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다음 날 압수수색 시작으로 속도전…거대 여당과 대립각 세울 수도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임준선 기자
4월 16일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부장 배용원 검사장)는 “선거일 24시 기준 선거사범 1270명을 입건, 구속된 9명을 포함 16명을 기소했으며 현재 1194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21대 총선 국회의원 당선인 중 94명이 입건됐다. 그 가운데 4명은 불기소 처분됐으며, 90명은 수사 중이다.
선거범죄 유형별로 입건자 1270명을 분류하면, 흑색선전사범이 467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의 36.8%에 해당하는 수치다. 금품수수사범 216명(17%), 선거폭력 등의 혐의 81명(6.4%), 여론조작사범 72명(5.7%)이었다. 나머지 434명(34.1%)은 기타 혐의를 적용받아 입건됐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엔 선거사범 입건자가 총 1451명이었다. 그 가운데 입건된 당선인은 총 104명이다. 입건 당선인 수는 21대 총선보다 20대 총선에서 더 많았다. 최종적으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이는 7명이다.
21대 총선 선거사범 입건자에 대한 공소시효는 10월 15일이다. 공소시효가 만료될 때까지 검찰은 공공수사부, 형사부, 반부패수사부 등으로 구성된 선거전담수사반을 특별근무체제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21대 총선 선거 사범 수사 콘셉트는 속도전이다. 검찰은 총선을 마치자마자 신속한 수사에 돌입했다. 선거 다음날인 4월 16일 전주지방검찰청은 전북 전주을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상직 당선인은 2월 예비후보 시절 명함 배포가 금지된 장소에서 명함을 돌렸다는 의혹 중심에 섰다. 이 당선인을 고발한 건 선거관리위원회였다.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대표(가운데). 사진=박은숙 기자
정치권에선 검찰이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여권이 검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기류다. 검찰이 선거 사범 수사를 무기로 여권을 향해 칼을 휘두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선거가 끝난 후 윤석열 총장을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대표는 4월 16일 “서초동에 모였던 촛불시민은 힘 모아 여의도에서 이제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면서 “그토록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당신, 이제 어찌할 것인가”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가에서는 180석을 얻어 막강한 힘을 갖게 된 여권과, 선거사범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이 다시 한 번 충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거 사범에 대한 검찰 수사 착수와 별개로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엮여 있는 재판 또한 속개될 예정이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한병도 전 정무수석,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대표적이다. 한 전 정무수석은 21대 총선에서 전북 익산을에서 당선됐고, 황 전 청장은 대전 중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첫 재판은 4월 21일 열린다. 최 전 비서관은 21대 총선에서 열린민주당 소속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위성정당 무효” 비례대표 재선거 치러진다면… 4월 17일 경실련이 대법원에 비례대표 의원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총선은 사상 처음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됐다. 하지만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 장벽 완화라는 본래 목적은 달성되지 않았다. 오히려 거대 양당제는 더욱 공고화됐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비례전용 위성정당을 만들면서다. 이런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월 17일 대법원에 “비례용 위성정당이 참여한 비례대표 의원 선거는 무효”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해 관심을 모은다. 선거소송은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 적용되며, 선거일로부터 30일 이내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단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경실련은 거대양당의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미래한국당을 겨냥해 “두 정당은 후보자 추천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이 요구하는 민주적 심사 절차, 민주적 투표 방법, 당헌·당규 절차를 위반하고 모태정당의 정치 의사를 반영한 비민주적 절차에 따라 후보자를 추천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측은 “위성정당 후보자 등록 자체가 공직선거법상 무효임에도 선거가 진행됐다”고 했다. 경실련은 총선을 20일 앞둔 3월 26일 같은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경실련은 ‘더불어시민당-미래한국당 정당등록 위헌 확인’ 헌법소원과 함께 정당등록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만약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경실련의 손을 들어준다면, 21대 국회는 사상 초유의 ‘비례대표 의원 재선거’ 국면에 돌입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공직선거법 197조(선거의 일부무효로 인한 재선거)는 “선거의 일부 무효 판결 또는 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선거 무효 당해 투표구의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비례대표 의원 선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같은 법령 8항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 재선거가 펼쳐질 경우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공직선거법 189조)’를 적용해 비례대표 의석을 재배분하게 된다. 재선거가 열리기 전 비례정당이 모태정당과 합당을 마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재선거 시 각 정당은 기존 총선 비례정당이 활용했던 기호를 그대로 부여받게 된다. 재선거를 하더라도 각 정당은 4·15 총선 당시 등록한 후보자를 제외한 다른 후보자를 후보자 명부에 추가할 수 없다. 이동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