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현장조사 실시 예정…신한금투 ‘공범’ 낙인, 우리·하나·신한은행도 조사 관측
금융당국이 1조원 대 손실이 예상되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다. DLF 사태를 피해갔던 신한금융지주는 ‘제2의 DLF’로 불리는 라임 사태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사. 사진=연합뉴스
# 합동조사 첫 타깃 예상되는 판매사는?
라임이 환매를 중단한 모펀드는 사모채권형펀드(라임플루토FI D-1호)와 메자닌펀드(테티스2호),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 1호), 크레디트 인슈어드 1호(CI펀드) 등 4개다. 금감원에 따르면 네 개 펀드에 따른 피해액은 1조 원 규모로 전망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60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2월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운용사인 라임과 판매사들에 대해 엄정 조치할 것을 언급했다. 윤 원장은 “(사태의) 주된 책임은 운용사에 있다”면서도 “일부 판매사들이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의 위험성을 투자자에게 상세하게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판매사 중 합동현장조사의 첫 대상은 신한금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투의 라임 펀드 판매 규모를 펀드별로 살펴보면, 사모채권형펀드 1654억 원, 메자닌펀드 1319억 원, 무역금융펀드 888억 원, CI펀드 119억 원 등이다. 검찰은 지난 2월 19일 라임과 신한금투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라임 펀드 사태의 초점을 무역금융펀드로 맞추고 있다. 글로벌 전문 투자회사 IIG의 폰지 사기에 휘말려 심각한 부실이 드러난 무역금융펀드의 주요 판매사는 신한금융투자(888억 원)와 우리은행(697억 원), 하나은행(509억 원) 등이다. 신한금투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임과 동시에 라임자산운용에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를 제공하고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대출을 해준 TRS 계약자다.
앞서 금감원은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그간 의혹으로 있던 신한금투의 공모 혐의를 기정사실화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과 신한금투는 2018년 6월 IIG펀드의 기준가 미산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같은 해 11월까지 IIG펀드의 기준가가 매월 0.45%씩 상승하는 것으로 임의 조정했다.
또 신한금투는 2018년 11월 7일 IIG펀드의 해외사무수탁사로부터 IIG펀드의 부실 및 청산절차 개시 관련 메일을 수신했지만 무역금융펀드의 환매대금 마련을 위해 재구조화를 진행했고 2019년 1월에도 IIG펀드에서 약 1000억 원의 손실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2차 재구조화를 진행했다. 이에 금감원은 라임과 신한금투가 자본시장법 위반을 넘어 특경법상 사기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반면 신한금투는 공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운용주체인 라임이 재구조화를 진행했고, 신한금투는 부실 여부와 재구조화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다만 부실 여부를 파악했다고 알려진 2018년 6월부터 12월까지 무역금융펀드의 판매가 있었다고 밝혔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기준가 임의산정 부분은 TRS 계약 당시 이미 약정으로 정해져 있던 부분이고, 부실 및 청산절차 개시 관련 메일을 수신한 이후 사실 확인을 위해 2019년 1월 라임과 동행해 미국으로 갔지만 책임자의 회피로 확인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종합검사를 통해 위법 신한금투의 사기행위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검찰에 통보했다. 사기행위 부분은 검찰의 판단이 중요하고, 금감원은 자본시장법 관련 부분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하나·신한은행, 대신증권도 좌불안석
신한금투 외에 금감원의 종합검사의 타깃으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도 꼽힌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라임 펀드 판매액은 각각 3577억 원과 871억 원이다. 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개인투자자에도 각각 561억 원, 449억 원 규모의 금융무역펀드를 판매했다. 환매 중단으로 투자자 민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분쟁조정을 위한 합동조사이기 때문에 이들 은행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CI펀드 판매로 라임 사태의 중심에 섰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신한금투보다는 신한은행의 불완전 판매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가 이미 위법 행위가 드러난 신한금투를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 같다. 신한은행의 판매 규모도 큰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은행의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CI펀드 판매 규모는 2712억 원에 달한다. CI펀드 전체 판매액이 2949억 원인 것을 고려했을 때 대부분이 신한은행에서 판매된 셈이다. CI펀드의 경우 펀드 자금 일부가 상품제안서에 나온 우량 자산이 아닌, 사모사채펀드와 무역금융 펀드 등 다른 자산에 편입돼 문제가 됐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문제를 파악하고 라임에 수정을 요구했으나 지난 1월 환매 중단이 통보된 만큼, 라임이 신탁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CI펀드의 운용과 관련해 이렇다 할 위법사항을 지적하지 않았다. 펀드 운용사의 불법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판매사인 신한은행의 불완전 판매 책임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신한은행은 반박 자료를 검토하며 금융당국의 실사를 준비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탁계약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 계약서 앞부분은 사모펀드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지만, 뒷부분을 보면 CI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상품과 투자목적에 대해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며 “위험등급이 3등급인 CI펀드 자산을 투자위험이 1등급인 무역금융펀드에 편입한 것 자체가 운용사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완전 판매의 경우 지난해 말 자체적으로 전수조사를 했으나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대신증권도 판매 규모가 크고 ‘대신 반포WM센터’에서 집중적으로 판매됐다는 점에서 유력한 조사 대상으로 꼽힌다. 금감원은 검사 계획을 밝히며 “특정 지점에서 라임 펀드가 대규모로 판매된 경우에 대해서는 그 특수성을 감안해 현장 검사를 우선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대신 반포WM센터는 펀드를 판매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의혹을 받고 있고 라임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세미나를 열고 ”환매하지 말라“며 투자자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대신증권, TRS 계약 증권사에 우선상환권 행사 중단 요청 속사정).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에 초점을 두고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이지만, 해당 판매사들은 불완전 판매를 부인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투자 상품이 손실을 보면 고객들이 ‘설명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판매한 은행은 불완전 판매로 찍힌다”며 “은행은 안전한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괘씸죄가 적용된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들 역시 다른 판매사들처럼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수요에 맞춰 공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