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남해연구소 관사로 불러, 고위직 배려로 사용한다더라” 제보…연구소 관계자 “있을 수 없는 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전경.
[일요신문]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남해연구소 해양연구원 내 관사가 연구원이 아닌 일반인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KIOST 임직원들이 일시적으로 휴식을 취하도록 만든 당초 목적과는 다르게 사용되는 점을 넘어, 연구소 보안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KIOST는 1973년 설립된 한국을 대표하는 해양연구기관이다. 4차 산업혁명, 국민의 삶의 질 향상, 재해·재난으로부터의 안전 및 기후변화 대응, 해양환경 보전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KIOST는 중요 국가기관으로 시설 대부분이 보안에 싸여 있여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국내 위성지도에서도 그 위치가 블라인드 처리되는 국가 주요 시설물 군에 속한다.
이런 KIOST 연구소 가운데 남해연구소는 최첨단 종합해양연구선을 운영한다. 주요 연구과제는 해양생태계 기능, 해양환경위해성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해연구소는 거제의 빼어난 자연환경 속에 위치함에 따라 연구소가 아닌 휴양시설물로 보일 정도로 주변 경관이 뛰어나다.
연구소 내에는 해외로 멀리 더나기 위해 연구선을 타고 출항하는 연구원들이 쉬어가는 휴양시설물인 관사가 마련돼 있다. 해당 주택은 일반 펜션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이며 연구원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목적으로 설치된 시설물이 연구원이 아닌 일반인이 사용한다는 소문이 그동안 무성했다. 일반인 관사 사용이 암암리에 이뤄지기 때문에 확실한 정황을 잡기 어려웠으나,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일반인이 관사를 사용한 명확한 근거가 포착됐다.
제보자 A 씨는 “최근 지인이 ‘연구소에 숙소를 마련했으니 얼굴을 보자’고 해서 관사를 들렀다. 연구소 정문 경비실에 관사에 간다고 말하니 신분확인도 없이 출입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관사는 정문에서 왼쪽으로 올라갔다. 관사 내부는 거실에 테이블이 놓여 있었으며, 기역자로 소파가 자라를 잡고 있었다”고 관사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KIOST 남해연구소 관계자는 “해당 관사는 일반인들은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다. 만일 관사에 출입이 가능하다면 연구원의 가족으로 추정된다. 멀리 해외로 떠나는 연구원들을 배려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만일 일반인이 관사를 이용했다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KIOST 남해연구소의 해명은 의혹을 없애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제보자 A 씨는 “지인은 분명 KIOST와는 무관하며, 연구원의 가족도 아니다. 게다가 당시 지인으로부터 KIOST 고위직의 배려로 관사를 숙소로 쓰게 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안을 요구하는 국가시설이 일부 고위 관계자의 사적인 용도로 이용되고 있음이 드러남에 따라 이와 비슷한 유형의 국가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와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