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 내세워 TV 광고, 지급보증 불가 상태서도 영업 지속…피해자들 집단 소송 준비
원카는 ‘월세 대신 전세로 차를 타자’라고 내세워 사람들을 모집했다. 사진=원카 페이스북 페이지
흔히 사업상 필요한 차량을 사용하려는 이나 거금보다는 매달 일정액을 내는 편을 선호하는 직장인들이 차를 장기렌트나 리스 형태로 사용한다. 그런데 한 달 사용 금액이 만만치 않다. 그때 화려하게 등장한 업체가 원카였다.
2018년 연말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한 원카는 전세렌터카 개념을 내세워 처음 차 값을 내고 4년 계약을 채우고 차를 반납하면서 다시 차 값을 고스란히 받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가상각이 큰 차는 4년이면 중고차 시장에서 반값 이하로 그 가치가 떨어지는 브랜드도 있다. 그런데 이 감가상각된 가치를 어떻게 채울까.
아우디 A5를 예로 들어보면, A5는 차값이 약 6000만 원이다. 차는 계약금과 일부 금액만 내면 60개월 할부 등으로 구입할 수 있다. 업체는 고객에게 A5 대금으로 받은 6000만 원을 4등분해 1500만 원씩 나눠 차량 구입 초기 비용만 지급한 A5 4대를 확보한다. 이 중 1대는 차 값을 지불한 고객에게 전세렌터카 개념으로 지급한다.
원카는 자회사로 렌터카 회사를 차리고 이 회사가 나머지 A5 3대로 영업을 하게 된다. 그렇게 렌터카 사업에서 얻은 수익으로 차량 감가상각을 벌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차량 국제 매매영업사를 설립해 중고차로 팔 때 최대한 감가상각을 줄여 팔고, 원카 산하 캐피털회사를 만들어 금융 수익도 낼 수 있다고 홍보했다.
원카는 미심쩍은 고객들에게 지급보증으로 확신을 줬다. 회사에서 차에 보증보험이나 은행을 통해 60% 지급보증을 받고 나머지 차에 대한 근저당을 고객에게 잡아준다고 홍보했다. 피해자 A 씨는 “회사 자체가 신생이고 미심쩍었지만 지급보증을 해준다는 소리에 가입했다. 지급보증만 나와도 돈 날릴 걱정은 없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원카는 전세렌터카 지점을 내기 위해서는 본부급은 3억 원, 지점급은 1억 원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이렇게 모은 돈과 전세렌터카 고객들 돈으로 원카는 인기 연예인 이서진 씨를 내세워 공중파 TV광고까지 낸다. 이 TV광고가 마지막 불꽃이었던 것처럼 곧바로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다.
배우 이서진 씨가 원카 광고모델로 활동했고 “신뢰감 있는 이서진 때문에 가입했다”고 말하는 피해자가 많았다. 사진=원카 TV광고 캡처
지난해 8월경부터다. 이때부터 지급보증이 나오지 않게 된다. 피해자 B 씨는 “지급보증이 나오지 않고 있었지만 영업사원은 그 점을 숨기고 차 계약을 진행했다. 계약금은 차 값의 30%인 약 2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12월까지 지급보증은커녕 차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면서 “인기 차량이어서 차가 안 나온다며 차일피일 미루기에 결국 계약을 해지했지만 계약금 약 2000만 원은 돌려받을 수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B 씨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계약금만 지불하고 차를 받지 못한 경우는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다. 피해자 C 씨는 차 값 전액을 원카에 넣었지만 차량을 받지 못했다. 원카는 지급보증과 차량 제공이 중단된 지난해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영업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자들은 피해자 모임을 만들어 원카 측과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미 개인적으로 고소한 사람도 많다. 이들은 ‘우리는 투자를 한 것도 아니고 차량을 판매한다고 해 샀을 뿐이다. 차량 사기라고 확신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원카와 유사한 사업 구조를 갖고 영업하는 업체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와 함께 전세렌터카 업체를 파악한 뒤, 필요한 경우 ‘사업개선 명령’ 등 영업제한 조치까지 가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은 원카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이영훈 원카 대표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원카에서 영업을 활발하게 진행했던 김 아무개 씨, 렌터카 측 업무를 봤던 이 아무개 씨 등도 “이제 원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연락을 거부했다.
지난해 12월 이영훈 대표와 연락이 닿았던 피해자 B 씨는 “이 대표가 ‘원카가 지금은 어렵지만 투자 받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현재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