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겨눈 선거개입·라임개입 의혹 수사 본격화…국민들 검찰개혁 손들어줘 ‘윤석열 조기 사퇴설’도
4.15 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여당 관계자들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검찰은 총선과 함께 멈춰 세운 수사 시계를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 청와대를 겨눴던 하명수사, 선거개입 의혹 사건뿐만 아니라 라임자산운용 관련 수사도 곧바로 움직이고 있다. 선거 개표가 끝난 직후인 4월 16일 오전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금융감독원 직원 김 아무개 팀장에 대한 체포가 이뤄졌을 정도다.
#선거 끝나자마자 곧바로 수사 본격화
라임자산운용 관련 청와대 관여 의혹을 수사 중이던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바로 다음 날 전격 체포에 나섰다. 이미 법원으로부터 체포 영장을 발부 받아뒀던 검찰은 금감원 건물을 방문해 영장을 제시한 뒤 체포와 압수수색을 했다. 김 전 청와대 행정관(현 금감원 팀장)이 청와대와 금감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라임자산운용의 뒤를 봐줬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함인데, 금감원을 찾아간 검찰은 임의제출 형태로 PC 등을 수거했다.
금감원 김 팀장은 이미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된 바 있다. 라임 관련 “여기가 키다. 라임은 이 분이 다 막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검찰은 그동안 선거 개입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일체 강제 수사(압수수색, 체포 등)를 자제하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움직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4월 15일 자택 근처인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를 찾아 투표를 한 윤 총장은 곧바로 대검찰청 간부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수사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다시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총선 날인 4월 15일 자택 근처인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를 찾아 투표를 한 윤 총장은 곧바로 대검찰청 간부들을 만났다. 윤 총장은 배용원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비롯해 공공수사부 소속 검사들과 점심식사 자리에서 “총선 이후 고소·고발 등 선거 사범에 대한 수사도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정치적 논란이 컸던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도 아직 남아있는 만큼 흔들리지 않는 수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는 선거개입 사건과 총선 관련 선거법 위반 사건을 지휘한다. 윤 총장은 정치적 중립도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중립’은 펜으로 쓸 때 잉크도 별로 안 드는 다섯 글자지만 현실에서 지키기가 어렵다”며 “국민들께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어려운데,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남아 있는 불씨 ‘조기사퇴설’도
하지만 총선을 통해 ‘검찰 개혁 필요성’의 명분을 확보한 청와대와 여당의 ‘윤석열 총장 흔들기’도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진행형인 채널A와 검찰 간 유착 관련 의혹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특히 법무부가 임명한 대검찰청 내 감찰본부장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유착 의혹에 대한 ‘감찰 착수’ 계획을 검찰총장에게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고 알려진 한동수 대검 감찰본부장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선거 당일인 4월 15일 개인 SNS를 통해 “수차례 검찰총장과 대검차장에 대한 대면보고 및 문자보고 뒤에 이뤄진 것”이라며 “당시 병가 중인 총장님이 정하신 방식에 따라 문자 보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보고 당시 그 근거로서 감찰본부장의 직무상 독립에 관한 규정이 적시됐다”며 감찰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청와대를 겨눈 수사가 다시 본격화되는 만큼 잠시 잠잠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도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석열 총장은 뼛속까지 검찰주의자가 아니냐. 죄가 있다면 수사를 한다는 기본적인 검사의 자세에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선을 통해 ‘검찰 개혁 필요성’의 명분을 확보한 청와대와 여당의 윤석열 총장 ‘흔들기’도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석열 총장 조기 퇴진론도 나온다. 여당 압승으로 국민들이 검찰 개혁 필요성에 손을 들어준 만큼, 윤 총장 역시 그동안 펼쳐온 ‘항명성 수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을 앞두고, 선거 결과 덕분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여당의 목소리가 주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공수처 1호 사건 후보로 윤석열 총장 장모 사문서 위조 의혹이 거론되고 있다. 여당에서는 당장 20대 국회부터 공수처 설립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민주당의 저조한 총선 성적은 검찰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이다. 4·15 총선에서 5.4%의 지지를 받은 열린민주당 바람은 ‘찻잔 속 미풍’에 그쳤다. 당초 10% 내외의 지지로 최소 6~7석, 최대 10석 안팎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결과다. 이번 국회에서 3석을 확보하게 됐는데, 정봉주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책임을 지고 당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열린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검찰과 윤석열 총장을 정통으로 겨눈 정치 문구를 내걸었지 않았느냐”며 “민주당의 압승은 어느 정도 예측이 됐었다면, ‘친 조국’을 전면에 내세운 열린민주당은 예상보다 외면을 받아 윤 총장의 수사 강행은 어느 정도 면죄부를 받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