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발 묶이고 병원은 썰렁…부정적 전망에 제약사 주가 하락세
코로나19로 영업사원의 병원 출입이 금지된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건물 앞을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발 묶인 영업사원, 제약사 매출 ‘빨간불’
최근 국내 제약사들은 잇따라 영업사원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유한양행, GC녹십자, 대웅제약, 한미약품, 셀트리온제약, 종근당, 제일약품, JW중외제약, 일동제약 등이 영업사원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지난 1월 다국적 제약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시작할 때도 대부분 국내 제약사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 전이기도 했지만 영업 조직이 크지 않은 다국적 제약사와 달리 국내 제약사는 영업사원의 활동이 곧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월 들어 코로나19 감염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한개원의협의회마저도 2월 2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 ‘영업사원 방문 자제 요청’ 공문을 보내 영업사원 활동을 제한했다. 대학병원·종합병원 영업사원 방문 제한에 이어 개원의 단체까지 영업사원 방문 금지를 요청하게 되면서 국내 주요 제약사도 영업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갈 곳이 없어지기도 했지만 만에 하나라도 영업사원이 감염돼 전파자가 될 경우, 매출은 물론 회사 이미지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관계자는 “대부분 대학병원, 종합병원에서는 코로나19 초반 때부터 영업사원 출입을 제한했다”며 “바이러스의 주된 감염 경로가 비말 접촉인데 영업사원 특성상 대면 업무가 많아서 2차 감염을 막고자 조치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사원의 활동 제약과 함께 병원을 찾는 환자가 줄어든 것도 실적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병원에서 2차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아직 매출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제약업계 매출이 의사 처방전 개수와 비례하는데 영업 현장에서 대학병원, 종합병원, 개원의 할 것 없이 환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줄었다고 말한다”고 털어놨다.
일선 영업사원이 전하는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종근당 영업사원은 “보통 지금 시기는 감기, 독감 등으로 이비인후과를 찾는 이들이 많은데 과거 10명이었다면 지금 3명으로 줄어든 분위기”라며 “이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매출에 영향이 클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일동제약 영업사원은 “병원뿐만 아니라 약국도 매출이 현저히 줄었다”며 “영업활동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환자까지 줄어들고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JW중외제약 영업사업도 “큰 병이 아닌 이상 병원을 찾는 이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세로 접어든 2월 중순 국내 ‘빅5’ 대학병원의 외래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이상 줄어들었다. 평소 외래환자 수가 각각 1만 명과 6000명 수준이었던 서울대학교병원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감소폭은 14% 수준에 달했다.
#부정적인 전망에 제약사 주가도 출렁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병원 내 일반 환자가 줄어들자 제약업계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SK증권이 지난 2월 26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월 19일부터 25일까지 제약업종 지수는 전주 대비 4.7% 하락했다. 지난 2월 28일 기준 국내 주요 제약사 주가는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유한양행이 6%, GC녹십자가 19%, 광동제약이 19%, 대웅제약이 16% 하락했다. 제약업체들의 올해 1분기 매출 부진 가능성이 이번 사태로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과 같은 바이오시밀러 업체의 상황은 또 다르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수출 비중이 높고 내수 비중이 제한적인 바이오시밀러 업체는 코로나19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2019 제약산업 데이터 북(DATA BOOK)’에 따르면 한국 의약품 시장규모는 2018년 기준 23조 원이며 최근 2014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연평균 4.5% 성장률을 보였다. 다만 올해의 경우 예년과 같은 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제약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