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출 급증, 금융주 주목해야…생명보험·증권주 투자는 주의 필요
예금 이자율과 채권투자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 배당 투자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배당 관련 가장 높은 매력을 갖고 있는 종목으로는 단연 금융주가 꼽힌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주를 주목하라
시가총액 상위 100 종목 가운데 2019년 결산배당 기준 시가배당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단연 금융주다. 9일 종가 기준 KB금융과 신한지주가 6%대,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DGB금융은 8%대 이상이다. BNK금융지주와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는 5~7%대, 삼성화재와 미래에셋대우, 삼성카드, 한국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코리안리, JB금융지주 등은 4~6%선이다.
특히 1분기 대출 증가가 가파르다. 코로나19로 자금수요가 늘면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모두 급증했다. 역대급 매출이 가능해 보인다. 반면 부실 위험은 그리 크지 않다. 은행의 경우 대부분의 여신이 담보비율이 높다. 초저금리로 연체 위험도 높지 않다. 중소기업 여신 건전성이 관건이지만, 대부분 보증으로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초저금리 대출을 독려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대출기준을 좀처럼 완화하지 않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시중은행들은 예상되는 부실의 100~150%를 충당금으로 쌓고 있다. 미국이나 선진국 은행들의 200%대와 비교하면 낮지만, 매출이 늘어난 만큼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을 여력은 충분하다. 급작스럽게 부실이 불어나지만 않는다면 이익 훼손은 제한적일 수 있다. 이익이 안정적이면 주당배당금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은행지주들의 배당성향은 25~30%로 선진국 대비 10%포인트 이상 낮다.
#양호한 손보, 암울한 생보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치솟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골칫거리였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차량 운행률이 하락하고, 이른바 ‘의료쇼핑’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이들이 급감했다. 손해율 하락요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영업확대로 경쟁적 사업비 지출 역시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가반등 폭이 비교적 가팔랐지만, ‘빅4’ 평균 4% 이상의 시가배당률을 보이고 있다. 초저금리에 따라 자산운용 수익률 저하가 우려되는 것이 약점이지만, 이는 손보사만의 어려움이 아니라 전 금융권의 공통과제다.
생명보험은 사정이 좋지 않다. 동양생명은 9%,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은 5% 이상의 시가배당률을 보이고 있지만 올 실적 전망이 불투명하다. 0%대 기준금리가 현실화되면서 20년여 전 확정금리로 판매했던 상품에 대한 ‘역마진’ 부담이 더욱 커졌다. 생명보험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처참할 정도다.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만 20조 원이 넘는 삼성생명의 시총은 8조 8000억 원대로 PBR이 0.25배다. 순자산의 75%가 부실이거나 수익이 나지 않는 자산으로 평가된다는 뜻이다. 가장 높은 미래에셋생명이 0.3배고 동양생명은 0.18배, 한화생명은 0.1배다. 손보사 상위 4개사(삼성, 현대, DB, 메리츠)가 평균 0.5배 수준인 것과 대비된다.
#증권, 마진콜 이어 부동산PF의 위협
증권은 금융주 가운데 가장 요주의 대상이다. 상위사 대부분의 시가배당률이 5%를 넘고, 대신증권의 경우 10%에 달하지만 금융업종 가운데 올해 이익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가장 높다.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을 위한 파생상품 거래 과정에서 마진콜(Margin Call, 증거금 추가납입 요구) 사태로 이미 홍역을 치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보증과 관련된 부실 가능성도 남아있다. 코로나19가 경기침체로 이어져 지방 부동산 개발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부동산PF 익스포져 건전성 관리방안’을 보면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2013년 2조 원에서 2019년 6월 말 4조 9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연체율은 7.2%로 금융권 가운데 가장 높다. 저축은행(3.7%)의 두 배에 가까울 정도다.
금융권 부동산PF 대출보증 28조 1000억 원 가운데 26조 2000억 원이 증권사 몫이다. 채무보증은 직접 돈을 빌려주지 않더라도 연 2~4%의 수수료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채무보증 수수료로만 연간 1000억 원 가까운 수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증을 서 준 사업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고스란히 부실을 떠안아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는 은행들이 부동산PF를 많이 했다. 2008년 2.6%이던 연체율이 2010년말 16.4%로 폭증했었다. 이번엔 증권사들이 비슷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비금융, 내수 ‘알짜주’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주가 반등으로 시가배당률이 각각 2%대와 1%대로 낮아졌다. 변동성을 감안하면 배당 매력은 높지 않은 셈이다. 삼성전자가 안정적 1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되는 만큼 주가 전망은 밝은 편이다. 자동차는 현대차 관련주의 시가배당률이 아직 4%대지만 생산차질 여파가 이어지고 있어 주가 변동성 위험이 크다.
SK텔레콤(시가배당률 5.2%), KT(5.1%) 통신주와, 저유가 수혜주인 한국전력(4.1%) 등의 배당 매력이 오히려 돋보인다. KT&G(5.7%)처럼 독보적인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배당 매력이 유효하다.
저유가 피해주인 정유와 석유화학은 예의주시 대상이다. 국제유가가 일단 20달러에서 바닥을 찍고 20달러 후반까지 반등했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도발한 유가 전쟁에 본격 개입했다. 자국 내 셰일가스 산업을 보호하면서 적정 수준의 유가를 유지하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으로 보인다. 미국 셰일가스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0달러 선으로 알려졌다. 유가가 30달러대를 회복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태다.
유가가 반등한다면 에너지 관련주도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정유와 화학은 유가가 올라야 절대 매출과 이익규모가 회복될 수 있다. 주가로만 보면 상대적으로 반등 탄력이 약했던 LG화학, SK, GS 등이다. 배당 매력으로 본다면 4% 후반대의 GS가 가장 매력적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