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많은데 다 못해…요식행위” 아쉬움…“돈만 내고 들러리 전락” 분통 터뜨리기도
미래한국당이 3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1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공천 배제 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배제 기준에 해당하는 조건으론 총선 불출마 의원, 비례대표 공천 이력이 있는 인사, 타 정당 공천 신청자 및 탈락자, 정치 철새·계파 정치 주동자,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국론분열 인사, 위선 좌파 및 미투 가해자 등이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신청자는 531명(남 364명, 여 167명)이다. 이들은 공천심사비 100만 원과 당비 200만 원을 냈다. 공천 심사비 및 당비 감면 혜택에 해당사항(2030 청년후보자, 중증장애인, 탈북민, 다문화, 독립운동·참전 등 국가 유공자)이 없는 후보들은 공천 참여 비용으로만 300만 원을 들인 셈이다(관련기사 ‘환불 안 됩니다’ 거대 양당 공천 심사비 비밀). 미래한국당 공관위는 3월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공천 신청자 전원에 대한 서류 검토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공천 신청자 전원에게 면접 기회를 주기로 했다.
공병호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현직 언론인을 비롯한 보수 유튜버들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에 도전장을 던졌다. 새터민 인권운동가 지성호 나우 대표와 뇌성마비 피아니스트 김경민 씨 등 소수자를 대표하면서 스토리가 있는 인물들 또한 면접에서 자신들의 비전을 제시했다.
3월 12일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 면접이 시작됐다. 면접 참가자 1명에게 주어지는 ‘자기 어필 시간’은 3분이었다. 먼저 1분 동안 자기소개를 진행한 뒤 공관위 면접위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시간 2분이 주어졌다. 4일이라는 시간 안에 신청자 531명에 대한 면접을 일일히 진행해야 하다 보니, 면접자에게 주어진 시간이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 안에 자기를 어필해야 하는 상황에서, 면접자들 유형도 각양각색이었다. 그 가운데엔 “공관위원들을 믿는다”는 유형이 가장 많았다. 면접을 마친 한 공천 신청자는 “사실 면접자에 대한 특징을 살펴보기에 3분이란 시간은 굉장히 짧다”면서도 “공관위원들이 충분한 서류 검토를 했다고 믿는다. 면접은 검토한 서류를 바탕으로 공천 신청자를 최종 확인하는 자리였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공천 신청자는 “면접위원들이 면접자들 말을 경청하는 것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고 했다. 이 신청자는 “나도 사회에선 면접관 자리에 많이 앉아봤다”면서 “면접관들의 눈빛만 봐도 이 사람들이 면접자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미래한국당 공관위원들이 상당히 진지한 자세로 면접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보고 그들을 신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회 초년생 시절에 면접을 보던 순간이 생각나 감회가 새로웠다”는 후기를 덧붙였다.
시간이 짧아 면접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귀갓길에 털어놓는 유형도 있었다. 3인 1개조로 진행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 면접이 끝난 뒤 면접을 마친 이들은 국회의원회관 935-1호 맞은 편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탑승하고 귀가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면접자 발언과 관련해 토론을 진행하며 귀갓길에 나서는 공천 신청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국회 의원회관을 나서는 순간까지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자신을 “아마추어 바둑 5단”이라고 소개한 한 공천 신청자는 면접을 마친 뒤 느꼈던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면접관 중 조훈현 미래한국당 사무총장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바둑을 둘 줄 알아서 조 사무총장과 바둑 관련 이야기를 해보려 했는데,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아 말을 꺼낼 수 없었다”면서 수줍은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래한국당 공천 신청자 중 한 명이 면접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며, 면접장을 다시 찾았다. 사진=이동섭 기자
면접 과정에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면접을 이렇게 진행하면 안 된다”고 항의하는 공천 신청자들 때문이었다. 귀가 도중 다시 면접장을 찾아 미래한국당 공관위원들에게 항의의 뜻을 밝힌 한 공천 신청자는 “어떻게 공천 신청자 전원을 다 불러서 면접을 진행하느냐”며 “서류를 검토했으면, 부를 사람만 불러서 내실 있는 면접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공천 신청 과정에서 당에 300만 원을 냈는데 면접 시간이 3분이면 1분당 100만 원짜리 면접이 아니냐”면서 “결국 대다수 공천 신청자들이 돈만 내고 들러리로 전락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신청자는 긴급 출동한 국회 방호팀 인력의 안내를 받아 귀가했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면접에 입장하는 공천 신청자들. 사진=이동섭 기자
면접을 마친 공천 신청자 중엔 “준비한 말은 많은데, 그 말을 다 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밝힌 이가 많았다. 일부 공천 신청자들은 “서류 검토와 3분 면접만으로 비례대표 순번이 공정하게 정해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면접은 그저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지적하는 공천 신청자들도 있었다.
정치평론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지원자들이 워낙 많아 면접 시간이 짧은 건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본다”면서 “공천 면접은 공관위원들이 한자리에서 면접자들을 동시에 봐야 한다. 그래야 공정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서 “면접이 다소 타이트하게 진행되더라도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인 셈”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