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 “신고 동의 구하는 사이 가해자 도주”…올리브영 “고객 간 시비 미개입, 사실관계 확인중이었다”
서울의 한 올리브영 매장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는데 피해자의 거듭된 호소에도 매장 직원이 방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일요신문DB
사건은 한 여성이 2월 12일 올리브영 매장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을 온라인에 공론화하며 일파만파 퍼졌다. 게시물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저녁 8시께 화장품 구매를 위해 들린 올리브영에서 두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피해 여성은 최초로 강제추행을 당했지만 혼잡한 매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소한 접촉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성추행 범죄 후 2분 정도가 지나 다시 동일한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해 범죄를 확신했다.
피해 여성은 바로 뒤돌아 가해 남성을 불러 세웠다. 30~40대로 보이는 남성은 오히려 욕을 하고 소리를 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피해 여성 역시 “왜 남의 엉덩이를 두 번이나 만지냐”며 언성을 높였다. 매장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여성이 가해자를 카운터 쪽으로 몰며 매장 남성 직원에게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직원은 피해자의 호소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피해자가 신고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자, 범죄를 부인하던 남성은 돌연 “죄송하다. 신고는 안 된다”며 여성의 손을 잡을 듯이 다가왔다. 여성은 다가오지 말라고 외치며 카운터의 남성 직원에게 6차례 이상 거듭해 신고를 요청했다.
지켜보던 카운터 직원은 성추행범에게 “여성분이 신고 하신다는데, 동의하시나요?”라며 의사를 물었다. 거듭된 신고 요청에도 도움을 주지 않던 매장 직원이 성범죄 가해자에게 신고 동의를 구하자, 피해자는 손을 벌벌 떨며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 사이 성추행범은 도망가 버렸다.
저녁 시간 올리브영 매장에서 성범죄가 발생했지만 직원의 방관에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는 사이 범인이 도주했다. 사진=온라인 캡처
피해자에 따르면 매장 점장은 내부 규정상 ‘고객 간의 논쟁은 고객이 신고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남자친구가 언성을 높였고 경찰까지 출동했다. 그런 뒤에야 피해자는 점장에게 사과를 받았다.
피해자는 “오피스텔 밀집지역이라 동네 편의점에서라도 마주칠까봐 두렵다. 여성이 주 고객인 올리브영의 안일한 대처 때문에, 사건 당시 나름 현명하게 대처하려 했던 순간이 무의미해졌고 성추행범은 도망갔다. 다들 조심하고, 범죄를 당하면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피해자가 직접 신고해야 하나 보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의 폭로에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매장 내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이고, 피해자가 적극 대처했음에도 매장 직원의 방관으로 범인을 놓쳤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현행범 도주를 도운 매장의 남성 직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 불매하겠다”, “살인사건이 벌어져도 가해자한테 신고 동의를 받을 건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올리브영 고객센터에도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직영점과 가맹점 등 모든 매장에 고객 응대 매뉴얼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올리브영 매뉴얼에 따르면 매장에서 ‘고객 간의 시비상황’이 발생하면 매장 직원은 개입하지 않고 상황을 중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문제는 매장 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 고객 간의 갈등이나 시비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고객들은 올리브영 직원이 성범죄를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형사사건이 아니라 개인 간 갈등으로 치부해버린 데 분노한다. 더군다나 매장 내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최소한의 조치인 신고조차 하지 않고 방관한 직원의 행동이 비상식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매뉴얼에 고객 간 시비에 개입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과거에 매장직원이 시비 붙은 고객에 대해 신고를 했다가 피해를 입어서 이런 매뉴얼이 만들어졌다”며 “가해자에게 신고 동의를 구했던 것은 당시 직원이 피의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성추행 사건은 인근 경찰서로 배당돼 수사 중에 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