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분변동 정보제공업체인 에퀴터블에 따르면 이 상무의 재산은 9천2백30억원. 이 상무의 재산 중 대부분은 그가 1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의 주식평가액이 차지했다.
그는 삼성에버랜드의 1대주주로 62만7천3백90주(25.1%)의 주식을 갖고 있다. 그의 부는 대부분 여기에서 비롯된 것.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정에 위법이 있었다는 점이 밝혀진 이상 그가 갖고 있는 에버랜드 주식은 자칫 휴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삼성의 입장에선 만에 하나, 이 상무의 에버랜드 주식 보유분이 발행 취소라도 될 경우 어렵게 쌓아온 2세 경영권 승계 구도가 하루아침에 날아갈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재계에선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핵을 지난 96년 에버랜드가 발행한 사모 전환사채를 이 상무가 인수한 데서 찾고 있다. 당시 이 상무는 주당 7천7백원에 62만7천3백90주를 인수해 에버랜드 1대주주로 떠올랐다.
에버랜드가 중요한 이유는 삼성의 소유구조 때문이다. 현재 삼성그룹 소유구조에서 양대 축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다. 이 중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에버랜드(19.34%)다.
또 다른 축인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7.37%, 삼성의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이 6.99%를 갖고 있다.
다시 삼성전자는 삼성SDI에 출자해 대주주(19.97%), 삼성캐피탈(75.04%), 삼성카드(56.1%)의 대주주가 되고, 삼성SDI는 삼성물산의 대주주(4.52%)이고, 삼성물산은 다시 제일기획의 대주주(12.64%)가 되는 순환출자구조다.
복잡해 보이는 구도지만 에버랜드를 가지면 삼성그룹의 모든 것을 거머쥐게 되는 간단한 순환고리로 연결돼 있다. 삼성이 지난 96년부터 여론의 악화를 무릅쓰고 에버랜드와 이 상무를 연결시키는 작업을 강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문제는 이 고리가 끊어질 경우다. 이 상무는 국내 최대의 삼성그룹을 손에 넣으면서 에버랜드의 사모사채 인수에 48억3천여만원의 돈을 들였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선 지난 98년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이 지난 98년 에버랜드 주식을 주당 10만원에 사들인 점에 비추어 이 상무의 주당 전환가격 7천7백원은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에서도 이 전환사채 발행시점 이전인 지난 93년 삼성 계열사간 에버랜드 주식을 회계처리할 때 주당 8만5천원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검찰에선 문제의 전환사채 발행시점에 재임했던 이사들이 저가로 사모사채를 발행해 회사에 해를 끼친 배임행위를 했다는 것.
▲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씨. 지난 2001년 3월 고 정주영 회장 빈소에 조문가던 모습. | ||
게다가 이 같은 사실로 인해 삼성그룹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는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만약 검찰의 주장대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가격이 당시 시중에서 거래되던 8만5천원으로 산정돼야 한다면 이 상무는 5백33억여원의 돈을 들여야 했다.
여론이 악화되고 법원에서 검찰의 의견이 받아들여진다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할 경우 삼성으로선 이 상무에게 넘겼던 전환사채의 발행취소를 결의하고, 새로 이 상무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이 상무는 5백억원에 가까운 돈이 있어야 여전히 에버랜드의 1대주주, 삼성의 제1 상속자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 상무가 그런 현금이 있을까. 일단 이 상무는 현재 4백억원 정도의 현금을 개인 수중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1년 자신이 갖고 있던 e삼성 계열사의 지분을 삼성 계열사에 4백2억8천만원에 넘기고 받은 현금이 그의 수중에 있는 것.
또 그가 삼성SDS의 지분 9.1%를 갖고 있고, 삼성전자와 ‘개인 이재용씨’의 합작사인 서울통신기술의 지분 46.06%(5백6만여 주)를 갖고 있어 유사시에 그가 ‘이재용의 개인 돈’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돈으로 에버랜드 주식을 개인명의로 다시 사들일 자금여력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통신기술은 비상장사로 매출액 2천2백억원에 순이익 1백50억원대의 알짜 회사다.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개인 재산인 것. 그러나 이 회사는 현재 비상장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이나 개인에게 팔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문제는 오히려 삼성이 지난 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무리한 방법을 통해 오너 2세에게 넘겨줬다가 두고두고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에선 삼성이 만약 시민단체나 검찰의 주장대로 8만~10만원대에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이재용씨 등에게 넘겼다면 이렇게까지 말썽이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 삼성이 96년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무효화하고 새로 전환사채를 ‘적정가’에 발행한다고 쳐도, 사실상의 사전 상속인 만큼 상속세에 준하는 세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성에선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발행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헌법 위에 여론법이 있다’는 얘기가 힘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문제에서 이재용 상무나 삼성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인은 유사사건으로 사법처리된 최태원 SK주식회사 회장과의 형평성 문제다.
최 회장 역시 그룹비자금 문제와 SK글로벌 분식회계 문제로 감옥살이를 했지만, 그의 범법행위를 결정지은 부분은 SKC&C라는 회사를 통해 그룹지배권을 장악하는 플랜을 짜는 과정에 저지른 불법행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따라서 에버랜드 사건 역시 SK그룹과 같은 수준에서 처리돼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