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힌 차체에 신뢰할 만한 주행과 내부 품질…시작가 착하지만 옵션 가격 부담될 수도
제네시스 ‘G80’. 사진=제네시스
신형 G80의 디자인은 수려하다. 전 모델에 비해 폭을 늘리고 높이를 낮췄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균형감이 돋보인다. 하나의 직선으로 표현된 하체가 단단하게 받치고 있다. 전면부에서 루프를 거쳐 트렁크 끝까지 팽팽하게 잡아당긴 선을 통해 긴장감을 강조했다.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스포티한 인상을 받는다. 동력 성능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그렇다고 마냥 달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지도 않았다. 전반적으로 단정하면서 고급스럽다. 럭셔리 브랜드의 세단 모델을 상상할 때, 기대하는 것들을 충분히 채워준다.
우려와 달리 운전석의 머리 높이는 넉넉하고 개방감도 우수하다. A필러(전면 유리와 측면 창문 사이의 차체) 두께와 룸 미러 테두리 축소하고 크래시패드 높이를 낮췄기 때문이다. 중앙에 위치한 14.5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클러스터와 바로 연결하지 않고 앞유리 쪽으로 배치해 시인성을 높였다. 가죽과 우드의 질감도 좋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시트. G80의 시트는 주행 환경에 상관없이 안정감 있게 몸을 감싼다.
시트의 착좌감 자체는 다소 단단한 편이다. 시승 모델의 최고출력은 380마력, 최대토크 54.0kg·m의 힘을 갖췄다. 복합연비는 9.2km/ℓ. 중저속 구간에서부터 넉넉한 토크에서 오는 힘이 인상적이다. 고속구간의 안정감은 여느 럭셔리 브랜드의 모델과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코너 구간에서 밀림 없이 바닥을 움켜쥐고 빠져나가는 능력이 우수하다. 고급 세단에 걸맞은 정숙성도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II (HDA II) 기능의 경우 기존 모델에 비해 한층 정교해졌다. 단순히 보조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신뢰의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인상을 준다. 차량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진행되는 가속과 제동의 움직임도 머뭇거림이 없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되면 시트 옆쪽이 살짝 조여 온다. 엔진음 역시 기존 에코 모드 등과는 달리 한결 거칠어지며 달리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급제동시 자동으로 당겨지는 안전벨트도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실제 연비는 9~10km/ℓ를 오갔다.
이 밖에도 안전사양으로 프리액티브 세이프티 시트,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전방 주시 경고, 안전 하차 보조, 후석 승객 알림 등이 적용됐다.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와 같은 편의사양도 빠지지 않고 탑재됐다. 가솔린 3.5 터보 엔진 모델은 5907만 원부터 시작이다. 시작 가격은 착하게(?) 책정했다. 하지만 옵션 가격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제네시스는 국산 제조사가 만들 수 있는 가장 럭셔리한 모델이다. 국산차의 수준을 가늠하는 모델이라는 의미다. 누군가는 이 사실을 애써 부인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는 멀었다’라고 믿는 이들에게 G80은 ‘선입견 따위는 이제 버리라’고 답하고 있다.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