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히트‧스페이스마린, 첫 승 신고 늦었지만 ‘미국 리딩사이어’ 손자‧아들로 혈통 기대치 커
부산경마장의 ‘바벨히트’와 ‘스페이스마린’은 혈통적 기대치가 높고 안정된 주행 자세와 질주 습성을 지닌 기대주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바벨히트(3세·수·4전1/1/1·김명환·양귀선 부:CAN THE MAN 모: ABERFORTH 레이팅:52)
바벨히트는 선더킹(5전 3승, 국4)과 함께 양귀선 마방을 이끌어갈 신예 듀오다. 경주를 거듭할수록 걸음이 느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선입형의 유리한 질주 습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상위군의 장거리 경주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으로 예측된다.
데뷔전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당시 단승식 배당이 69.7배였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가능성만큼은 분명히 있었다. 출발은 다소 늦었음에도 1번 게이트 이점을 살리며 곧바로 선입권에 가세했다. 막판 직선주로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아마존여걸(단승 3.8)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아쉽게 3위에 만족했다. 처음 뛰어보는 1200m였고, 주행 심사 때보다 걸음이 한 단계 늘어났다는 점이 포인트였다.
두 번째 경주에서는 인기 4위를 기록하고 5위에 그치며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였다. 원인은 편성이 너무 강했기 때문. 데뷔전과 마찬가지로 바벨히트는 안쪽 선입 작전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나이스찬스(2전 2승)가 막판 괴력을 발휘하며 우승했고 선행 나섰던 치트기도 끝까지 선전하며 2위로 골인했다. 3위를 차지한 스페이스마린, 4위 블랙이글윙도 기본 능력이 상당히 좋았다.
세 번째 경주에서는 이전보다 한 단계 늘어난 경주력을 발휘하며 2위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2선에서 선입으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직선주로에서 전과 달리 탄력적인 발걸음으로 자력 추입을 하며 우승마 ‘래피드게임’에게 불과 목 차이 2위를 기록했다. 결승선 통과 직후 잠시나마 래피드게임을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경주력이었다. 기록상으로도 뚜렷한 변화를 알 수 있다. 이전 경주에서는 LF(막판200m)가 13.7이었는데, 이번에는 12.9로 0.8초나 앞당겼다.
네 번째 경주에서 드디어 첫 승을 올렸다. 지난해 최다승 유현명 기수로 전격 교체하며 우승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고 기대대로 우승에 성공했다. 좋은 출발을 하며 외곽에서 선입으로 레이스를 시작했고, 4코너에서는 자신 있게 외곽을 선회한 후, 결승선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가장 먼저 골인했다. 기록도 1분 13초 7(5% 건조)로 매우 빨랐다. 전반적인 경주력도 계속 향상되며 경주마로서 완성돼가는 느낌을 주었다.
혈통적인 면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조부마가 바로 2019년 미국 리딩사이어에 오른 인투미스치프(Into Mischief)다. 2013년 89위에서 꾸준하게 순위를 끌어 올리다가 마침내 지난해 리딩사이어 챔피언에 오른 최고의 씨수말이다. 부마 캔더맨(Can The Man)은 2011년생으로 현역에서 블랙타입 2승을 포함 6전 3승을 기록한 후 씨수말로 전향했는데, 바벨히트가 두 번째 자마라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4전 만에 첫 승을 신고하긴 했지만, 전력이 계속 향상되고 조부마가 최고의 씨수말이란 점에서 기대치를 높여보고 싶다.
#스페이스마린(3세·수·4전1/1/1·이경희·김보경 부:INTO MISCHIEF 모:WILDCAT MELODY 레이팅:50)
스페이스마린은 부산 3세마 챔프 세이브더월드를 보유한 김보경 마방의 또 다른 신예 유망주다. 570kg대의 거구에서 내뿜는 막강한 뒷심이 장기다. 부마가 앞서 소개한 2019년 리딩사이어 인투미스치프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망이 매우 밝다.
데뷔전에서는 단승식 13.8배가 말해주듯 복병 정도로 팔렸다. 2위로 골인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킹오브보스, 삭스고, 무패찰리 등 강자들이 많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판 추입력을 발휘하며 3위마를 4마신이나 따돌리고 여유 있게 2위를 기록했다. 인상적인 데뷔전이었다.
두 번째 경주는 2세마 대상경주였던 경남도민일보배였는데 현격한 능력 차를 드러내며 7위에 그쳤다. 국산 2세마 넘버2로 평가된 닥터카슨이 우승, 금아캐벌리가 2위를 기록한 경주였는데 스페이스마린은 닥터카슨에게 약 10마신 차의 완패를 당했다. 초반 페이스가 워낙 빨라 최후미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4코너를 12번째로 돌고 직선주로에서 추입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차이를 좁히는 데 만족해야 했다. 동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며 복기한 결과, 아직까지는 부족한 면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세 번째 경주는 앞서 소개한 바벨히트가 5위를 기록한 경주였다. 스페이스마린은 목 차이로 아쉽게 3위를 했다. 중위권 전개 이후 막판 추입에 나섰지만, 데뷔전에서 단승식 1.8배를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 인기를 모은 나이스찬스가 우승했고, 기습선행 나선 치트키가 의외로 버티면서 2위를 차지했다. 한마디로 스페이스마린이 못 뛴 게 아니라, 상대마들이 잘 뛴 경주였다.
네 번째 경주에서 고대하던 첫 우승을 기록했다. 거리를 대폭 늘려 1600m 경주에 출전했는데, 중위권 전개 이후 특유의 뒷심을 발휘하며 역전 우승을 거뒀다. 2위마 로열티켓과는 3마신 차이를 보였는데, 전 구간에 걸쳐 전력을 다한 승부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완승으로 평가된다. 느낌은 10마신 이상의 압도적인 경주력이었다.
570kg이 넘는 거구에, 혈통적인 기대치와 조교사에 대한 신뢰도까지 높아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밝힌 대로 부마가 2019년 미국 리딩사이어에 오른 인투미스치프다. 모마 와일드캣멜로디(Wildcat Melody)도 미국 현지에서 배출한 첫 번째 자마 마스크트(Masked)가 5전 2승(블랙타입 3위 2회)을 기록하며 8만 달러의 상금을 벌었다.
담당 조교사 김보경은 지난번에 소개한 대로 데뷔 2년 차인 지난해에 40승을 거두며 다승 6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나다(관련기사 [2019년 경마 총결산] 우승 제조기 문세영·유현명 기수 ‘넘버원’). 여러 가지 면에서 스페이스마린의 향후 기대치는 높게 봐도 좋을 듯하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