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채널 확대가 점주들 매출 급락 불러…아모레퍼시픽 “협의회 통해 점주들과 소통”
아모레퍼시픽 매출이 급감하면서 서경배 회장(사진)이 가맹점주와 상생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일요신문 DB
아모레퍼시픽이 경영전략의 틀을 재고해야 한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그동안 아모레퍼시픽 안팎에서는 사업다각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서경배 회장은 화장품 외길을 선택했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LG생건)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올해 1분기 영업 흑자를 냈다. LG생건의 사업군은 화장품과 음료 등 다양해 생활용품과 음료 부문 매출이 각각 19.4%, 50.7% 늘어나며 화장품 부문의 부족한 실적을 메웠다.
#마몽드 한율 등 자사 제품 ‘올리브영’ 입점
아모레퍼시픽은 대신 유통채널 다변화와 해외 시장 공략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채널 전략 변화로 오히려 가맹점 매출이 급락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그간 아모레퍼시픽은 방문판매와 오프라인 매장 ‘아리따움’ 등 전통적 판매채널을 운영해왔다. 2010년에는 올리브영에서 제품을 모두 철수시키고 아모레퍼시픽 자사 매장에서만 제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H&B스토어와 온라인 채널이 급격하게 성장하자 아모레퍼시픽은 다시 마몽드 한율 등 자사 제품을 올리브영에 입점시켰다.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 주요 브랜드인 라네즈 상품도 올리브영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온라인몰을 통한 판매도 확대했다. 이처럼 여러 채널을 통해 판매가 이뤄지면서 정작 아리따움 매장의 매출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가맹점주들이 본사 전략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 아리따움 가맹점주들이 지난해 7월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생존권위협 중단 및 상생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채널별로 가격이 상이한 데 있다. 온라인몰과 올리브영 등에서 가격할인, 프로모션 등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아리따움 매장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아리따움 매장에서도 정기세일과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지만 상시할인행사가 이어지는 H&B스토어를 상대하기는 어렵다.
매장 점주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돼 매장 방문객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상황에서도 사측이 별다른 지원을 해주지 않은 것은 물론 3월 정기세일조차 하지 말라고 공지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기세일은 아모레퍼시픽과 가맹점주가 소비자에게 할인해주는 금액을 함께 부담하는 것이어서 사측의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전국아리따움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시대 흐름을 막을 수는 없으니 최소한 가격정책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의 가격을 동일하게 해야 가맹점주가 상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사측은 온라인몰에서 각종 할인행사를 진행하면서 가맹점주들을 고사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리따움 가맹점들은 동네 단골손님을 위주로 영업을 할 수밖에 없어 화장품을 살 때 끼워주는 샘플 등 각종 프로모션 제품을 제공해 손님잡기에 나서고 있다. 점주들은 손님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샘플 제품인 스킨, 로션, 수분크림, 아이크림 등을 사비로 구입하는데도 구매량에 제한을 두고 있어 마음 놓고 홍보에 나서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아리따움 가맹점주들 ‘울며 겨자 먹기’
특히 아리따움에서 ‘아리따움라이브’로 매장 형태를 전환한 점주들의 피해는 더 크다. 아리따움라이브는 아모레퍼시픽이 새로 도입한 유통채널로, 아모레퍼시픽 제품 외에 타사 제품까지 판매하는 편집숍 형태의 멀티숍이다. 가맹점 중 아리따움라이브로 매장을 전환한 경우 인테리어와 제품 구입비용을 들여야 한다. 매장 일부만 전환하는 경우 2000만 원, 전체를 전환할 경우 많게는 억대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매출이 신통치 않다는 이유로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움라이브 직영 매장을 철수하고 있다. 명동점에 이어 대학로점, 사당점 등 서울 주요 상권에 자리잡은 아리따움라이브 직영 매장들이 이미 줄줄이 폐점했다. 그러나 매장 형태를 전환한 가맹점주들은 운영을 포기할 수 없다. 전환 조건에 최소 3년 이상 점포를 유지해야 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인테리어 비용 등 본사가 일부 부담하는 금액이 있어 점포를 폐점할 경우 이를 되돌려 줘야 한다.
아리따움점주협의회 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점포를 계속 운영하는 점주들이 많다. 본사도 장사가 안돼 접은 아리따움라이브를 가맹점주들만 운영하는 형국”이라며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싶은데 사측은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만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모레퍼시픽의 행태는 경쟁사인 LG생건의 전략과 확연히 대조된다. LG생건은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한 네이처컬렉션, 더페이스샵 등 가맹점주들에게 지난 3월 매장 임대료 50%를 지원했다. 또 2019년 더페이스샵 온라인 판매를 중단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가맹점별로 상황이 다르지만 협의회를 통해 점주님들과 소통하고 어려움을 듣는 협의체가 있다”며 “아리따움라이브도 직영 매장은 철수한 경우가 일부 있지만 가맹점은 계약 조건 등 문제로 아무래도 폐점이 어려운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사업다각화를 꾀하지 못해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굴지의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한 우물만 판’ 경영 방침이 큰 몫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반면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LG생건처럼 한 분야가 위기를 맞으면 다른 분야가 메워줄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필요한데 아모레퍼시픽은 그러지 못한 탓에 가맹점주들과 상생하기 힘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생건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선방하고 있는 것은 사업다각화 성공의 좋은 예”라며 “비록 아모레퍼시픽이 해외 진출로 만회하려 한다지만 현재 전 세계가 어려운 마당에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지금이라도 사업다각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