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전포’ 소속의 민주당 의원들 중에는 중량급 인사들도 눈에 띈다. 김원기 김상현 고문 정대철 대표(왼쪽부터) 등이 당장 두드러지는 멤버들이다. 지난달 2일 이라크 전쟁 파병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무회의에서 자리를 함께한 세 사람. | ||
관건은 신당 창당의 ‘로드맵’. 현재까지는 ‘개혁신당’과 ‘통합신당’이 양대 흐름이지만 가변요소에 따라 최종 방향은 아직 미지수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1년 5월 출범한 ‘화해와 전진 포럼’(‘화전포’)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정치적 배경과 참여 구성원 등에 있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신당과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화전포’는 지난 2001년 5월17일 여야 개혁 성향 의원과 재야인사 등 각계 대표 98명에 의해 출범했다.
화전포의 출범에 앞서 정치권에서는 나름대로 개혁을 위한 소규모 모임과 활동이 있었다. 특히 2000년 4월 총선을 전후해 여야 소장파 의원들이 당내 개혁을 끈질기게 추진했다. 민주당 386의원 모임인 ‘개혁연대’와 한나라당의 ‘미래연대’, 그리고 2001년 2월 여야 개혁파 의원들이 처음 결성한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정개모’)이 대표적.
그러나 여야 개혁파의 주장은 각 당의 견고한 보수 벽에 부딪혀 좌절되곤했다. 민주당은 2000년 말 초선 의원 13명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당의 전면적 변화와 계보정치 청산을 건의한 이후 줄곧 당 개혁을 주장했지만 번번이 당권을 장악한 동교동계에 의해 무산됐다.
▲ 지난 1월 한나라당 개혁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속 으로’ 멤버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
이처럼 ‘화전포’는 정치권의 개혁이 여러 벽에 막혀 좌절의 신음을 낼 즈음에 탄생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뜻을 합쳤던 만큼 참여자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이후 화전포는 1년 가까이 활발하게 모임을 이어오다 2002년 봄 ‘휴면’상태에 접어들었다. 정치권에서 본격적인 대권레이스가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당시 화전포의 참여자와 지향점이 최근 정가의 화두로 떠오른 민주당발 신당과 매우 유사성을 띠고 있어 다시 정가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화전포의 주요 멤버 중 상당수가 최근 여야에서 개혁을 주도하고 있어 향후 화전포 인맥이 신당에 직접 참여하거나 신당의 구도를 가늠케 하는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가 일각에서는 화전포 멤버가 신당의 주요 ‘엔진’이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당시 화전포의 멤버는 포럼의 의제를 설정하는 상임운영위원회 19명을 포함해 모두 98명. 이 가운데 주요 정계 인사로는 민주당의 정대철 김근태 김상현 김원기 의원을 비롯, 개혁모임인 ‘바른정치실천연구회’의 천정배 이미경 이종걸 이강래 의원, ‘새벽21’의 박인상 김태홍 이호웅 정장선 의원, ‘서명파 23인’에 속하는 김희선 심재권 최용규 이창복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한나라당 의원으로는 개혁모임인 ‘국민속으로’의 이부영 김부겸 김영춘 김홍신 서상섭 안영근 이성헌 조정무 의원 등이 눈에 띈다.
개혁당 대표 김원웅 의원과 개혁성향을 지닌 박계동 이철 박정훈 전 의원 등도 화전포 멤버들이다.
이밖에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문성근씨, 민변의 조준희 차병직 변호사 등도 주요 구성원이다.
화전포 멤버 가운데 천정배 의원 등이 주축이 된 민주당 개혁모임은 ‘개혁 신당’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고, 한나라당의 ‘국민속으로’ 소속 의원 중 상당수는 신당 합류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특히 김홍신·안영근·서상섭 의원은 신당 합류가 유력한 상태고, 나머지 의원들도 신당 형태에 따라 합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박계동 이철 박정훈 전 의원 등도 향후 신당의 개혁적 밑그림이 그려질 경우 참여가 예상된다.
송기인 신부와 문성근씨는 신당의 외곽조직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신부는 내년 총선과 정계 개편의 진원지가 될 수 있는 부산에서 정치개혁연대가 출범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노사모’의 핵심멤버였던 문성근씨는 최근 노사모를 탈퇴해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을 결성, ‘노무현 신당’을 외곽에서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화전포를 이끌어간 주요 인사들이 당시에도 새로운 정치세력을 규합하는 ‘신당’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최근 신당 창당 구도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화전포 멤버들은 (화전포가)신당 창당과는 무관한 포럼이라고 주장했지만 상당수 회원들은 정치상황에 회의, 신당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는 게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당시 이부영 의원은 “개혁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할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해 신당 창당 움직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서상섭 의원은 2001년 12월 제9차 화전포 토론회(‘2002년 정치개혁의 과제와 전망’)에서 기존 정당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당 출현의 필요성을 강조, 신당에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함세웅 신부도 “정치인들이 70, 80년대 민주화 투쟁을 했던 순수한 마음으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해 신당의 탄생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화전포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리더격인 이부영·정대철·김상현 의원 등이 신당에 적극성을 나타낸 반면 김덕룡 의원은 애매한 태도를 취했고, 김근태 의원은 개인 사정(대권 도전) 때문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한편 화전포는 창립선언문을 통해 민족화해와 지역주의 해소, 정당의 민주화 등을 시대의 당면과제로 설정한 바 있다. 이는 최근 민주당이 추진하는 ‘신당’의 지향점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신당 창당을 앞장서 주도한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 등 이른바 ‘서명파’ 의원들은 지난 4월28일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에 동의하는 전체 개혁세력이 참여하는 신당을 창당할 것”을 결의했다. 이날 천 의원은 신당 창당의 형태에 대해 “큰 틀의 개혁세력이 대동단결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창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전포에서 ‘도상훈련’에 그쳤던 신당이 민주당에서 새로운 개혁신당으로 꽃피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