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시행, 입주자 대신 떠안을 재산세·종부세 최대 800억 예상…껑충 뛴 공시가 현실화율도 부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나인원 한남’은 시장에 나오기도 전부터 초고가 분양으로 화제를 모았던 아파트다. 사업 예정지 주소인 용산구 한남대로 91을 아파트 이름으로 사용한 나인원 한남은 6만 677㎡(약 1만 8355평)에 총사업비 1조 4000억 원을 들여 조성될 ‘국내에서 가장 비싼 분양 전환 민간 임대아파트’다.
이렇듯 길고 복잡한 이름이 붙게 된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시행사인 대신증권의 손자회사 ‘DS한남’은 당초 일반분양을 하려 했다. 나인원 한남은 이를 위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3.3㎡(약 1평)당 6360만 원 수준의 분양보증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HUG 측은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며 분양 보증을 해주지 않았다. HUG는 4750만 원을 상한선으로 제시했다. 수차례 협상에도 양측은 타협점을 찾지 못했고 DS한남은 사업수익 등을 고려해 ‘4년 임대 후 분양’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를 두고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나인원 한남 조감도. 사진=DS한남 제공
하지만 DS한남의 ‘꼼수’는 고가 분양으로 눈총을 받던 나인원 한남을 단숨에 ‘로또 분양’으로 바꿔 놓았다. 나인원 한남의 분양 전환가격은 3.3㎡당 평균 6100만 원, 펜트하우스는 3.3㎡당 1억 원 안팎이다. 전용면적 207㎡(75평)는 45억 7500만 원, 244㎡(89평)는 54억 3000만 원, 펜트하우스(244㎡)는 90억 원가량이다. 인근의 ‘한남 더힐’의 3.3㎡당 실거래가격 7000만 원보다는 평균 900만 원 낮다. 한남 더힐의 시세를 적용하면 4년 뒤 분양 전환하는 가구는 한 채당 6억~8억 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입주할 때까지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매년 평균 5000만 원가량의 세금을 아낄 수 있는 혜택이다. 결국 나인원 한남을 분양 받은 사람은 한 채당 최대 10억 원이 넘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입소문 나면서 임대보증금이 무려 33억~48억 원이었음에도 청약에 1886명이나 몰리면서 5.5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국의 부자들이 수십억의 현금을 싸들고 몰려들었다는 후문이다.
이렇듯 파격조건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완판’을 기록했지만, 대신증권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생겼다. 분양전환 때까지 입주자들 대신 내줘야 하는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때문이다.
대신증권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나인원 한남과 종종 비교되는 한남 더힐의 전용면적 240㎡(73평) 공시가격은 최저 27억 4400만 원~최고 42억 7200만 원에 달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고가 가구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2019년 5000만여 원, 2020년 6000만여 원, 2021년 7000만여 원, 2022년 8000만여 원으로 매년 1000만 원씩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고려할 때 나인원 한남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한 가구당 최고 2억 6000만여 원에 달한다. 나인원 한남의 분양물량이 총 341가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신증권 측이 입주자 대신 떠안을 세금만 적게 잡아도 500억 원, 최대 8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그나마 이는 현재 공시가격 기준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부동산 공시가격을 집중적으로 올려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 반영률)을 높이기로 하면서 DS한남의 세금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국토부는 특히 고가 부동산이 저가 부동산보다 현실화율이 낮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고가주택 공시가격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공동주택의 경우 시세 9억∼15억 원은 현실화율 목표치를 70%, 15억∼30억 원은 75%, 30억 원 이상은 8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가 종부세 현실화를 위해 각종 세액 기준을 확대하고 있어 앞으로 세 부담이 한층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공정가액을 공시지가의 100% 이상으로 현실화할 계획이다. 이는 결국 DS한남에게 ‘세금폭탄’이 되는 만큼 모회사인 대신증권의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나인원 한남이 2023년까지 사업 부문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상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나인원 한남 사업 부문은 2023년까지 영업적자 시현이 예상된다”며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바뀌어 개발 사업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됐다”고 분석했다.
손자회사인 DS한남의 적자는 그렇지 않아도 실적 하락에 고전하는 대신증권에 적잖은 고민을 안기게 됐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7.9% 감소하고 순이익도 87억 원에 그치는 등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이원 한남과 관련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에 대신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 흐름을 보면서 변화 가능성을 예상하고 추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대신증권 측이 세금부담을 모르고 분양전환을 결정했을 리는 없다”면서도 “다만 정책변화는 예상하지 못한 부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율과 현실화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리면서 대신증권 측이 예상했던 것보다 부담이 크게 늘어났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분양전환을 통해 챙기는 수익은 크겠지만 자칫하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