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줄고 집콕 늘며 콘돔 수요 증가 관련주 껑충…세계 곳곳 가정폭력 사건도 급증
코로나19 베이비붐이 예상되는 가운데 피임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이처럼 콘돔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지만 콘돔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콘돔 공장까지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콘돔. 사진=이종현 기자
2010년 2월 버지니아 주 등 미국 동부 일대에 기록적인 폭설이 있었다. 시민들의 일상이 마비될 정도의 어마어마한 대설로 인해 연방정부까지 휴무에 들어갔다. 그 결과 그해 11월 미국 동부 산부인과들이 엄청 바빠졌다. 폭설로 고립돼 집에서만 지내야 했던 부부들이 대거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시 상황을 ‘블리자드(Blizzard·폭설) 베이비붐’이라 기억하고 있다.
비슷한 일은 1998년 미국 메인 주 포틀랜드에서도 있었다. 당시에는 ‘얼음 폭풍’이 미 동북부 지역을 휩쓸었고 역시 사람들이 고립됐다. 그리곤 임신율이 증가하는 ‘베이비붐’이 있었다. 또 2003년 9월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 주 해안에 상륙한 초특급 허리케인 이사벨이 지나가고 9개월여 뒤에도 아이들이 대거 태어났다.
자연재해인 폭설, 얼음폭풍, 허리케인 등에 이어 이번엔 엄청나게 높은 전염력을 가진 바이러스 감염증이다.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터라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만 지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아예 국가 차원에서 외출을 금지시키기도 하고 자택 근무에 돌입한 회사들도 많다. 이럴 때 가장 먼저 드러나는 사회 현상은 ‘사재기’고 9개월 정도 뒤에 따라오는 현상이 바로 ‘베이비붐’이다.
문제는 원치 않는 임신이다. 2세를 계획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임신했을 경우 당사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피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에선 원치 않는 임신 예방을 위해 피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족계획단체들이 나섰다. 앞서 언급한 1998년 ‘얼음 폭풍 베이비붐’을 경험한 메인 주의 비영리 단체 메인가족계획(MFP)은 3개월 동안 피임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미국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PP) 역시 충분한 피임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전염병이 돌고 있는 상황이라 앱을 통해 신청을 받아 피임약을 배달해주는 서비스까지 도입했다. 이 외에도 각종 가족계획단체들이 홈페이지를 통한 피임용품 판매, 화상·이메일 상담 등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콘돔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 말레이시아의 이동제한 명령에 따라 세계 최대 콘돔 생산업체 카렉스의 현지 공장 3곳의 가동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매주 1억 개 정도의 콘돔이 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카렉스는 연간 50억 개의 콘돔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20%나 된다.
코로나19로 가정폭력도 급증하고 있다. 이동제한령이 시행된 프랑스는 3월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 동안 가정폭력 사고가 전국적으로 32% 증가했는데 파리에서는 무려 36%나 급증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이종현 기자
세계 곳곳에서 이혼율과 가정폭력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이동제한령이 시행된 프랑스는 3월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 동안 가정폭력이 전국적으로 32% 증가했는데 파리에서는 무려 36%나 급증했다. 프랑스 정부가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그나마 외출이 가능한 약국에 가서 도움을 청하라고 권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역시 자택 대피 명령이 본격적으로 발동되면서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그린란드는 아동보호를 위해 아예 외출제한 기간 동안 주류 판매를 금지했다. 행여 모를 아동 학대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반면 각국의 이동제한과 자택 대피, 외출제한 등의 조치로 인해 길거리에서 주로 벌어지는 강력범죄 발생률은 절반가량 급락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