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영화가 배우나 감독 유명도 혹은 제작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간 블록버스터라는 것이 관객의 관심을 끌수 있을지는 몰라도 완성도가 떨어지면 절대로 흥행할 수 없다. 그래서 영화를 마케팅하면서 절대로 우리가 잊지 않고 있는 것이 “영화 자체가 가장 중요한 마케팅이다”라는 문구다.
유명 배우나, 감독, 새로운 기술은 영화의 관심도를 높이고 선호도를 올릴 수 있는 요인이 될지언정 절대로 그것만으로 대중의 마음을 살 수 없기에 영화인들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무수한 날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만 한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이제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각종 SNS에 그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이 순식간에 일파만파로 번지게 된다. 제작진이 유명 평론가, 기자, 동료 영화인들의 평을 홍보해도 실제로 영화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을 바꾸지 못한다.
각종 포털에 영화를 본 사람들의 관람평이 이어지고 그것을 계량화한 영화 점수까지 노출되기에 대중들은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그 영화를 실제로 접한 사람들의 생생한 영화관람 후기를 접하고 영화를 선택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그래서 영화인은 홍보·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영화 자체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더 고민하고 연출도 정교하게 하고 모든 기술 스태프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관객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한다. 즉 마케팅보다는 영화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 주안점을 두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영화는 같은 날 개봉하는 경쟁 영화를 비난하거나 헐뜯지 않는다. 영화는 경쟁 영화가 아무리 엉망이라고 해도 내영화가 완성도가 떨어지면 절대로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기에 같은 날 개봉하는 경쟁 영화가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나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기보다는 관객이 왜 우리 영화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그걸 관객에게 홍보하고 마케팅을 한다.
4월 15일은 앞으로 4년간 우리 지역, 나아가서 우리나라를 이끌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지금 우리 국민, 아니 전 세계인은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 공포의 바이러스도 문제지만 코로나19가 물러간 후에 우리에게 펼쳐질 경제·사회적인 현상이 얼마나 더 고통스러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는 이 위기 국면을 앞서서 리드해야 할 우리의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각종 방송이나 유튜브를 보면서 많은 정치인들과 평론가들이 상대 진영을 비난하고 상대 진영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를 알린다. 그런 방송물들을 볼 때마다 참으로 안타깝다. 지금 이 중차대한 시기에 후보로 나온 분이나 정당은 어떻게 이 위기를 타개해나가고 극복해나갈 것인지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고, 안심시켜야 하지 않겠나.
후보가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살아왔는지, 얼마나 어렵게 살아왔는지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들에겐 그보다 그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가 훨씬 더 궁금하다. 영화는 경쟁 영화가 나빠도 내 영화가 나쁘면 내가 얻을 반사이익은 하나도 없는데 선거는 상대방을 깎아내리면 내가 올라가기에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반복되는 것 같다.
영화는 이미 영화를 접한 사람들의 관람평을 보고 그 영화를 나는 선택하지 않을 수 있기에 귀중한 시간과 돈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선거는 우리가 선택하는 순간 4년간 바꿀 수 없기에 더욱더 신중하고 철저히 검증하고 검증해야 한다. 나라가 위기다. 지금이라도 내 지역 후보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무슨 비전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극복하려는지 찾아봐도 늦지 않다.
원동연 영화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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