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1분기 순이익 상위권 포진…은행 대출 규모 늘며 이자 수익 불어
국내 4대 금융지주가 1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각 금융지주 은행 본점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연합뉴스
4월말 기준 10대 그룹 주요 상장사의 1분기 경영실적을 보면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4대 금융지주들이 모두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1분기 순이익 9324억 원을 기록해 삼성전자(4조 8896억 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7295억 원, 6569억 원을 벌어 SK하이닉스(6481억 원)를 제치고 각각 3, 4위에 올랐다. 우리금융도 5182억 원으로 현대차(4633억 원)를 누르며 6위를 기록했다.
4대 금융지주의 올 1분기 순이익은 2조 8231억 원으로 증권사들이 내놓은 4대 금융지주 1분기 순이익 전망치(4월 23일 에프앤가이드 기준) 2조 6670억 원을 5.8%나 웃돌았다.
은행이 역시 일등공신이다. 신한은행은 6265억 원을 벌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은 5863억 원으로 2.4% 늘었다. 하나은행은 5546억 원으로 무려 15.6%나 급증했다. 우리은행만 5060억 원을 벌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줄었다.
은행의 이 같은 놀라운 실적은 코로나19가 위기보다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3월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가계와 기업 모두 현금 확보에 나섰고, 은행 대출이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예대마진 폭이 하락했지만, 대출 규모가 늘면서 4대 은행 이자 수익은 오히려 불어났다.
금융회사 여신관리 기준을 보면 연체가 90일을 넘어가면 부실로 분류된다. 3월에 급증한 대출에서 부실이 드러나려면 3분기 이후가 되어야 한다. 물론 코로나19로 차주의 상황이 악화돼 3월 이전에 나간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 같은 조짐을 감지했다면 손실에 대비한 비용, 즉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4대 은행들은 1분기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리지 않았다. 3월말까지는 조짐이 나쁜 여신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 된다.
4대 은행의 대출 구조를 보면 자신감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 대출의 절반은 가계대출이다. 대부분은 주택담보 대출이고 담보인정비율(LTV)이 50% 미만이다. 집값이 반토막 나기 전에는 원금을 떼일 위험이 없다는 뜻이다. 신용대출이 있지만 신용등급 1~3등급의 우량 고객만 대상으로 한다. 그나마도 등급이 낮을수록 대출금액이 작아 손실 위험은 최소화된다.
기업대출은 80% 이상이 담보를 잡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으로 돈 떼일 위험을 막은 여신도 많다. 신용대출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데, 국내 대기업 가운데 재무구조가 나쁜 곳들은 거의 모두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두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을 산은 등이 주도하면서 민간은행은 초우량 기업 여신만 보유하게 됐다. 웬만한 충격에는 부실이 쉽게 늘어나지 않는 구조인 셈이다.
4대 은행의 연체율은 1% 미만으로 주요국 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손실에 대비해 쌓은 돈, 즉 대손 비율도 100%를 넘는다. 200%가 넘는 미국보다는 낮지만, 신용대출을 주로 하는 미국과 담보대출 위주인 국내의 금융환경이 다른 점을 감안하면 낮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다만 4대 은행 내부적으로는 2분기 이후의 상황에 긴장하고 있다. 선제적 현금 확보 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서 우량 대출만 늘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정책 대출이 풀리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대출이 늘었다. 정부가 이자 일부를 보전해주지만 부실 발생시 책임은 은행이 져야 한다. 지금보다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수 있다.
정부가 워낙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에 적극적이어서 단기적으로 연쇄 도산 우려는 크지 않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우량기업조차도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 은행지주 대부분이 극도의 비용 통제에 돌입한 상태다. 비용절감으로 혹시 있을지 모를 부실 충격에 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2분기 4대 은행 실적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모습이다. 실제 외국인들이 은행지주 주식 매집에 들어갔다. 한국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미국에 비해 높지 않고, 가계 저축률이 높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가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버틸 가능성이 높아서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건전성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튼튼하다. 2분기에 큰 충격이 없다면 은행지주 대부분이 지난해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그 경우 현재 주가 기준 시가배당수익률은 6%가 넘게 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