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LPG 차량·환경가전 등 수요 증가…조선·자동차·가전업계 ‘뜻밖의 호재’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은 가운데 재계에서는 미세먼지 나비효과가 한창이다. 사진은 미세먼지농도가 나쁨수준을 보인 지난달 2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최준필 기자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미세먼지 범국가기구·위원장 반기문)’를 설립키로 했다. 국회도 지난 3월 13일 미세먼지 관련 8개 법안,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 ▲LPG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 ▲학교보건법 개정안 ▲실내공기질 관리법 개정안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대기관리 권역의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법안 통과 호재 조선·자동차업계
법안 통과로 가장 큰 호재를 맞은 곳은 조선업계와 자동차업계다.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은 주요 항만도시의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항만과 선박인 데 따라 정책 우선순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항만지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저감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제정됐다. 주요 내용에는 항만지역 내 대기오염물질 배출 기준 강화와 친환경적 선박 입 확대 등이 담겼다. 관공선의 경우 LNG추진선박 등 친환경 선박의 구입을 의무화한다. 해양수산부는 LNG연료선 발주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계획도 준비 중이다.
이에 조선업계는 LNG선 지원에 따른 발주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조선업계가 오랜 기간 이어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 수주 훈풍을 맞을 수 있었던 것도 세계 발주시장에서 국내 조선사가 강점을 보이는 LNG선 비중이 확대된 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지원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LNG선 전환 계획이나 추가 발주 지원 정책 등은 대형 조선사보다 수주 훈풍에도 그동안 소외됐던 중소조선사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LNG선 발주 증가 추세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LNG선 발주 지원 정책은 중소 조선사들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LPG(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에 따라 택시와 렌터카, 장애인 등에만 허용됐던 LPG차량을 일반인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업계는 감소 추세를 보이던 LPG차량의 판매량 상승을 기대하기도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 르노삼성은 상반기 중 일반 소비자를 위한 LPG차량을 선보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LPG차량에 대한 높은 수요는 중고차 판매량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직영 중고차 매매 전문기업 케이카(K car)의 분석에 따르면 LPG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 3월 26일 이후 LPG 중고차량의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 3월 26일~4월 1일 한 주간 케이카에서 판매된 중고 LPG차량은 178대다. 직전 주인 지난 3월 19~25일 판매된 53대의 3배 이상 증가했다.
케이카 관계자는 “LPG차 관련 개정안이 공표되기 전 주말에 미리 매장을 찾아 LPG차를 예약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며 “일반인의 LPG차량 구매가 제한 없이 가능해지면서 중고차를 찾는 수요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지비 면에서 가성비가 높은 LPG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잠재적 수요가 개정안 시행을 계기로 표출됐다는 게 케이카의 분석이다.
# 수요 높아지는 가전·뷰티
심각한 미세먼지는 가전업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백색가전에 강점을 보이는 LG전자가 재미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환경가전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LG전자 생활가전 부문 관계자는 “미세먼지 관련 기기의 판매 증가량을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스타일러 등 의류관리기를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이며 관련 시장을 개척해왔던 만큼 제품 개발에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5일 LG전자가 공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4조 9159억 원으로 15조 7723억 원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5.4%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8996억 원으로 757억 원을 기록한 전기 대비 1088.4%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호실적 원동력을 생활가전(H&A) 사업본부의 선전으로 분석하고 있다.
뷰티업계에서는 미세먼지 탓에 심해지는 피부 트러블을 방지하는 기능성 클렌징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 아모레퍼시픽은 미세먼지를 차단해주는 미스트나 선크림, 비비크림 등을 선보였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보니 클렌징 제품에 대한 니즈가 높아져 손세정제나 세안제 등의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태양광산업 미래 밝긴 밝은 거야? 친환경에너지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태양광업계 상황은 다소 모호하다. 태양광사업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에 힘입어 급부상하며 대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오히려 미세먼지가 급증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갑론을박의 중심에 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 때문에 산림이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이 지속되는 한 태양광산업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3일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17년 12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의 후속조치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오는 2030년까지 관련 산업에서 4만 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100억 달러를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탈원전이 미세먼지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보는 것은 정치적 주장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태양광산업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치권 갈등 때문에 최근 태양광산업이 공격을 받고 있으나 실제 미세먼지에 악영향을 준다는 근거는 미약하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