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하 유오성 등 가족 지지 유세 빼곤 잠잠…‘정치성향 드러냈다 불매당할라’ 우려 커
지상욱 미래통합당 후보의 유세 현장에 ‘배우 아닌 배우자로’ 심은하 씨가 지지 유세에 나섰다. 사진=최준필 기자
이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후보의 가족 중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함께 유세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유상범 미래통합당 후보(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의 유세에는 동생인 배우 유오성씨가 발 벗고 뛰고 있다. 5일 강원도 횡성 지역구 주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가 하면, 유 후보의 유튜브 채널 ‘유상범 TV’에 직접 출연해 홍보하기도 했다.
이재영 미래통합당 후보(서울 강동을)의 부인 배우 박정숙 씨도 선거 유세에 함께 하고 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드라마 ‘대장금’ 속 중전 한복을 입고 남편의 선거운동을 지원했던 그는 올해는 길거리 유세뿐 아니라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해 남편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2000년대 초반 활동했던 보이그룹 클릭비의 멤버 하현곤 씨는 사촌형인 하창민 노동당 후보(울산 동구)의 선거 유세에 동참했다. 하 씨는 하 후보 지지선언으로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싱어송라이터로 자리 잡길 바라는 제 마음이나 사회의 편견을 깨고 노동자가 직접 정치에 나서야 한다는 하창민 후보의 마음이나, 사회의 변화와 자아실현을 위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똑같다는 생각에 지원 유세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우 유오성 씨는 형인 유상범 미래통합당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진=유상범 후보 페이스북 캡처
반면 ‘혈연’ 없는 연예인들의 지원 유세는 이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 과정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때 다수 연예인이 전국 유세 현장을 누빈 것과 비교하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도 있지만, 요즘 시대에 직접적인 관계없이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같은 목소리는 특히 보수 야당을 지지하는 측에서 자주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대구 수성갑)의 유세 현장에 지원을 나선 가수 김흥국 씨와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이들의 정치 성향을 두고 비판이 일기도 했다. 특히 김흥국 씨는 보수 성향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의 구색맞추기용 희생양이 됐는데도, 정치색에 변함이 없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서울 종로구) 유세 현장에 나타난 배우 전원주 씨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전 씨는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를 지원한 바 있다. 이어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무소속 안상수 후보와 새누리당 이학재 후보 지원 유세에 가세했다.
당시 새누리당 중앙당 차원에서 조직한 연예인 유세단인 ‘누리스타 유세단’에도 속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같은 시기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후보의 유세 현장에도 나타나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원주 씨는 이후 2018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다시 길환영 자유한국당 후보의 유세 현장에 참여했다.
8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서울 종로) 유세 현장에 배우 김성환, 가수 김연자, 배우 전원주 씨(앞줄 왼쪽부터)가 함께했다. 사진=이낙연 후보 페이스북 캡처
주로 보수 진영의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전원주 씨가 이번에는 이낙연 후보를 지원하고 나서자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철새 정치인이 아닌 철새 연예인” “개종(종교를 바꿈)보다 더 어렵다는 개당(지지 정당을 바꿈)을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TV를 통해 종종 자신의 정치 성향을 밝혀온 전 씨이기에 그의 이번 변화에 시선이 모인다.
한 배우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서로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정당을 지지하면 ‘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최근 들어 그게 더 심각해졌다”며 “보수 유권자는 진보 연예인들을 ‘좌빨’이라 비난하고, 진보 유권자들은 보수 연예인들을 ‘일베’라면서 몰아세우고 있으니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현 상황에서 연예인들이 예전처럼 유세 현장에 나서기가 조금 어려운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도 유세에 참여한 연예인들 관련 기사의 댓글을 모니터링하는데 역시 좋은 말보다 악플이나 ‘불매하자’는 말이 더 많더라”며 “정치에 뜻이 있지 않고서야 아무 연관 없이 지원 유세에 나서기 어려운 시대다. 나가도 욕먹고 안 나가도 욕먹으니 SNS 등 간접적인 형태로 지지의사를 밝히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