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석현·이종걸 등 다선들 경선 탈락 이변…통합당 홍준표 김태호 김재원 등 영남 거물들 컷오프
미래통합당 4월 총선 예비후보자 면접에 입장하고 있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대표가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해찬 대표는 2018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더는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물갈이 총대를 멘 셈이다.
초선의 이철희 표창원 의원도 이 대표 뒤를 이어 지난해 10월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둘 다 재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정치권에도 파장이 일었다. 이철희 의원은 “의원 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고 했다. 표창원 의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가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 사상 최악 20대 국회 책임을 지고 불출마 방식으로 참회하겠다”고 말했다.
5선의 원혜영 의원도 지난해 12월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며 불출마와 함께 사실상의 정계 은퇴 뜻을 밝혔다. 불출마로 운신이 가벼워진 원 의원은 민주당의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공천을 이끌었다.
문재인 정부 내각에서 장관직을 겸직하고 있는 의원들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5인이다. 김현미 장관은 “내각 일원으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안정적인 내각의 뒷받침”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함께 가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중요한 할 일”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3월 6일 기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의원은 이해찬(7선) 정세균(6선) 원혜영 추미애(이상 5선) 강창일 진영 박영선(이상 4선) 백재현 김현미(이상 3선) 유은혜(재선) 김성수 이철희 표창원 이용득 제윤경 서형수 심기준 최운열 이훈 윤일규 이규희(초선) 의원으로 총 21명이다. 현재 무소속 신분이지만 민주당 출신인 6선 문희상 국회의장과 초선 손혜원 의원도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
미래통합당에선 6선의 김무성 의원이 앞장섰다.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이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각자 자기성찰부터 하는 반성의 시간이 돼야 한다”며 “새로운 보수정당 재건을 위해 나부터 내려놓고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딸의 KT 정규직 부정채용 의혹에 휩싸였던 원내대표 출신 김성태 의원도 2월 15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나는 문재인 정권을 불러들인 원죄가 있는 사람으로서 자유우파의 대동단결을 위해 나를 바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며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에게 개혁 공천, 이기는 공천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정갑윤 유기준 의원도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 의원은 2월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은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망해가는 나라를 바로잡는 중차대한 선거라는 점에서 내가 마음을 내려놓는다”며 총선 불출마 이유를 전했다.
3월 6일 기준 통합당 불출마 의원은 김무성(6선) 원유철 정갑윤(이상 5선) 유승민 유기준 한선교 김정훈(이상 4선) 여상규 김세연 김영우 김성태 김광림 이진복 홍일표(이상 3선) 김기선 김도읍 김성찬 박인숙 염동열(이상 재선), 유민봉 윤상직 윤종필 정종섭 조훈현 최연혜 장석춘 최교일(초선) 의원 등 27명이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경선 탈락한 현역 의원은 이석현(6선) 이종걸(5선) 유승희 이춘석 심재권(3선) 신경민(재선) 권미혁 손금주 정은혜(초선) 의원 등 9명이다.
안양시 동안구갑의 6선 이석현 의원은 민병덕 법무법인 민본 대표변호사에 밀렸다. 5선 이종걸 의원은 안양시 만안구 경선에서 강득구 전 경기도 부지사에게 패했고, 3선 심재권 의원도 서울 강동구을 경선에서 강동구청장 출신인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에게 졌다.
3선 유승희 의원(서울 성북구갑)과 이춘석 의원(전북 익산시갑)은 각각 김영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김수흥 전 국회 사무차장에게 공천권을 내줬다. 공천 면접 과정부터 관심을 모았던 서울 영등포구을은 김민석 전 의원이 재선의 신경민 의원을 따돌리고 공천권을 확보했다.
통합당에선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의 거침없는 칼날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에서의 컷오프가 공천 최대 뇌관으로 떠올랐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3분의 1을 컷오프하고, 현역 국회의원을 50%까지 교체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김형오 공관위원장도 보수 텃밭인 TK 컷오프 비율은 50% 이상이라고 밝혀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한 바 있다.
실제 당 지도부와 공관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중진들은 컷오프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보수 진영의 ‘잠룡’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대표적이다.
당초 홍 전 대표는 고향인 경남 밀양·창녕·의령·함안 지역구를 희망했지만, 공관위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양산을에서 김두관 전 경남지사와 맞붙겠다고 다시 제안했지만 공관위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공천에서 탈락했다. 김 전 지사 역시 공관위 험지 출마 요구를 거부하고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를 고집하다 고배를 마시게 됐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의 이주영 의원(경남 창원·마산·합포)과 4선 김재경 의원(경남 진주을), 재선 김한표 원내수석 부대표(경남 거제)도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탈락했다.
공관위는 물갈이 중심으로 지목한 TK에서도 ‘칼날’을 휘둘렀다. 통합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친박 브레인’ 김재원 의원이 컷오프되자 친박계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정태옥 곽대훈 김석기 백승주 강석호 의원도 TK에서 공천배제됐다.
6일 기준 통합당에서 컷오프된 정치인은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를 포함해 이인제(6선) 이주영(5선) 김재경(4선) 김재원 강석호 윤상현 유재중(3선), 김한표 이은재 이현재(재선), 곽대훈 김석기 김성태 김순례 김승희 문진국 민경욱 백승주 임재훈 정태옥(초선) 의원 등 21명이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정치권에선 통합당이 텃밭인 영남권에서의 공천 작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통합당은 김형오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공천 작업에서 민주당보다 혁신·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판정승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며 “공천에서 남은 과제는 박근혜 옥중서신으로 시작된 ‘박근혜 선거’ 프레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라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무소속으로 고!’ 컷오프 중진들 거취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공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컷오프로 출마의 기회를 잃게 된 거물급 정치인들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 지도부나 공천관리위원회 결과에 수긍하는 이들도 있지만, 반발하는 후보들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컷오프나 경선에서 탈락한 의원들 중 재심을 신청하는 경우가 나왔다. 3선 민병두 의원은 공관위가 과거 ‘미투’ 폭로 등을 정밀심사한 끝에 서울 동대문을에서 컷오프 결정을 내리자 “결정이 부당하다고 보고 당헌 당규에 따라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중진 의원 중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상황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경기 시흥을의 김윤식 전 시흥시장이나 제주시갑 박희수 예비후보가 결과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기는 했다. 통합당은 컷오프된 중진 의원들이 다른 지역구 경선을 신청하거나,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서울 서초갑에서 컷오프당한 이혜훈 의원(3선)은 동대문을로 지역구를 옮겨 재기의 기회를 얻었다. 이 의원은 민영삼 정치평론가, 강명구 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와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친박’ 윤상현 의원은 컷오프되자 지역구인 인천 미추홀에 무소속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윤 의원은 “도덕, 경쟁력, 의정활동 등 모든 공천심사 항목에 하자가 없었음에도 공천배제됐다”며 “이번 공천은 정치공학으로 민심을 짓밟은 참 나쁜 공천이며, 미래도 통합도 없는 미래통합당의 결정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20대 총선에서도 ‘취중 발언’ 논란으로 공천 배제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 뒤 복당한 바 있다. 김태호 전 지사도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무소속 출마를 예고했다. 김 전 지사는 공관위 공천발표 직후 “고향 주민들의 공천을 받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전 대표 역시 결과 발표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김형오 공관위원장) 참 야비한 정치 한다”며 “무엇이 홍준표다운 행동인지 며칠 숙고 후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러한 공천 잡음에 대해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선거에 공천 과정이 생긴 이래 늘 생기는 논란이다. 일부 잡음은 불가피하다”며 “오히려 혁신공천의 폭이 더 광범위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