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야·공유수면 공간정보관리법 위반 혐의…악취·폐수 등 2차오염도
하동군 생활폐기물 처리장 전경
[일요신문] 경남 하동군이 관리하는 생활폐기물처리장이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공간관리법)을 위반하고 공유수면에 건물을 들어서게 하는 등 불법을 일삼은 정황이 포착됐다. 하동군을 향해 지목변경을 관장하는 지적소관청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저버렸다는 날선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국토의 효율적인 관리 및 국민의 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해 공간관리법을 제정해놓고 있다. 이 공간관리법은 토지 관리 및 토지세 부과 과표의 근거가 된다. 대한민국의 토지는 사용 목적에 따라 지목을 정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토지세를 납부해야 하는 게 법률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하동군은 지목변경을 하지 않은 토지를 적발하고 직권으로 지목변경을 하는 등 지적소관청으로서 위반자에 대한 행정조치를 취해야 하나, 오히려 지자체 소유 토지에 관해서는 법률적용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동군이 폐기물처리장을 운영하며 공간정보관리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곳은 모두 두 군데로 토지와 공유수면이다. 가덕리 산34-1번지는 임야(산)지만 군이 토지의 사용목적을 폐기물처리장으로 바꿨고, 가덕리 34-1번지 지선 공유수면(바다)은 폐기물 매립장으로 탈바꿈시켰다. 2004년부터 운영한 폐기물처리장은 앞으로 3~4년 후면 그 기능이 상실되고 시설물을 폐쇄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가덕리 34-1번지 지선이다. 공유수면은 토지로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건물이 들어설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건축물이 들어선 것이다. 이는 분명 불법행위로 의심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공유수면 위에 개발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런 사실을 확인하기도 어렵다. 이곳은 1998년도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허가된 곳으로 관련 자료를 찾기가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처리장 일대의 환경관리 실태도 엉망이다. 쓰레기 악취가 심하고 폐기물을 덮어놓지 않아 주변을 2차 오염시켰으며, 쓰레기더미에서 발생한 폐수는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는 상태다. 이처럼 처리장은 공간정보관리법과 폐기물관리법 등 온갖 불법을 행하고 있지만 하동군이 이를 불법으로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하동군 관계자는 “전원개발촉진법에 의해 조성된 곳으로 형질변경 신고 및 실시계획이 됐고, 공유수면에 처리장 건축까지 승인된 곳이다. 지목변경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소유자가 지목변경을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동군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전원개발촉진법 제6조에 의해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 사용실시계획의 승인, 매립면허 등이 의제 처리돼 따로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나, 토지 지목변경은 하고 싶으면 하는 게 아니라 법률로 강제하고 있기에 사용목적이 변경되면 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조성된 토지에 이뤄지는 건축행위는 별개의 사안으로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때문에 매립지에 들어선 처리장 건축물은 불법이 확실하다. 하동군 지역민 A 씨는 “군은 제멋대로 법령을 어기면서 군민한테만 이를 지키라고 한다면, 어느 누가 행정을 신뢰하고 따르겠는가”라고 말했다.
정민규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