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과 유니폼 사이즈로 실랑이 화제…“새 시즌 달라진 부분 경기장에서 확인하시라”
지난 시즌 14경기 1골을 기록한 케힌데는 2020시즌 더 좋은 활약을 다짐했다. 사진=김상래 기자
그중에서도 2019년 여름 인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케힌데(나이지리아)의 피지컬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프로필상 197cm로 말컹보다 키가 1cm 더 크고 한눈에 보기에도 도드라지는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케힌데는 지난 시즌 후반기 14경기에 나서 1골만 기록하면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다가오는 2020시즌만큼은 “나아진 모습을 보이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낸다. “한국 생활 적응을 마쳤다”며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는 케힌데를 경남 남해 전지훈련지에서 일요신문이 직접 만났다.
피지컬 괴물 케힌데의 존재감은 K리그 입성 당시부터 남달랐다. 인천 구단은 그의 입단 소식을 알리며 최종 계약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서 그의 에이전트와 구단 관계자 등은 “유니폼은 투엑스라지(XXL)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유난히 큰 그의 체구를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케힌데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에게 작을 것으로 보이는 ‘라지(L)’ 사이즈를 요구한 것이다. “나는 나이키 셔츠도 라지를 입는다”는 말과 함께였다. 이에 주변의 모든 이들이 그를 말렸고 ‘엑스라지(XL)’ 사이즈로 타협을 보는 듯했다.
케힌데와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 이와 관련한 후일담을 들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한국에 처음 와서 사정을 잘 모를 때였다. 한국과 유럽의 옷 사이즈가 다르다는 것을 몰랐다. 나는 그저 유럽에서 입던 대로 라지 사이즈를 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말 한국의 라지 사이즈는 내가 입던 것보다 작더라. 그 이후로는 구단 직원들이 권유하는 대로 입게 됐다”며 웃었다.
2019시즌 도중 인천에 영입된 케힌데는 남다른 피지컬과 헤어스타일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일각에서는 압도적 피지컬에 비해 다소 아쉬운 케힌데의 헤딩 능력에 ‘헤어스타일 때문 아니냐’는 의문을 품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지적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웃으며 “똑같은 스타일을 하고 터키에서는 골을 많이 넣었다. 이것이 축구다(This is football). 헤어스타일과 헤딩은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일요신문 인터뷰 당일 케힌데는 반짝이는 귀걸이와 손목시계를 착용하고 멋을 낸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멋진 옷, 멋진 액세서리 등으로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오랫동안 이런 스타일을 추구해왔다. 머리카락도 마찬가지”라면서도 “이번 시즌엔 특별한 헤어스타일을 시도할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다.
케힌데는 자신만의 특별한 유행어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19년 10월 열린 전북 현대와 경기에서 완벽한 찬스를 맞았지만 슈팅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경기 후 이에 대해 “이것이 축구다(This is football)”라고 답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케힌데는 그 문구가 마음에 들었는지 팀이 1부리그 잔류를 확정짓는 순간 연신 이를 외쳐댔다. 고향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그는 ‘이것이 축구다!’를 외쳤다.
케힌데는 이에 대해 “처음엔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나온 말이다. 골을 놓쳤을 당시 솔직한 나의 심정을 얘기했다”며 “정말 말 그대로 때론 골을 넣을 수도, 못 넣을 수도 있는 것이 축구다. 그래서 매력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힌데는 축구 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정작 운동장에서는 물음표를 남겼다. 인천의 ‘골 갈증’을 해소시켜줄 공격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14경기에 나서 단 1골만 기록했다. 부진했던 것만은 아니다. 경기에 투입될 때마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가능성을 보였기에 인천 구단은 이번 시즌도 그와 동행을 결심했다. 케힌데 역시 “이제 한국 생활에 완전히 적응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문화적인 부분이나 음식 등 너무도 많은 것이 유럽과 달랐다”며 “한국 선수들이나 다른 외국인 선수들, 코치들이 항상 나에게 도움을 줬다. 유상철 (전임) 감독은 항상 나에게 ‘잘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줬다. 그들 덕분에 이제는 한국 생활이 편하다. 팬들은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는 점이 그로선 아쉽다.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면 가족과 온라인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는 “아들이 이미 학교를 다니고 있기에 한국에 오더라도 오래 함께 지낼 수 없다. 안타깝지만 곧 독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며 “물론 항상 아내와 아이들이 보고 싶다. 영상통화를 하며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시즌 더 나은 활약을 예고했다. “개인적인 목표는 따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팀의 목표를 이루는 데 집중하고 싶다”면서 “나는 공격수다. 팀의 공격 작업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다. 당연히 골을 넣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임 임완섭 감독도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임 감독은 “케힌데가 활약해줘야 팀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 최근 케힌데에게 특별훈련을 추가적으로 시키고 있다. 잘 따라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케힌데는 임 감독의 특별훈련에 대해 “나는 더 향상돼야 하는 선수”라면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도 열심히 훈련한다. 나는 그런 선수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 훈련을 시켜주는 감독님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끝으로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이야기했다.
“인천 팬들은 특별하다. 지난 시즌, 팀이 어렵고 내가 잘하지 못할 때도 성원해줬다. 너무 고맙다. 이번 시즌엔 더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 이번 시즌 달라질 부분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세히 얘기할 수 없다. 얘기하면 안 된다(웃음). 곧 시즌이 시작된다. 경기장에 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경남 남해=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