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 주 서식지 백두대간과 분리··· 연구가치 커
대구지역 산양 분변 채집 장면(좌, 국립대구과학관 제공), 천연기념물 제217호· 멸종위기 I급 산양 모습(우, 한국산양보호협회 제공)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천연기념물 제217호이자 멸종위기 I급인 산양이 대구에서도 서식하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설악산이나 비무장지대 등 강원군에 주로 서식하는 산양이 지리적으로 완전히 격리된 대구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학술적 연구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립대구과학관(관장 김주한)에 따르면, 연구팀은 생물자원 연구를 위해 대구지역 일대를 조사하던 중 산양으로 추정되는 우제류의 배설물과 털 및 서식 흔적을 발견하고 유전자분석을 의뢰한 결과 산양으로 밝혀졌다.
배설물 형태로 볼 때 성체와 새끼의 것으로 명확히 구분돼 가족 개체군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주변의 산은 경사가 급하고 암석 지대가 많아 산양이 서식하기 적합한 조건이라는 것이 국립대구과학관 연구진의 설명이다.
경북지역 산양 서식지로는 백두대간과 연결된 청송의 주왕산까지만 현재 확인된 상태로, 대구는 사실상 낙동강과 고속도로 등에 의해 지리적으로 완전히 단절돼 있는 곳이라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주한 국립대구과학관장은 “전국적으로 1000여 마리에 불과한 산양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도 취약종으로 등재된 국제적인 보호종으로, 개체 수 증가와 서식 범위 확장의 가능성을 열어준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기존 산양 서식지들이 백두대간과 연결된 지역인 반면, 대구는 백두대간과 분리된 지역이라 이번 산양 서식지 확인은 학술적으로도 연구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국립대구과학관은 앞으로 ▲이번에 발견된 산양이 과거부터 대구에 살아 온 고유 개체군인지, 아니면 다른 서식지로부터 이동해 온 개체군인지 유전자형 분석을 통해 확인 ▲배설물 발견 지점에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해 산양의 실제 모습 촬영 ▲이번 산양 배설물 발견 지점과 연결된 주변 산들에 대한 추가조사를 통해 대구 산양의 서식 범위 확인 등 추가연구를 진행해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오는 4월 30일부터 열리는 ‘생물의 이동과 적응’ 특별전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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