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과 황교안·이재명 ‘1강 2중’ 재편 관측…‘신천지 강경대응’ 박원순 ‘대구 봉사’ 안철수도 호응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코로나19 감염 여부 확인 검체 체취를 위해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 ‘평화의 궁전’을 직접 찾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청 제공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3월 2일부터 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가 13.0%로 3위를 차지했다.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2월(5.6%)보다 무려 7.4%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또한 9개월 만에 두 자릿수를 탈환했다.
이재명 지사 지지도가 급등한 이유는 코로나19 국내 확산의 가장 큰 감염 클러스터로 지목받고 있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한 강경한 대응이 민심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지사는 2월 25일 신천지 과천본부를 긴급 강제조사하며 신도 명단을 확보했다. 3월 2일에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코로나19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한 검체 체취를 거부하자 직접 가평의 신천지 평화의 궁전으로 출동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비판도 있지만, 다른 지자체가 신천지에 대한 답답한 대처를 보일 때 선제적으로 과감한 행정 추진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신천지에 대해 민·형사적 책임을 묻는 등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박 시장은 3월 1일 이만희 총회장과 12개 지파장들을 살인과 상해죄, 감염병 예방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어 서울시는 신천지 서울법인 정식 취소처분 절차에 들어갔으며, 신천지가 소유한 부동산 30건에 대해 지방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박 시장은 “교인 전수조사에 낭비된 행정비용, 방역비, 교인 확진자와 그로 인해 감염된 환자의 진단·치료비용에 대한 구상권 행사 등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런 박 시장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는 2월(2.9%)보다 0.7%p 올라 3.6%를 기록했다. 전체로 보면 10위에서 7위로 세 단계 상승한 것이고, 여권 주자로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재명 지사에 이어 3위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 이후 첫 공식일정으로 2월 24일 서울 동작구 국립 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방명록을 적는 과정에서 ‘코로나19’를 ‘코로나20’으로 표기했다가 정정해 체면을 구겼다.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의료봉사를 마친 뒤 땀에 젖은 푸른 의료복을 입고 비상대책본부 건물로 향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효과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앞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는 5.6%로 이재명 지사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0.9%p 오른 것이다.
정당 지지도에도 영향을 줬다. 리얼미터가 3월 2일에서 4일까지 조사한 3월 1주차 정당 지지도에서도 국민의당은 4.6%로, 4.3%인 정의당을 제치고 3위를 기록했다. 전주(1.7%) 대비 2배 이상 급상승했다. 정당 지지도 순위는 3월 2주차(9일~11일 조사)에도 유지됐다. 국민의당이 사실상 안철수 대표 개인 인지도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안 대표의 대구 의료봉사 효과가 정당 지지도에도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반면 4·15 총선 출마를 통해 차기 대선주자로서 주목을 끌고자 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은 별 재미를 못 보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2위를 지키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역시 답답한 상황이다. 이번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는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인 두 사람이 나란히 출마해, 전국 최대 격전지로 꼽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총선에 대한 주목도가 낮아졌다. 총선 흥행을 발판으로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굳히려던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경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가 아직은 안정적인 편이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전달보다 0.2%p 상승한 30.1%를 기록, 1위를 지켰고 처음으로 30%대 진입에도 성공했다.
2위 황교안 대표는 1월 17.7%로 내려앉았으나, 한 달 만에 2.8%p 상승해 20.5% 지지도를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격차는 9.6%p를 보였다. 반면 2위 황 대표와 3위 이 지사(13.0%)의 차이는 7.5%p다. 1~2위 격차보다 좁다.
정치권에선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 ‘1강’에 황교안 대표, 이재명 지사의 ‘2중’으로 재편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서울경제가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이 3월 5일에서 6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율 13.4%를 기록, 12.0%의 황교안 대표를 제치고 오차범위 내에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의 지지율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사태에 영향을 받은 조사결과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긴 한다. 하지만 이 지사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룬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는 호불호 평가가 강한 인물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20대 젊은 층과 TK(대구·경북)지역의 지지도가 높아지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이번 선호도 급등은 인물론이 아닌 이번 사태에서 지자체장으로 신속한 위기대처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본다. 국민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정치인으로 신뢰·믿음이 각인되면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정치권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는 1~3%에서 5% 넘기가 어렵고, 이후 5%에서 10% 넘기는 것은 기적이라고 말한다”며 “이재명 지사는 코로나19 정국에서 13%까지 올라섰다. 이대로 10%대만 유지하면 차기 지도자 그룹에 안착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리얼미터와 엠브레인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각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