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불안 중학생 상급생 2명 상해 입혀, 관리 소홀 논란…흉기 출처 두고 피해자-교육청 주장 엇갈려
#”뒤로 가라”는 말에 55cm 톱 꺼내
2월 6일 오후 12시 30분쯤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한 중학교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은 급식실 정문에서 벌어졌다. 이 학교 1학년인 A 군(13)은 점심시간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3학년 학생들 틈 사이에 껴 있었다. 원래 정해진 배식 순서는 3학년, 2학년 그리고 1학년 순이었다. 1학년인 A 군이 새치기를 한 셈이다.
줄을 서 있던 3학년 학생 B 군(15)은 A 군에게 “뒤로 가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A 군이 자신이 입고 있던 롱패딩에서 접이식 톱을 꺼내 B 군에게 휘둘렀다. 완전히 펼칠 경우 55cm 크기의 흉기였다. 순식간이었다. 피가 튀었고 B 군은 그대로 쓰러졌다. A 군의 돌발 행동에 학생들은 혼비백산했다. 그 사이 A 군은 흉기를 떨어뜨리고 도주했다.
당시 급식실 앞에는 2명의 인솔교사가 있었지만 사태를 막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한 학생은 2월 11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약 80명의 학생이 급식실 앞에 줄을 서 있었다. B 군이 자리에 쓰러져 마비 증세를 보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학생도 있었다.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는 동안 선생님 모습은 보지 못했다. 나중에 선생님 한 분이 오셔서 저지하기는 했지만 이미 학생이 다친 뒤였다. 조금 늦게 오신 것 같다”고 전했다.
C 군의 점퍼. A 군의 공격을 피하는 과정에서 찢어졌다고 전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이 사고로 B 군과 C 군은 머리와 뒷목에 자상을 입고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치료를 받았다. A 군은 현장에서 귀가 조치했지만 C 군은 길이 6cm와 깊이 0.5cm의 자상을 입어 아직까지 통원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가해자는 정서불안 학생…흉기 출처는 묘연
피해자들은 현재까지도 가해자의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서로 일면식이 있던 사이도 아니라고 했다. 일반적인 학교폭력이라기보다는 우발적인 폭력 사건에 가까운 셈이다. 대구시교육청과 학부모 등에 따르면 A 군은 과거 심리정서검사 결과에서 ‘불안정’ 판정을 받아 관리대상에 오른 학생이었다. 2019년 4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위기관리위원회도 열렸다. 위기관리위원회는 우울·불안·자해·자살 등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의 자살 예방과 기타 사건의 신속대응을 위해 설치된 운영기구다.
그럼에도 학교는 A 군을 그대로 일반학급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위원회 개최 결과, A 군의 정서적 불안증세가 특수반을 강제할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만 A 군에 대한 관리는 철저히 하기로 했다. 앞서 이 학교 관계자는 매일신문 인터뷰에서 “학부모 상담 하에 담임 교사가 A 군의 상태를 매일 확인하고 따로 관리하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도 “학기 초에는 A 군이 조금 문제를 일으켰을지 몰라도 후반에는 많이 나아졌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관리가 철저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담임교사는 A 군이 이상 행동을 보였을 때에만 별도로 관리 일지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은 교육부 지침에 따라 각 학교에 위기관리위원회를 열도록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별도의 보고를 받지는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심리정서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학생에 대한 기록을 따로 보고 받지는 않는다. 교내에 WEE센터(청소년복지상담센터) 등 별도의 기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흉기의 출처를 두고서는 피해자 측과 교육청의 주장이 갈렸다. 피해자 가족에 따르면 A 군은 흉기를 소지하게 된 배경에 대해 경찰 진술에서 “학교 가사실에서 가져왔으며 2주 동안 가지고 다녔다”고 말했다.
C 군의 아버지는 11일 일요신문에 “피해자 진술 당시 경찰관으로부터 ‘A 군이 흉기를 구한 곳은 학교 가사실이고 2주일 동안 들고 다녔다는 진술을 했다’고 들었다. B 군의 부모도 동일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톱이라는 위험한 공구를 2개나, 그것도 2주 동안 들고 다녔다고 진술했다는데 그동안 학교가 몰랐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시교육청 관계자는 “A 군이 평소 목공을 좋아했다고 알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 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집에서 가져온 것이다. 학교에서 구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양측의 엇갈리는 입장에 담당 경찰서는 “수사가 끝나지 않아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C 군의 아버지는 시교육청에 물품관리대장기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할 예정이다.
복수의 학생들은 학교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학생은 “학교는 학생이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하는 곳인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안타깝다. 톱을 학교에 들고 다닐 수 있었던 게 아직까지 이해되지 않는다. 현장을 목격한 많은 학생들에게는 그날이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는 12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고 A 군에 대한 징계와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경미한 학폭’ 학교장 자체 해결 우려 큰 까닭 새학기부터 학교별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사라진다. 앞으로 관련 사안은 각 교육지원청에서 직접 맡게 된다. 경미한 학교 폭력 사안은 학교장 자체 해결제도를 도입해 교내에서 해결하게 된다. 사소한 다툼에도 쉽게 학폭위가 열리는 반면 전문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 까닭이다. 교육부는 관련 업무를 지원청으로 이관해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교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준다는 의도다. 문제는 학교장 자체 해결제도다. 이 제도가 되레 학교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도 있다는 것. 학교장이 자체 종결할 수 있는 ‘경미한 학폭’의 조건은 네 가지다. 2주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된 경우,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학교폭력으로 신고당한 데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등이다. 그러나 네 가지 기준 가운데 ‘즉각 복구’, ‘지속적’, ‘보복행위’ 등의 기준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사안에 따라 학교장 자체 권한으로 사건을 축소 및 은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교장에게 사건 종결권을 주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최희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