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차량 세륜시설 규격미달…적법 처리 필요한 슬러지 자체가 발생 안 한 점도 의문
현대산업개발 공사장에서 나온 흙이 도로을 황토색깔로 물들어 놓았다.
[일요신문] HDC현대산업개발(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김해시 진례면 시례지구 도시개발 공사현장이 환경오염을 유발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시공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해 논란을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영향평가서는 환경을 보호하는 건설시공으로 유도해 개발과 환경보전이라는 두 가지를 다 만족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시공사가 반드시 지켜야 하며, 건설의 기초가 되는 건설시방서보다 우위에 있다.
하지만 진례 시례지구 현장은 이런 기초에는 벗어나 있었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해당 현장은 먼저 세륜시설을 갖추고는 있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측면살수시설 및 수조식 세륜시설을 갖추도록 되어 있으나, 규격에 맞지 않는 세륜기만 설치해놓고 수조식 세륜시설은 비치해놓지 않았다. 이는 명백히 환경영향평가에 따른 시공방법이 아니기에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이다.
그나마 비치된 세륜기마저도 사실상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건설차량이 뒷바퀴만 세척하고 그냥 통과하는 등 잘 이용하지 않고 출차하면서 비산먼지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현장은 외부로 흙이 유출되지 않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이 공사현장의 통념이 되고 있는 시점에 이를 어기는 행위는 바로 환경오염과 직결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많은 차량이 드나들었을 것으로 판단되는데도, 세륜기에서 발생한 슬러지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약품(침전제) 및 차량에서 떨어져 나온 오염물질이 함유된 슬러지는 성분검사를 거쳐 적법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슬러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이를 따로 보관하지 않고 공사장에 마구 살포한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해당 현장은 절토한 경사지(사면)는 우기 및 붕괴에 대비하기 위해 방진덮개 등으로 덮는 기본적인 조치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순환골재도 불량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순환골재는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지만 안정성 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용용도를 지정하고 있고, 이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순환골재의 품질은 유기물질이 1% 이하로 제한된다.
한편 현대산업개발 측은 현장에서 확인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14일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
