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 수백 명 10억 원대 수익 쏠쏠…특별당비 액수 따라 비례 순번 좌우 의혹도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면접 현장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 선거가 열릴 때마다 거대 정당엔 수백 명의 예비후보자가 몰린다. 예비후보자가 많을수록 정당에 모이는 공천 심사비는 자연스레 늘어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승패와 상관없이 선거는 정당의 주요 수익 창출 수단이다. 정당 입장에서 총선과 같은 전국 선거는 대목”이라고 귀띔했다. 공천 심사비는 고스란히 당으로 들어가는 돈이다. 예비후보자 등록 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납부하는 기탁금 300만 원과는 별개다.
정당마다 공천 심사비엔 조금씩 차이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들에게 심사비 300만 원을 받는다. 검증위원회 검증 미신청자는 검증 비용을 추가로 100만 원을 내야 한다. 심사비와는 별개로 현역 의원들은 월 50만 원가량의 특별당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예비후보자 심사비로 100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 추가로 당비 90만 원을 낸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내는 당비 30만 원의 3개월 치 금액이다.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공천 심사를 받으려면 총 190만 원이 필요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모집 공고에 따르면 심사비는 환불이 되지 않는다.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심사비도 정당별로 가격 차이가 난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자 심사비로 100만 원을 받는다. 미래통합당 비례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경우엔 심사비가 100만 원으로 지역구 예비후보자와 동일하다. 하지만, 추가로 내야 하는 당비는 200만 원으로 지역구보다 더 비싸다.
예비 후보자가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심사비 ‘할인 혜택’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자 신청 과정에서 청년 정치인들에게 심사비를 할인해준다. 제21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신청 공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0대 후보자에겐 심사비 전액을 면제해 주고, 30대 후보자에겐 반액만 받는다.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면접을 ‘화상 면접’으로 진행하는 미래통합당.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도 지역구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신청에서 다양한 심사비 할인을 진행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지역구후보자 공천신청 공고에 따르면 미래통합당은 중증장애인, 탈북민, 다문화가정, 국가유공자에 대해선 심사비를 전액 면제하고 있다. 공익제보자, 당 사무처 당직자, 국회의원 보좌진은 심사비를 반액만 지불하면 된다. 지역구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중 20대는 심사비 전액 면제, 30대는 반액을 감면한다.
미래한국당은 2030 청년후보자(만 39세 이하), 중증장애인, 탈북민, 다문화, 독립운동·참전 등 국가 유공자에 당비 및 심사비 50%를 감면하고 있다.
공천 심사비와 관련해 정치권의 다른 관계자는 “공천 심사비는 정당 입장에서 공돈이나 다름이 없다”면서 “환불이 불가능한 이 돈을 정당이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눈 먼 돈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 외에 특별당비는 각 정당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받고 있다. 특별당비 역시 어떻게 쓰이는지 비공개다. 공식적으로 명시한 심사비와 당비를 비롯해 특별 당비까지 합치면, 정당엔 꽤 많은 돈이 모이게 된다”고 말했다.
일요신문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측에 공천 심사비의 용처를 물었다. 민주당 당직자는 “(심사비는) 당헌·당규에 따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공천 심사 플랫폼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당직자는 “심사비는 심사자료 제작비와 서류 점검비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3월 6일 기준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는 464명이다. 미래통합당 예비후보자는 650명이다. 산술적으로 따져봤을 때 두 거대정당이 예비후보자 등록 과정에서 거둬들인 금액은 10억 원이 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권 복수 관계자들은 “심사비가 공천 심사에 고스란히 사용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권 일각에선 비례대표 후보자 등록 심사비에 ‘플러스알파’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공공연히 나돈다. 돈을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비례대표 순번이 바뀔 수 있다는 게 그 골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당인은 “비례대표 후보자에게 공천 여부보다 중요한 건 순번이다. ‘플러스알파’에 해당하는 금액이 순번을 결정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때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