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재개발’ 최고 인기, ‘합정역 5번 출구’ 유재석 반대로 불발…코로나19로 로고송 영향력 줄어
4월 15일 열리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유산슬(유재석)의 노래 ‘사랑의 재개발’이 격전에 돌입한 각 정당들의 ‘최애 로고송’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동시에 선택하자, 선거 로고송에서만큼은 여야에 이견이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사실 지난해 11월 이 노래가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선거 로고송 러브콜은 예견됐다. “싹~다~ 갈아엎어 주세요”로 시작하는 귀에 쏙 꽂히는 가사, 저절로 따라 부르게 되는 치명적인 멜로디는 마치 선거용으로 만든 노래가 아닌지 의심될 정도였다.
선거판의 로고송 신흥 강자로 가수 유산슬(개그맨 유재석)이 급부상했다. 그의 히트곡 ‘사랑의 재개발’이 선거송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합정역 5번 출구’도 문의는 많았지만 유산슬의 반대로 선거 로고송이 되진 못했다. 사진=MBC
#로고송의 조건…‘한방’의 메시지, 중독성 멜로디
정당마다 차이는 좀 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보통 10여 곡의 로고송을 택해 유세에 활용한다. 오랫동안 선거 로고송 분야에서 굳건한 위치를 지킨 노래는 가수 박상철의 ‘무조건’이다. “무조건~ 무조건이야~”라는 가사를 통해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마음을 ‘짧고 굵게’ 표현하는 강점에 힘입어 10년 넘게 각광 받아왔다. 홍진영의 ‘엄지척’, 아이오아이의 ‘픽미’ 등의 노래도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로고송으로 발탁된 스테디셀러다. 대부분 강력한 ‘한방’의 메시지를 갖춰 몇 년째 사랑받는 곡이다.
선거판의 신흥 강자 ‘사랑의 재개발’을 부른 가수 유산슬은 지난해 시작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개그맨 유재석이 트로트에 도전하면서 얻은 새로운 이름이다. 유재석은 유산슬을 자신의 또 다른 캐릭터로 만들었고 ‘사랑의 재개발’과 ‘합정역 5번 출구’ 등 2곡을 발표해 동시에 히트시켰다. 마침 대중문화에서 시작된 트로트 열풍을 타고 유산슬은 물론 ‘사랑의 재개발’도 인기를 얻었고, 그 유명세는 고스란히 여·야를 넘나드는 선거 로고송 채택으로 이어졌다.
‘사랑의 재개발’은 조영수 작곡가가 작곡과 편곡을 맡고 김이나 작사가가 노랫말을 썼다. 발표 직후부터 이미 ‘4·15 총선 선거 로고송으로 유력하다’는 시청자의 반응이 쏟아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다~” 갈아엎자는 가사가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자들의 열망을 적확히 파고들었다. 선거를 앞두고 조영수 작곡가 등에게는 로고송 사용 요청이 줄이었다. 이에 저작권자들은 “모든 정당에 공평하게 오픈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나란히 같은 곡을 쓰게 됐다.
기존 히트곡이 선거 로고송으로 탈바꿈되는 과정도 흥미롭다. 정당들의 상황과 기치가 고스란히 반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랑의 재개발’의 노랫말을 “싹 다 1번 해주세요, 최고의 일꾼 기호 1번 OOO”이라고 개사했다. 미래통합당은 “싹 다 갈아엎어 주세요, 기호 2번 OOO이 싹 다 바꿀게요”라고 변형했다.
하지만 과연 ‘사랑의 재개발’이 얼마나 자주 선거 유세에 등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치권에서 올해 총선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차분하게 치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표 선거 로고송을 전인권의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로 택했다. 코로나19 극복하자는 취지다. ‘사랑의 재개발’은 미래통합당 유세와 맞붙을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유세차를 타고 지지를 호소하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코로나19로 인해 과거처럼 로고송을 틀고 율동을 하는 방식의 선거 운동은 많이 줄어들었다. 사진=고성준·박정훈 기자
#‘사랑의 재개발’은 되고, ‘합정역 5번 출구’는 안 되는 이유
선거 로고송은 저작권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음원의 사용횟수가 늘면 늘수록 작곡·작사·편곡자의 저작권료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저작권은 예민한 문제인 만큼 간혹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당시 자유한국당은 동요 ‘상어가족’을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사용했다는 지적으로 제작사와 갈등을 빚었다. 외국 곡을 번안해 편곡한 ‘상어가족’의 제작사인 스마트스터디는 “아이들의 동요가 어른들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선거 로고송 사용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당 노래가 가진 의미, 저작권자의 선택에 따라 선거 로고송 선택 여부가 갈린다. 이번 총선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일어났다. ‘사랑의 재개발’만큼이나 인기를 얻은 유산슬의 히트곡 ‘합정역 5번 출구’는 총선 로고송으로 쓰이지 않는다. 정당들의 로고송 사용 제안이 없어서가 아니다. 공동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유산슬(유재석)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정역 5번 출구’를 만든 작곡가 박현우, 편곡자 정경천, 노랫말을 쓴 이건우 작사가는 최근 YTN 플러스 프로그램 ‘시사 안드로메다’에 출연해 선거 로고송으로 쓰이지 못한 뒷이야기를 꺼냈다. 이건우 작사가는 “선거 로고송은 작사가와 작곡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나와 박현우 작곡가가 허락한다고 해도 공동작사가인 유산슬이 안하면 안 된다”며 “유산슬이 ‘웬만하면 (로고송 허락을) 안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표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