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폴리실리콘 세계 2위 OCI 위기 속 오너 3세 경영능력까지 ‘의구심’
OCI가 매출을 떠받드는 태양광과 석유화학사업 모두 악재를 맞이하면서 오너 3세 이우현 OCI 부회장이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서울 중구 OCI 본사. 사진=연합뉴스
OCI는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희망퇴직을 원하는 임직원에게 최대 급여 20개월 치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이다. 앞서 2월 20일부터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 3개로 이뤄진 군산공장 가동을 멈췄다. 2번과 3번 공장은 생산을 중단하고, 1공장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 체제로 설비를 전환해 5월 재가동에 들어간다. 국내에서 중단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작업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맡아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뜻을 보인다. OCI는 군산공장에서 연간 5만 2000톤(t)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해왔다.
태양광 선두주자이자 국내 1위, 세계 2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OCI가 구조조정에 나선 배경엔 폴리실리콘 가격 폭락이 있다. 중국 정부 지원 아래 중국 폴리실리콘 공장들이 저가로 많은 물량을 찍어내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고, OCI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 수요도 현지 공장에서 채워주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급이 넘쳐나면서 기술력만으론 최고 수준인 OCI가 적자 늪에 빠진 것.
폴리실리콘 수출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도 문제다. 태양광사업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모듈’ 순으로 공정이 이뤄진다. 그러나 중국을 제외한 해외시장은 모듈을 사서 전력을 생산해내는 완성단계의 발전소들만 있지 잉곳·웨이퍼나 전지·모듈 등을 생산해내는 공장이 드물어 폴리실리콘 수요가 없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셀·모듈을 판매하는 한화솔루션 태양광사업이 OCI와 달리 호실적을 내는 것도 이런 이유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올해 태양광 시장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과 미국 정부의 태양광 투자 세액 공제 제도 등으로 태양광 설치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었지만 코로나19로 전력 수요가 빠져 역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수요가 있다고 해도 폴리실리콘은 중국 정부가 제조원가의 40%에 해당하는 전기료를 할인해주면서 현지업체들의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OCI가 중국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은 전체의 90%로, 중국 외엔 폴리실리콘을 소화할 곳이 없다”며 “태양광 신규 설치량이 늘어나는 미국·유럽에서도 잉곳이나 웨이퍼 공장이 없어 OCI가 진입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세계 2위 태양광 폴리실리콘 업체 OCI가 중국산 저가 폴리실리콘의 공급과잉으로 적자를 보면서 군산공장 문을 닫고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중국의 한 태양광발전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매출의 한 축인 석유화학과 카본케미컬 사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OCI의 2019년 연결기준 매출은 폴리실리콘을 중심으로 하는 베이직케미컬 47.2%, 석유화학과 카본케미컬 37.6%, 태양광발전소 등 에너지솔루션 14.1%, 기타 1.1%로 구성돼 있다.
카본케미컬에서는 타이어·잉크 제작에 쓰이는 카본블랙을, 석유화학에서는 플라스틱·전자제품의 중간물질인 벤젠, 건축 단열재·의자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TDI, 알루미늄 제련 때 사용되는 피치 등을 생산한다. 그러나 2019년 미중 무역갈등 및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 등으로 인한 중국 내 알루미늄 생산량 감소, 타이어 산업 가동률 저하 등의 이유로 수익성이 둔화됐다는 것이 나이스신용평가의 분석이다.
세계적 공급 과잉과 유가 변동성 확대도 악재다. 세계 석유화학산업은 2010년대 중반 호황기를 누리면서 미국에서 셰일가스 기반 에탄크레커(ECC) 공장 증설이 대폭 일어났고, 그때 물량이 쏟아져 2019년부터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있다. 석유에서 추출되는 납사 기반 납사크래커(NCC)도 중국·동남아시아에서 증설을 계획 중으로 공급 과잉이 예정된 상태다.
반면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요가 줄었고,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인 수요 둔화로 최근 업황과 전망도 좋지 않다. 기업의 두 지지대였던 태양광과 석유화학사업의 부진으로 최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OCI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낮췄다.
실적 악화에 대응해 OCI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비롯한 부동산 개발, 고순도 과산화수소, 제약·바이오 등 신사업을 내놨다. OCI 자회사 DCRE(동양화학부동산개발)는 옛 인천공장과 인근 부지 154만 6747㎡에 주거·상업시설을 조성하는 인천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 사업을 본격화했다. 포스코케미칼과 공동 투자해 2022년부터는 약 5만t 규모의 산업용 과산화수소도 생산할 예정이고, 바이오도 2018년 부광약품과 합작벤처를 설립한 데 이어 유망 업체를 지속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OCI 관계자는 “폴리실리콘과 케미컬 사업구조를 반도체용 폴리실리콘과 과산화수소 등 고부가가치 위주로 재편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은 기술 장벽이 높고 기존 업체의 입지가 견고해 진입하기 쉽지 않다. 과산화수소 사업은 매출 규모가 작고 제약·바이오 사업도 경쟁이 치열하다. 도시개발사업도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 미분양 우려가 있다. 강정화 연구원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의 경우 바커 등 독일 업체나 미국 업체 등 굳건한 공급 업체들이 시장에 포진해 있고, 반도체 같은 경우 정밀도가 높아야 하기에 기존 제품을 바꿔 공정이 틀어지면 불량품이 나올 수 있다”며 “업체를 바꿀 정도의 품질과 가격을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인 데다 바이오사업도 이미 기존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우현 OCI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2017년 별세한 고 이수영 OCI 회장의 아들이다. 2013년 OCI 사장 자리에 올라 회사를 이끌다가 2019년 3월 부회장으로 취임했고, 특히 그룹 주력으로 키워온 태양광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그의 경영 아래 적자를 내던 태양광사업은 2016~2018년 3년 연속 흑자를 내다 지금은 그룹 전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정도로 흔들리면서 오너의 경영능력이 도마에 오른 것.
OCI 지분구조는 지난 3월 27일 기준 이우현 부회장 5.46%, 이화영 유니드 회장 5.43%,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 4.27%로 숙부들과 지분 차이가 거의 없다.
다만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이니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OCI는 창업자 고 이회림 명예회장 때부터 돌다리 경영을 하며 탄탄하게 기업을 이끌어왔고 사업재편도 제때 잘해왔으며 태양광 사업도 한때 잘나갔다”며 “이번에도 같은 차원에서 태양광·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따른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