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넷플릭스 개봉으로도 관심 ↑… 한국 추격 스릴러 새 역사 쓸까
코로나19의 여파, 법적 분쟁 등으로 다사다난한 한 달을 보낸 영화 ‘사냥의 시간’이 오는 23일 개봉을 확정지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0년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던 ‘사냥의 시간’은 지난 2018년 촬영을 마친 뒤 개봉 일정을 조율해 오고 있었다. 당초 개봉일은 2020년 2월 26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이 시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부분의 영화가 개봉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사냥의 시간’도 앞서 계획했던 언론배급시사회와 배우 인터뷰 등을 취소하고 일정을 무기한 연기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23일 ‘사냥의 시간’의 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가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를 선택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리틀빅픽쳐스 측은 한 달 가량 이어진 스케줄 공백과 이로 인한 손해, 마케팅 비용을 더 이상 지출할 수 없는 재정적 상태 등을 종합해 극장 개봉과 VOD 서비스를 포기하고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영화 역사상 극장 개봉이 예정돼 있던 영화가 넷플릭스로 선회한 것은 이번 ‘사냥의 시간’이 최초였다.
문제는 이 같은 선택이 ‘사냥의 시간’의 해외 판매를 담당한 콘텐츠판다 측과 합의 없이 진행됐다는 점이었다.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 공개 사실이 보도되자 콘텐츠판다 측은 곧바로 공식입장을 내고 “리틀빅픽쳐스가 넷플릭스와 계약을 추진하며 일방적으로 해외 세일즈 대행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아직 판권을 구입한 해외 배급사들과 계약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리틀빅픽처스 측이 이중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예고했다. 실제로 콘텐츠판다 측은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 국외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지난 9일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냥의 시간’의 국내외 개봉이 불투명해진 바 있다.
이들의 분쟁이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은 지난 16일의 일이다. 리틀빅픽쳐스 측은 입장문을 내고 콘텐츠판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한 점과 다소 무리하게 협상을 진행한 점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콘텐츠판다 측 역시 합의를 거쳐 해외 바이어들과 재협상을 마무리했으며, 이를 토대로 상영금지가처분을 취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냥의 시간’은 촬영 종료 약 1년 10개월 만에 관객들 앞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사냥의 시간’은 촬영 종료 약 1년 10개월 만에 관객들 앞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사냥의 시간’ 스틸컷.
#그래도 ‘기대’가 모이는 이유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사태 탓도 있지만 ‘사냥의 시간’은 이처럼 유독 개봉까지의 여정이 험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기대와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감독과 출연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냥의 시간’은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호평받은 윤성현 감독과 이제훈, 박정민이 다시 한 번 합을 맞춘 작품으로 이미 개봉 한참 전부터 눈길을 끈 바 있다.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와 이를 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야기를 그린 추격 스릴러로, 지난 2월 22일 개막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첫선을 보여 호평을 받았다.
최근 충무로에서 각광받고 있는 젊은 배우들로 만남으로 배우의 팬들은 물론, 영화계의 관심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작품은 길었던 기다림 이상의 만족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 개봉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관객’을 마주하게 될 ‘사냥의 시간’의 성적에도 업계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개봉을 미루고 있는 다른 작품들 역시 ‘사냥의 시간’의 선택을 따를 ‘후발 주자’가 될 지 여부도 ‘사냥의 시간’의 성적에 달려있다.
한편 ‘사냥의 시간’은 23일 공개 당일 오후 9시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V라이브 채널을 통해 스페셜 온라인 GV를 생중계로 개최한다. 윤성현 감독과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 출연진과 이동진 평론가가 함께할 예정이다. 넷플릭스 공개 후 당일 진행되는 만큼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부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영화를 기다려온 모두가 궁금해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할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