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류현진 “팀 승리 만드는 게 우선”…루키 김광현 “설렘과 긴장 공존”
류현진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최초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사진=이영미 기자
#불펜피칭으로 시즌 예열 시작
스프링캠프 일정은 구단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모든 팀들은 투수조와 포수조가 먼저 스프링캠프에 들어가는데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13일(한국시간)에, 토론토는 14일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김광현은 공식 일정보다 이틀 먼저 스프링캠프의 문을 열었다. 구단은 공식 스케줄 이전에도 선수들에게 훈련장을 제공하기 때문에 지난 2월 1일부터 SK 와이번스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하던 김광현은 10일 주피터로 이동, 11일부터 스프링캠프지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첫날 아침 7시 30분에 훈련장으로 출근한 김광현은 자신을 취재하기 위해 모인 한국 미디어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설렘과 긴장이 공존한다”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캠프에 일찍 합류한 투수들과 함께 훈련을 이어나간 후에는 자신이 SK 훈련장이 아닌 세인트루이스 훈련장에 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고 말한다.
세인트루이스 선수들은 김광현을 진심으로 반가워했다. 김광현은 동료들이 자신에게 ‘웰컴 투 카디널스’라고 인사하며 악수를 건넸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동료들의 환영에 김광현은 “내가 더 먼저 다가가면 훨씬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12일은 김광현의 첫 불펜피칭이 있었다. 이날 김광현은 첫 번째 불펜피칭임에도 이례적으로 50구의 공을 소화하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현장에서 그의 투구를 지켜본 세인트루이스 전담 기자들이 김광현에게 “원래 한국에서도 첫 불펜피칭 때 이렇게 많은 공을 던지느냐”라고 공통적인 궁금증을 드러냈을 정도다. 김광현은 오는 23일 시범경기 첫 등판이 예정돼 있는 터라 그 스케줄에 맞춰 몸을 끌어 올리다 보니 개인 훈련 하는 동안 두세 차례 불펜피칭을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14일 플로리다주 더니든에 위치한 바비 매팅 트레이닝센터에서 토론토 투수조, 포수조와 공식 훈련을 시작한 류현진도 첫날부터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류현진은 33개의 불펜 투구로 다양한 구종을 시험했는데 특유의 부드러운 투구폼으로 안정된 제구를 선보이며 토론토 1선발의 위용을 뽐냈다. 불펜피칭을 마친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한 류현진은 자신에게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붙는 현실에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에이스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다. 새로운 팀에 좋은 대우를 받고 왔지만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기보다 선수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경기를 재미있게 풀어가고 싶다. 경기적으로 에이스의 역할을 생각하지 않는다. (에이스의 의미를 묻자) 에이스라면 많은 경기에 나가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선이다.”
생애 첫 메이저리그 도전을 앞둔 김광현. “세인트루이스 선수들이 반갑게 환영해줬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진=이영미 기자
#류현진과 김광현을 이끄는 투수 코치들
수많은 취재진을 몰고 다니는 류현진과 그의 불펜피칭을 직접 지켜본 피트 워커 투수 코치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그는 모든 훈련을 마친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합류가 팀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렸던 투수가 팀에 합류했다. 그는 우리 팀에 안정감을 선사할 것이다. 일부 선수들은 구위로만 타자를 상대하지만 류현진은 어떻게 상대 선수를 제압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코칭스태프에서 중점을 두는 건 류현진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 했던 프로그램들 중 선수한테 잘 맞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워커 코치는 류현진의 주무기인 체인지업뿐 아니라 패스트볼의 구위도 뛰어난 선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프로 선수다. 자신이 타자를 상대할 때 어떤 공을 던져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그의 모습을 통해 많은 걸 배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류현진이 내셔널리그에서 아메리칸리그로 옮겨왔지만 야구는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만 성공하는 종목이 아니다”면서 “류현진이 안정된 제구로 빼어난 체인지업을 꽂는다면 타자들한테 굉장히 위협적인 공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루키’ 김광현의 불펜피칭을 확인한 세인트루이스 마이크 매덕스(그렉 매덕스 친형) 코치는 김광현이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왼손 투수라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키가 크고 밝게 웃는다. 사람이 좋아 보인다. 야구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그래야 훈련해 나갈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에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와 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매덕스 코치는 두 선수가 경쟁 관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경쟁하는 게 아니라 모두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들은 팀에서 필요로 하는 포지션을 맡을 것이다. 둘 다 선발이 될지, 혹은 둘 다 불펜으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건 시범경기가 시작된 후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두 선수 모두 시범경기 동안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돼 있다. 정규시즌의 포지션은 스프링캠프가 끝날 즈음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매덕스 코치는 김광현에게 “시원하게 날리는 직구가 매력적인 선수이니만큼 실제 경기에서 그 모습을 보고 싶다”면서 “고개는 들고 공은 낮게 던지면서 즐기길 바란다”는 인상적인 조언을 남겼다.
#배터리 이룬 포수들 반응
류현진이 불펜피칭을 하는 동안 배터리를 이룬 포수는 리즈 맥과이어. 그는 전날 개인적인 일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선수라 류현진의 첫 불펜피칭에 그의 등장이 관심을 증폭시켰다. 맥과이어는 차 안에서 음란 행위를 벌인 이유로 미국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났고, 토론토 구단은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맥과이어의 스프링캠프 참가를 허용했다. 맥과이어는 류현진의 공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선수였다. 처음에는 빠른 공으로 시작해서 커터, 체인지업, 그리고 커브까지 계획대로 던졌다. 그의 공은 잡기 쉬웠고 프로다운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맥과이어는 자신이 피츠버그에 있을 때 인연을 맺은 러셀 마틴(LA 다저스)한테 연락을 취해 류현진의 특성을 미리 파악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틴은 류현진에 대해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라고 소개했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경기 플랜을 세우기 때문에 포수 입장에서는 공을 받기만 하면 되는 투수라고 했는데 그 말 그대로였다.”
김광현은 14일 현재 두 번째 불펜피칭을 마쳤다. 첫 번째 불펜피칭에서 배터리를 이룬 포수 호세 고도이는 “(김광현은) 공을 던질 때 편안해 보였고 모든 투구들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한 채 정확히 미트에 꽂혔다. 특히 피니시 동작이 매우 독특해 보이더라. 그의 공을 받기 위해 방향을 틀거나 움직이지 않아도 됐다. 그는 상당히 안정된 제구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고도이는 김광현의 역동적인 투구폼이 아주 인상적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플로리다에 잠시 닻을 내리고 있는 2명의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스프링캠프는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류현진은 1선발다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김광현은 도전자의 입장과 메이저리그 정착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더해 시즌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