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화성테마파크’ 모회사 이마트 지원 불가피…이마트 상황 개선 여부·투자자 유치가 변수
신세계그룹의 테마파크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 가운데, 지주사격인 이마트의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새로운 시도가 신세계그룹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국제테마파크 예정지에서 열린 ‘화성국제테마파크 비전 선포식’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비전 선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목되는 신세계의 방향성
신세계그룹의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은 내년 말 착공, 오는 2030년 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완공되면 경기도 화성시에 약 127만 평 부지의 국내 최대 테마파크가 들어선다. 신세계그룹은 사업을 위해 신세계프라퍼티컨소시엄을 통해 4조 6000억 원을 투자한다. 신세계프라퍼티컨소시엄은 지난 4월 16일 한국수자원공사와 사업협약을 체결하고 개발사업자 지위에 올랐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분 90%, 신세계건설이 지분 10%로 참여한 신세계프라퍼티컨소시엄은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스타필드 성공을 등에 업은 신세계그룹은 그간 복합 체험형 쇼핑몰에 집중해왔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6년 ‘스타필드 퍼스트 하남’을 그룹 주력사업으로 추진할 때부터 “유통업의 경쟁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쇼핑몰을 단순 구매를 위한 공간을 넘어선 체험 공간으로 확장시켜 오랜 시간 고객의 발길을 잡아둬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
유통업계에서도 신세계의 방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 사업부문인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 약화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이제는 모객과 더불어 고객이 머무르는 시간도 중요해졌다. 신세계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 또한 체험형 공간을 늘려왔고, 테마파크 신설도 준비하고 있다”며 “신세계의 실험은 유통업계가 오프라인에서 체감하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내년 상반기 5000억 원을 투자한 테마파크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 개장을 앞두고 있고, CJ그룹은 1조 8000억 원을 투입해 케이팝 기반의 테마파크 ‘CJ라이브시티’를 오는 2024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결국은 이마트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
문제는 테마파크 사업에 따른 부담을 이마트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성사업은 막대한 투자가 선행되는 데다가,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신세계그룹 또한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오픈을 준비하고 있지만 5조 원 가까운 투자금을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 112억 7859만 원 규모의 신세계프라퍼티가 전부 감당하기는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신세계프라퍼티와 신세계건설 지분을 각각 100%, 42.7% 보유한 모회사이자 신세계그룹 지주사격인 이마트의 지원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마트의 현재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이마트는 지난해 실적 악화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뼈아픈 실적 부진으로 창사 이후 최초로 외부에서 대표를 영입하고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개편했다. ‘파격 실험’으로 꼽혔던 전문점 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만물잡화 전문점 삐에로쑈핑이 철수했고, H&B스토어 부츠 또한 지난해 7월 기준 33개점에서 지난 20일 2개점으로 대폭 줄며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월 18일 이마트의 수익성 저하를 반영해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1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마트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13개 점포를 매각해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변경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스타필드를 지을 예정이었던 서울 마곡지구 부지도 매각했다. 2023년 예정됐던 스타필드 마곡점 계획을 철회하며 투자를 줄이고 자금을 확보한 것. 점포 매각과 부지 매각을 통해 이마트는 각 6800억 원, 8000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확보한 ‘실탄’보다 이미 발표된 계획에 따른 투자금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테마파크 구축에 따른 부담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더욱이 이마트가 지원해야 하는 자회사는 신세계프라퍼티뿐만이 아니다. 이마트가 지분 99.88%를 보유한 자회사 신세계조선호텔 또한 첫 자체브랜드 레스케이프호텔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영업손실 124억 원을 기록, 전년(영업손실 76억 원)보다 적자폭이 더 커진 상태에서 4월 4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이에 이마트는 지난 3월 26일 신세계조선호텔에 대해 1000억 원을 긴급 수혈했다.
이마트는 그룹 차원에서 신세계프라퍼티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는 만큼 지원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신세계프라퍼티는 테마파크나 스타필드 이외에도 동서울 터미널 등 복합개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단계”라며 “이마트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예정된 사업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외부 투자자 유치가 변수가 될 듯
신세계프라퍼티는 그간 스타필드와 스타필드 시티를 개발, 운영하며 이마트의 지원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다. 앞서 이마트는 스타필드 하남점에 2800억 원, 스타필드 고양점에 3900억 원을 출자했다. 또 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이 테마파크 사업 협약을 맺은 지난 4월 16일 이마트는 이사회를 열고 신세계프라퍼티에 2000억 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보통주 400만 주 규모의 유상증자 방식이다. 이마트는 출자목적을 ‘피출자법인의 복합개발 사업 추진’이라고 밝혔다. 이번 출자를 통해 신세계프라퍼티에 대한 이마트의 총출자액은 1조 4180억 원이 됐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해 11월 26일에도 복합쇼핑몰 투자비 조달을 목적으로 신세계프라퍼티에 300억 원을 출자한 바 있다.
조 단위의 투자가 이뤄지는 화성테마파크는 신세계프라퍼티가 그간 진행해온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모기업인 이마트의 지원과는 별개로 더불어 외부 투자자 유치가 필수다. 그러나 신세계프라퍼티의 수익성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 신세계프라퍼티는 향후 5년간 2조 원가량을 투자해 5개 점포를 추가로 열 계획이지만 기존 스타필드 점포에서의 투자금 회수마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필드 고양에 출자한 국민연금공단(3800억 원)은 당초 연 9% 이상의 배당 투자 수익률(342억 원)을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스타필드 고양의 당기순이익은 205억 원 수준이다.
테마파크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신세계프라퍼티는 아직 화성테마파크 사업을 위한 투자자 유치 등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이마트 관계자는 “화성국제테마파크 건은 사업협약을 체결했을 뿐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앞으로 10년이 걸리는 장기적인 플랜인 만큼, 당장은 5조 원 규모의 투자금이 커 보일 수 있지만 매년 나눠 투자하는 만큼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자금조달 계획을 세워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