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대거 영입, 달라진 팀에 기대감…부상 없이 시즌 소화하는 게 우선”
이지솔은 변화한 팀의 모습에 “남아 있는 내가 외부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며 웃었다. 사진=김상래 기자
대전의 변화도 변수 중 하나다. 시민구단으로 운영되던 대전 시티즌은 하나금융의 인수로 ‘대전 하나시티즌’으로 간판을 바꿨다. 한국 축구 영웅 허정무 전 감독이 하나은행 측이 설립한 재단법인 이사장을 맡았고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리그 내 잔뼈가 굵은 스타들도 속속 영입됐다.
그런 와중에도 유망주 수비수 이지솔은 팀 내 입지를 지키고 있다. 2018시즌 대전에서 데뷔해 3년차를 맞은 그는 2020시즌에도 팀 내 주축 수비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하는 그를 경남 남해 전지훈련지에서 만나봤다.
프로 3년차에 앞서 그는 큰 변화를 겪었다. 구단 수뇌부부터 코칭스태프까지 새얼굴로 바뀌었고 10여 명의 선수가 영입됐다.
혼란스러울 법했지만 그는 “나를 포함한 몇 명만 남았다. 오히려 남은 선수들이 외부인이라고 느껴질 정도다”라면서도 “프로 선수라면 언제나 겪는 일이다. 매년 이적시장이 열리면 선수들이 나가고 새로 들어온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단의 사정이 넉넉해지고 새로운 선수들이 영입되며 대전은 이전보다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지솔은 이를 인지하고 있다.
그는 “팀 내부 변화보다 외부의 시선이 더 크게 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부담감은 있지만 그걸 극복하는 것이 프로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개막전이 정말 기다려진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시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전은 브라질 출신의 안드레 루이스라는 외국인 공격수를 영입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루이스는 브라질 무대에서 활약을 인정받아 명문 코린치안스로 이적했으며 브라질 하부리그 출신인 다른 선수들과 달리 1부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였다. 대전의 또 다른 외국인 선수 바이오가 ‘루이스의 이적 소식을 듣고 대전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지솔은 그런 루이스에 대해 “좋은 선수가 확실하다. 실전을 뛰어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연습경기에서 보여주는 능력이 상당하다. 왼발 능력이 좋고 저돌적이다. 보통 외국인 선수들이 수비에 소홀한 면이 있는데 루이스는 수비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국내 선수들과 관계도 좋다”고 설명했다.
고교 졸업 직후 K리그에 뛰어든 이지솔은 데뷔 시즌 4경기에만 나서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러나 2019시즌에는 U-20 대표팀 합류와 부상 기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선발로 나서며 벤치의 신임을 받았다. 그는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눈치도 많이 보고 적응에 급급한 한 해였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적응을 어느 정도 했다고 본다. 내 페이스를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솔은 지난해 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진=KFA
2019년은 그에게 프로로서 자리를 잡는 시기이기도 했지만 대표팀 일원으로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둔 한 해이기도 했다. 그는 대표팀의 가장 큰 고비였던 8강 세네갈전에서 극적인 골을 넣으며 팀의 4강행을 이끌기도 했다. 선수로서 큰 기쁨을 누리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아쉬움도 있음을 밝혔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던 친구들이다. 현실적으로는 어렵지만 그 멤버들과 또 대회에 나간다면 꼭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 예선전인 아시아챔피언십에서도 그랬고 월드컵에서도 다 준우승만 했다. 그 친구들과 함께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당시 준우승 멤버 중 일부는 지난 1월 올림픽 아시아예선 대회 우승을 차지한 ‘김학범호’에 이름을 올렸다. 그 또한 준비 과정에서 선발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10월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됐다. 그는 올림픽에 대해 “당연히 선수라면 누구나 욕심나는 큰 대회”라며 “일단은 소속팀이 우선이다. 팀에서 잘하면 기회가 다시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 시즌에도 만 20세 수비수인 이지솔은 주축 선수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거액의 이적료를 발생시키며 대전으로 영입된 골키퍼 김동준은 전지훈련지에서 열린 강원 FC와 연습경기에 이규로, 황도연, 이슬찬 등 베테랑들과 함께 이지솔이 수비진을 구축했음을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수비진뿐 아니라 전 포지션에서 내가 가장 어렸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고 간절하게 해야 한다. 특히 수비는 나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조직력을 빨리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만 20세 젊은 수비수인 이지솔은 “다가오는 시즌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팀의 주전선수로 성장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먼 미래를 내다볼 것이 아니라 올 시즌에 더 충실하려고 한다. 축구계 대선배인 이사장님(허정무)이나 감독님(황선홍)도 나를 비롯한 어린 선수들에게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씀해주신다”고 전했다.
달라진 소속팀에서 2020시즌 목표는 시즌 전 경기 출장이다. 그러기 위해선 부상이 없어야 한다. 이지솔은 “지난 시즌 부상으로 마지막 4경기에 빠졌다. 경기에 나서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다”면서도 “부상 기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많이 했다. 올해는 시즌 준비도 더 빨랐다.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긴장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팀이 많이 변한 이번 시즌은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 팬들께 더 어른스러운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경남 남해=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