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학술지 한 달 전 발표 “표본 적고 근거 부족”…휴교 기간 PC방·만화카페 이용 ‘주의’
#‘어린이는 코로나 안 걸린다’는 정설, 유효할까?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린이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뉴욕타임스의 코로나19 감염 사례 분석 기사에서 시작됐다. 뉴욕타임스는 현지 시간으로 2월 5일 미국의약협회(JAMA)에 실린 국제학술지를 인용해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아동이 감염된 사례가 드물었다고 발표했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류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크게 유행했던 당시에도 어린이 환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거나 발생해도 증상이 경미했는데 코로나19 역시 이와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보도 내용에 크게 의문을 삼는 이는 없었다. 2월 6일 기준 국내 확진자는 23명에 불과했고 그 가운데 미성년 환자도 없었던 까닭이다. 문제는 2월 중순부터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불거졌다. 2월 19일 수원의 11세 초등학생을 시작으로 대구의 4세 어린이, 생후 45일 신생아가 확진됨에 따라 ‘코로나19는 어린이를 비켜간다’는 이야기가 여전히 유효한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어린이 환자의 대다수가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감염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성인과 비교해 감염자를 만날 수 있는 경로가 적어 확진 환자가 적을 뿐, 생체 나이와 코로나19의 발병률 간 상관관계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앞서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국제학술지에 대해 “당시에나 지금이나 적극적으로 동의하기도, 반박하기도 어렵다. 해당 학술지는 명확한 의학적 근거에 의해 쓰였다기보다는 ‘어린이는 감염 사례가 적었다’는 현상 분석을 위주로 했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당시 실험 표본의 크기는 34명밖에 되지 않았다. 34명의 사례 분석이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감염 경로만 뚫리면 미성년자도 충분히 확진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 전파는 특정 연령이나 성별과는 상관없다”며 “사회 활동이 많을수록 접촉 기회가 많아 감염 가능성이 높고 실제 확진자도 많다”고 말했다.
3월 3일 연합뉴스TV 보도에 따르면 국내 미성년 환자는 200명을 넘어 전체 확진자 4812명의 4%를 넘어섰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확진자 정보에 따르면 가족 내 2차 감염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같은 교회나 또래 집단에서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의 경우 미성년 환자는 전체 확진자의 2% 정도였다.
다만 미성년 환자는 성인에 비해 더 가벼운 증상을 앓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미성년 환자들의 건강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첫 미성년 환자인 11세 초등학생이 입원한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어린이 환자의 경우 열이 없고 폐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었다. 어린이는 성장과정에서 호흡기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일이 잦아 코로나19에 견딜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고 말했다.
#“어차피 아이들 pc방에서 다 만난다”
전문가들은 만화카페나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은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사진 속 특정 매장은 코로나19와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부도 미성년 환자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 교육부는 3월 2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2주 추가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교육부는 전국 학교 개학을 1주일 연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국 학교 개학일은 3월 23일이 됐다. 여기에 학원가도 휴원에 동참하면서 학원의 도움조차 받기 힘들어진 맞벌이 가정의 고충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에서 겪는 예상치 못한 복병은 따로 있다. 휴교‧휴원령에 갈 곳 없는 자녀들이 부모가 없는 사이 PC방, 노래방, 만화카페 등 다중이용시설로 몰리는 까닭이다. 문제는 이러한 다중시설은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에는 휴가 중에 당구장, PC방, 술집 등을 찾았던 장병 일부가 확진돼 병사 30명이 한꺼번에 집단 감염된 바 있다.
최근에도 한 PC방에서 코로나19 2차 감염이 일어났다. 부산 62번 확진자(16·동래구)는 부산 15번 확진자(19·동래구)로부터 2차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 사람은 2월 20일 오후 3시부터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 탑플레이스 PC방 근처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청소년이 자주 찾는 만화카페의 경우 밀폐된 공간에서 동일한 책을 여러 명이 돌려보므로 특히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감염내과 전문의들의 중론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김 아무개 씨(43)는 2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학원 쉰다고 애들이 집에만 있지 않는다. 어차피 맞벌이 가정의 남자아이들은 PC방에서 다 만난다. 여자아이를 둔 학부모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들이 만화카페, 고양이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그런 곳에 돌아다니는 것보다 마스크라도 쓰고 학원에 가 있는 것이 더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을 고려해 교육부는 각 학교와 유치원에 긴급 돌봄 교실(오전 9시~오후 5시)을 운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돌봄 교사는 그 혜택을 못 받고 있었다. 서울에서 보육교사를 하고 있는 정 아무개 씨(33)는 “뉴스에서는 어린이집 교사를 당번으로 배치한다고 하는데 실제 내려온 공문 내용은 ‘보육교사 전원 출근’이었다. 당번제인지 전원 출근인지는 결국 어린이집 원장 재량에 맡겨졌다. 실제 퇴근하고 나면 오후 6~7시인데 자녀가 있는 보육교사는 어디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을 해야 하는 건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가족돌봄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3일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노동자는 연간 10일까지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는데 하루 5만 원씩 최대 5일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적극 이용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