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논란’ 강서갑에서 지면 친문에 부메랑…무소속 출마 변수 의정부갑·동대문을 속앓이
금태섭 의원을 경선에서 꺾고 4·15 총선 서울 강서갑 민주당 후보로 나선 강선우 전 민주당 부대변인. 사진=강선우 후보 페이스북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큰 내홍을 겪었던 지역구는 서울 강서갑이다. 현역인 금태섭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지만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강서갑에 대해 ‘추가공모’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주류 진영인 친문과 다른 목소리를 냈던 금 의원을 몰아내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전 장관을 옹호했던 김남국 변호사가 공천을 신청하면서 강서갑은 ‘조국 대전’ 양상을 띠게 됐다.
조국 프레임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자 당 지도부가 교통정리에 나섰다. 김남국 변호사는 안산 단원을에 전략공천하고, 금태섭 의원은 강선우 전 민주당 부대변인과 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정리했다. 경선 결과 강선우 전 부대변인이 승리해 민주당 후보로 공천됐다.
강 전 부대변인은 권리당원 조사와 일반 여론조사에서 65% 정도를 받으며 금 의원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강 전 부대변인은 “선거운동기간은 7일뿐이었다”며 “저를 알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는데 7일간의 기적”이라 평했다. 하지만 경선 신청 22일 만에 정치 신인이 현역 의원을 큰 표차로 누른 것에 대해 친문 세력의 표 몰아주기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는 강서갑에 구상찬 전 의원을 단수 추천했다. 구 전 의원은 2008년 총선에서 강서갑에 나와 당선된 바 있다. 이후 19·20대 총선에서는 각각 신기남·금태섭 의원에 밀려 낙선했다. 지난 총선에서 금 의원은 구 전 의원에 맞서 승리했다. 만약 강선우 후보가 패배한다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내기 위해 경쟁력 갖춘 의원을 내쳤다’는 친문 세력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4·15 총선에서 경기 의정부갑에 출마한 민주당 오영환 후보(왼쪽)와 무소속 문석균 후보. 사진=오영환·문석균 후보 페이스북
경기 의정부갑도 민주당 입장에서 반드시 잡아야 하는 지역구다. 이 지역구는 현재 민주당 오영환 후보와 통합당 강세창 후보, 무소속 문석균 후보 3파전 양상이다.
의정부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6선을 지낸 곳이다. 문 의장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문희상 의장 아들 문석균 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아빠 찬스’ ‘세습 공천’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문 상임부위원장 출마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자, 문 부위원장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민주당은 청년 소방관 출신의 ‘영입인재’ 오영환 전 소방관을 전략공천했다.
그러자 문 부위원장은 돌연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문석균 후보는 “민주당 중앙당에 의정부시와 시민, 당원동지들에 걸맞은 후보를 보내달라 간곡히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전혀 연고도 없는 후보를 공천했다”며 “민주적 절차, 공정한 경선이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한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당원동지들을 배신한 것이다. 민주당 폭거에 참담함과 분노를 참기 어렵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민주당 의정부갑 지역당원 400여 명 역시 “중앙당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지역 연고가 없는 영입인사를 전략공천한 것은 폭거”라며 당직을 사퇴했다. 또한 오 후보 선거캠프와 지역 시·도의원들이 상견례를 겸한 간담회를 하려다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를 두고 문석균 후보가 기존 아버지의 조직기반과 인맥을 이용해 오 후보의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 역시 문 후보 등을 겨냥해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영구제명하겠다”고 경고했다.
현재까지는 문 의장 후광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YTN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3월 28~2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오영환 후보가 42.6%, 강세창 후보가 31.7%, 문석균 후보는 11.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진보진영 후보 2명에 보수진영 후보 1명의 3파전의 형태라 민주당 표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또한 여권 두 후보가 상호 비방전을 벌이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실망감에 떠날 수도 있다.
지역구 현역 의원인 민병두 의원이 공천과정에서 컷오프(공천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한 서울 동대문을도 상황이 비슷하다. 민주당은 동대문을에 장경태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을 경선 끝에 공천했다. 통합당에선 서초갑에서 지역구를 옮긴 3선 이혜훈 의원이다. 장경태 후보와 민병두 의원이 집안싸움을 벌일 경우 이 의원이 반사이익을 거둘 수도 있는 셈이다.
한편, 리얼미터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각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