 종속되면 기업 의사결정에 자영업·소상공인과 최종 소비자인 국민들, 배달앱 생태계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배달기사들은 어떤 방어력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들과 배달기사들도 합세했다. 김경무 전국 가맹점주협의회 대표위원은 “배달앱 시장에서 상인들의 비용 부담은 매출의 5% 정도로 합병 시 10% 이상 부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독점뿐 아니라 라이더에 대한 불공정 행위도 적극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배민이 기준이 정해져 있던 수수료 책정 체계를 M&A 발표 직전인 지난달 12월 4일 주문량과 라이더 수, 기상상황을 근거로 매일 달리 책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라이더들을 많이 모집하고자 진행하던 배달 보너스 등 프로모션을 줄였으며, 올해부터 3개월 단위 계약을 1개월 단위로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수료 안정화와 일방적 프로모션 변동 축소 등을 요구해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등이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배달의민족과 DH의 기업 결합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배민 독점 논란에 대한 의견은 대체로 배달앱 시장을 앱·배달·이커머스(전자상거래) 중 어느 영역으로 볼 것이며 지역 범위는 글로벌 차원인지 국내로 한정할지에 따라 나뉜다. 배달앱으로 한정하면 독점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분석 결과 배민과 DH 합병 후 시장점유율은 98.7%다. 그러나 전자상거래로 범위를 넓히면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위메프 등 여러 업체까지 포함돼 점유율이 뚝 떨어진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는 시장을 어떻게 획정하느냐에 달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독점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을지로위원회 주장처럼 배달앱 시장을 독립 영역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취급하는 상품 항목과 수익원, 급성장하는 배달앱 시장 등을 따졌을 때 이커머스와 같은 카테고리로 묶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다. 특히 이커머스 업계는 배달앱과 이커머스는 콘셉트 자체가 다르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원이 어디냐에 따라 속성이 바뀌는데, 배민은 조리·완성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에 주력하며 성장했고 거기서 매출이 난다. 대기업이 아니라 해도 압도적 1위란 점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정위는 과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기업결합은 독점을 이유로 승인하지 않다가 최근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와의 합병은 승인했다. 4차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라거나 스타트업에서 성장했다는 이유로 같은 사안에 다른 잣대를 적용해 승인해주면 일반 국민과 기업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결합에 따른 독점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피해로 이어질 거란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배민은 중개 수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DH 주주들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하고, 배민 인수에 4조 7500억 원이나 투자했기에 그만큼 수익성을 끌어내려면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 DH 최대주주는 지분 22%가량 보유한 남아프리카공화국 기반 투자사 내스퍼스고,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 인사이트, 룩소르 등도 주요 주주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교수는 “DH도 투자 받아 운영하는 회사로 주주 가치를 생각해야 하는데 이익을 남길 방법은 수수료 인상”이라며 “소비자도 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배민에 종속돼 있어 요금을 높여도 저항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커머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자영업자 중개 수수료는 못 올려도 고객한테 받는 배달 수수료 등 다른 차원의 요금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DH는 외국계 기업으로 법 사각지대를 통해 규제를 벗어나거나 기업 경영권 침해 등을 이유로 규제에 대한 국제 소송을 거는 등 독점에 따른 횡포를 막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스타벅스가 전 점포를 직영점으로 운영해 프랜차이즈 출점 제한 등 유통 규제를 피해 골목상권을 파고들며 세를 넓히는 모습이 하나의 예다. 두터운 진입장벽 탓에 독점을 막을 새 경쟁사가 등장하기도 어렵다.
강병오 교수는 “외국계 기업인 데다 새로운 시장 개척에 계속 자본이 투입돼야 하기에 국내 여론·소상공인 사정을 고려하기보다는 수익성 제고에 집중할 것”이라며 “정부가 규제로 막을 경우 국제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의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도 “99%의 점유율이라면 남은 1% 보고 뛰어들 기업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완전한 독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배민의 사업영역을 배달앱 시장으로 한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해 영향력을 키우는 플랫폼 특성상, 이커머스 사업자 누구나 후발 주자로 진출할 수 있다는 이유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DH가 독점한다 해도 네이버·카카오 등 신규 경쟁자가 계속 등장할 수 있다. 쿠팡·위메프도 뛰어들지 않았느냐”며 “배달시장 차원에서 보면 전화 주문까지 고려돼 독점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글로벌 진출에 따른 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도 언급된다. 융·복합이란 플랫폼 성격상 국경을 넘나들며 점유율을 높여야 다른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밀리지 않을 수 있다. 이번 M&A는 DH를 발판 삼아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의지이자 자금난에 시달리는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해 해외 진출한 모범사례로 봐야 한다는 것. 김봉진 대표가 매각하는 배민 지분 13%를 팔지 않고 DH 지분과 맞바꾼 점도 이 주장에 힘을 싣는다. 김 대표는 매각 이후 신설하는 법인 우아DH아시아의 회장으로서 아시아 11개국 사업을 총괄한다.
스타트업 업계 다른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해외자본에 먹히지 않고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회사 공동경영진으로 해외 진출한다는 건 좋은 선례”라며 “수수료 인상으로 국내 시장에서 돈 벌기보다 해외시장 진출로 덩치를 키워 수익성을 높이려는 차원”이라고 봤다. 이어 “요금 인상 등 우려가 현실이 되면 그때 과징금이나 기업 분할 등 사후 제재를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아시아 전체 시장을 범위로 둬야 한다. 한국형 배달 서비스가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라며 “경영권을 버린 것도 아닌 만큼 해외 진출의 진정성과 시장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