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인천 경기 빼놓지 않고 챙겨봐…팀이 스플릿 A 올라가는데 도움 되고파”
송시우는 인천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선수이자 K리그 내에서 가장 캐릭터가 강한 선수 중 한 명이다. 주로 후반 교체 투입돼 조커로 활용되며 짧은 시간을 뛰지만 그 시간 안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낸다. 그가 인천 소속으로 2시즌 반 동안 넣은 11골 중 1골을 제외한 10골이 후반 교체 투입 이후 만든 것이다.
그에게 ‘시우타임’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에 기인한다. 팬들은 팀이 지고 있거나 비기고 있는 후반 막판 그가 극적인 골을 터뜨려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약 20개월의 군 복무를 마치고 친정팀에 돌아온 송시우를 일요신문이 직접 만났다.
‘시우 타임’으로 불리는 송시우가 군복무를 마치고 인천으로 돌아왔다. 사진=김상래 기자
송시우는 2018시즌 중반 입대해 2020년 1월 전역 이후 팀에 합류했다.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군인 신분이었다. 여전히 ‘사회’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 어색할 법도 했다.
그는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팀 훈련 분위기가 아주 좋아서 적응을 잘 하고 있다. 입대 전에 같이 뛰던 선수들도 많이 남아 있어서 문제는 없다”며 사회 적응 상황을 전했다. 태국 방콕에서 열린 1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나서는 머리카락 염색으로 기분도 냈다. 송시우는 “밝은 색깔이 아니라 티는 안 나지만 염색 한 번 해봤다. 이제는 민간인이니까(웃음). 앞으로는 다른 스타일도 시도해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1993년생 송시우는 비교적 빠른 입대를 선택했다. 또래 선수들은 아직 군복무 중이거나 입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보다 1년 선배인 문선민, 권경원 등이 최근에서야 이등병 신분이 됐을 정도다. “팀 내 미필 동료들(지언학, 정동윤, 이태희 등)이 많이 부러워한다. 나도 매일 ‘군대 안 갔다 오면 남자 취급도 안한다’고 놀린다”며 웃었다.
송시우는 입대 전, 가장 극적인 골을 만들어내는 선수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여느 예비역 병장과 마찬가지로 군대 이야기가 이어졌다. “팀 내 예비역 형들과 군대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는 송시우는 “상무 선수는 군 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데 우리도 군인으로서 최소한 지킬 것은 지킨다”면서 “매일 나팔소리 들으면서 기상하고 아침 저녁으로 점호를 한다. 그게 제일 괴로웠다(웃음). 선수들 각자 총도 다 있다. 6개월에 한 번씩 사격도 한다. 나는 왼손잡이라 좀 불편함이 있었지만 사격 실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무 생활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당연히 다른 일반 병사들에 비하면 많은 혜택을 누렸다. 2인 1실 생활관에서 비교적 편하게 생활했다. 체력단련장 시설도 아주 좋다.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하면 운동하러 갈 정도였다. 그게 경기력에도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아 있는 후임들과 자주 통화를 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송시우는 “후임들에게 ‘시간은 간다. 다만 느리게 간다’는 이야기를 해준다(웃음). 좋든 싫든 같이 생활하던 시간이 많이 생각나더라”며 “상무 선수들 모두 부상 없이 잘 생활했으면 좋겠다. 경기장에서 또 만나게 되니까 좋은 경기 치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자신이 프로 무대에 데뷔했던 친정팀 인천으로 돌아왔다. 그는 군 생활 중에서도 팀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군대에서도 인천 경기를 빼놓지 않고 챙겨봤다. 팀이 강등권 싸움을 하며 많이 힘들었다. 그 순간에 내가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가슴이 아팠다. 이제는 그런 기회가 주어졌기에 올 시즌 정말 잘하고 싶다.”
비슷한 시기에 경찰청에서 복무를 했던 팀의 부주장 김도혁과 그런 면에서 특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는 “(김)도혁이 형은 나보다 좀 더 빨리 입대해서 지난 시즌 중반에 팀에 돌아왔다. 성적이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이다. 그에 비하면 나는 편안한 상태에서 출발하게 됐다. 형이랑 합심해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그는 경찰청 출신인 김도혁과 선을 긋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입대를 했고 훈련소도 같은 곳을 경험했기에 공감대가 많다. 하지만 내가 도혁이 형에게 ‘경찰청은 군대도 아니다’라고 분명히 얘기한다. 그 부분은 형도 인정한다”라며 웃었다.
송시우는 상주 상무 생활에 대해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며 스스로도 발전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 막판 승부를 뒤집는 극적인 골을 넣으며 주목을 받았지만 송시우는 반대로 ‘90분 풀타임 출전은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이에 대해 “많은 분들이 내 부족한 점을 지적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아직 부족하지만 상무에서 많이 보완을 했다고 생각한다. 향상됐다고 느끼실 수 있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상무는 경기 실적 등이 포함된 서류심사를 하고 실기 테스트도 거친다. 당연히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있다. 함께 생활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이 많다”면서 선임병이었던 김민우와 윤빛가람을 언급했다. 이어 “(김)민우 형은 움직임이 정말 좋다. 특유의 움직임이 있어서 따라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윤빛)가람이 형은 따라 하려고 해도 따라 할 수 없는 대단한 선수다(웃음). 그래도 배우려고 노력했고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인천에 새롭게 부임한 임완섭 감독은 시즌 목표로 ‘승점 50점’을 이야기했다. 송시우도 “감독님이 선장 역할을 하시니까 당연히 선수들도 따라야 한다. 나도 단순히 강등권을 피하기보다 스플릿A(6위 이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성적을 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매 시즌 말미에 K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다. 조사 결과 가장 열정적인 팬들이 있는 팀으로 인천이 뽑혔다. 당연히 자부심을 느낀다. 지난해 대구가 흥행을 일으켰는데 우리도 그에 못지않은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대구가 좋은 성적으로 흥행을 일으켰듯이 우리도 좋은 성적을 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경남 남해=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